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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통계 왜곡하지마…미국서 위성으로 보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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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스페이스노우·오르비탈 인사이트·콴들 등 북미 정보분석업체는 인공위성 운영업체의 위성사진을 활용해 나라와 기업의 경제 활동을 측정한다. 정부 당국의 발표와 별개의 통계 지표를 산출하며, 유통업체 주차장 이용률 등을 분석해 기업 경영 상황을 예측한다. 지구를 촬영하는 인공위성 사진. [사진 콴들 홈페이지]

스페이스노우·오르비탈 인사이트·콴들 등 북미 정보분석업체는 인공위성 운영업체의 위성사진을 활용해 나라와 기업의 경제 활동을 측정한다. 정부 당국의 발표와 별개의 통계 지표를 산출하며, 유통업체 주차장 이용률 등을 분석해 기업 경영 상황을 예측한다. 지구를 촬영하는 인공위성 사진. [사진 콴들 홈페이지]

지난해 11월 중국 정부는 ‘중국 제조업의 메카’로 꼽히는 광둥(廣東)성 정부의 구매관리자지수(PMI) 발표를 돌연 중단시켰다. 앞으론 중앙 정부가 직접 이 지수를 산출해 발표하겠다는 것이다. 서방 국가를 중심으로 중국 정부의 지표 왜곡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미국 헤지펀드와 투자은행 등은 미 샌프란시스코 소재 위성사진 분석업체인 ‘스페이스노우’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 광둥성 통계 발표 중단 #미 스타트업, 위성사진 자료 분석 #중국 공장 6000개 가동 여부 파악 #“신뢰도 떨어져” “정부 왜곡 방지”

이 기업이 지난 2016년부터 광둥성을 비롯한 중국 전역 위성사진을 분석해 중국의 ‘인공위성 제조업지수(SMI)’를 발표하기 때문이다. 이 지표는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하는 PMI에 견줄 만큼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뿐 아니라 ‘50 이상이면 경기 상승, 그 이하면 경기 하락’을 뜻하는 지표 산출 방식까지 기존 PMI와 동일하다.

흥미로운 점은 스페이스노우의 정보 집계 방식이다. 스페이스노우는 인공위성 운영업체로부터 중국 전역의 공업지대 6000여 곳이 포착된 위성사진 22억장을 입수했다. 콘크리트 도로 설치 등 중국 경제 활동을 가늠할 수 있는 장면을 포착해 수치로 산출했다. 이 분석업체가 위성사진을 통해 살펴보는 중국 공장시설 면적은 50만㎢에 달한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한때 초강대국의 전유물이던 고고도 감시(High-altitude surveillance) 기술이 미 첨단 스타트업들의 새로운 사업 모델이 됐다”고 보도했다. 크기가 작고 비용까지 저렴한 ‘큐브 위성’이 보편화한 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큐브 위성사진 활용의 가장 큰 장점은 정부 및 기업체가 제공하는 제한된 정보에 대한 뛰어난 보완성이다. 스페이스노우 창업자 파벨 매칼렉은 “중국 정부와 독립적으로 관리 및 운영되는 SMI를 통해 중국 기업의 생산 활동을 새로운 시각으로 관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큐브 위성사진은 기업의 경영 상황을 진단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또 다른 위성사진 분석업체인 ‘오르비탈 인사이트’는 시어스·메이시스 등 미 대형 유통업체 전국 지점의 주차 공간 26만 곳을 담은 위성사진을 확보한다. 각 지점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 숫자(쇼핑 고객 숫자)를 근거로 기업의 경영 상황을 분석하는 것이다.

NYT는 “지난해 초부터 오르비탈 인사이트는 위성 사진상 시어스 주차장의 빈 곳이 늘고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시어스의 매출 하락을 예측했다”며 “마침 그해 10월 시어스가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고 전했다. 이 분석업체가 제시한 위성 사진상 근거와 시어스의 실제 경영 상황이 일치하게 나타난 것이다.

미 버지니아주 소재 ‘호크아이 360’은 무선 신호를 추적하는 자체 위성을 활용해, AT&T·버라이즌 등 대형 통신사의 휴대폰 통신망 및 사업성까지 비교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큐브 위성사진을 활용하면 특정 정부의 경제 정책 역시 효과적으로 감시할 수 있다. 지난 2017년 중국 정부가 주요 공업 도시에 “대기 오염을 덜 일으키는 고품질 철광석의 사용 비중을 높이라”고 지시한 것이 대표적 예다.

이에 캐나다 토론토 소재 위성사진 분석업체 ‘콴들’은 중국 최대 철광석 수입국인 호주의 리오 틴토(RIO)·BHP빌리턴(BHP)·포테스크메탈그룹(FMG) 소속 선박의 수출용 철광석 선적이 포착된 위성사진을 분석했다.

콴들 관계자는 “세 기업 소속 선박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상대적으로 질이 높은 철광석을 생산하는 RIO 및 BHP의 철광석 선적량이 늘어났다. 반면 철광석 질이 다소 낮은 FMG의 철광석 선적량은 줄었다”고 밝혔다. 중국 각 지방 정부가 중앙 정부의 지시를 이행했다는 사실이 위성 사진상 호주 선박 선적량을 통해 검증된 것이다.

큐브 인공위성 사진을 활용한 분석은 매우 활성화하는 추세다. 우주산업시장 분석업체인 유로컨설트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큐브 인공위성이 탑재된 로켓 약 730기가 궤도상으로 발사된 것으로 집계됐다. NYT는 “향후 10년간 2200개 이상 인공위성이 발사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만큼 이들 인공위성이 관찰할 수 있는 범위 역시 넓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공위성 정보 분석이 활발해진 건 인공위성 관련 비용이 과거보다 낮아진 덕분이다. NYT는 “지난 1990년 대당 3억 달러(약 3363억 원)에 달했던 큐브 인공위성 운영 비용이 최근 100분의 1 수준(300만 달러)으로 내려앉았다”고 전했다. 위성사진 분석업체가 인공위성 운영업체에 지불하는 위성사진 이용 비용 역시 덩달아 저렴해졌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7년 46억 달러(약 5조1500억 원)였던 위성사진 시장 규모는 오는 2027년 114억 달러(약 12조7600억 원)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위성사진 확보 비용 및 정확성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컨설팅업체인 글로벌 마케팅 인사이트의 샤와나 존슨은 “지구 전체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매일 관찰한 뒤 정보로 가공시키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NYT 역시 “스페이스노우가 활용하는 인공위성 사진이 ‘재구성’한 중국 광둥성 생산 지표는 중국 정부가 현장에서 파악하는 지표보다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보 활용 기술의 발달이 특정 정부 및 기업의 정보 왜곡 시도를 방지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위성사진 정보 분석업체인 ‘데카르트 랩’의 공동 창업자 마크 존슨은 “각 기관은 경제 활동 및 사업 현황을 더는 감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도 위성사진을 활용한 국가별 경제 측정 연구가 활발하다. 지난해 미 시카고대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인공위성으로 관측한 국가별 ‘야간 불빛’을 ‘1인당 국민 소비’로 치환해 연도별 GDP와 비교 추정했다. 이 연구를 진행한 루이스 마티네즈 시카고대 교수는 “일부 독재 정권의 GDP가 위성을 통해 포착된 불빛 강도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며 이들 정권의 ‘GDP 부풀리기 의혹’을 제기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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