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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나의 아이들' 삼각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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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006년 독일 월드컵 조별리그 최고의 빅 매치답게 22일(한국시간) 네덜란드-아르헨티나 전이 벌어진 프랑크푸르트 발트경기장에는 왕년의 축구 스타들이 대거 모습을 나타냈다. '카이저' 프란츠 베켄바워(독일)와 미셸 플라티니(프랑스)는 정장을 차려입고 귀빈석에 앉았다. 그 오른편 일반 관중석에 아르헨티나 유니폼인 '알비셀레스테'를 입고 수건을 흔드는 또 한 명의 스타가 있었다. 아르헨티나의 영원한 '10번' 디에고 마라도나였다.

옷차림이 이들의 현재 위치를 말해줬다. 자기 관리에 엄격했던 베켄바워와 플라티니가 거물 축구행정가로 거듭난 반면 마약과 무절제한 사생활로 팬들의 지탄을 받아온 마라도나는 축구계의 '야인'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이날 관중석의 주인공은 마라도나였다. 경기 내내 관중과 취재진에 둘러싸여 촬영과 사인 공세의 대상이 됐다.

하프타임 때는 그가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잉글랜드 선수 6명을 제치고 넣은 '세기의 골' 장면이 전광판을 장식했다. 장외 주인공이 마라도나였다면 그라운드의 주인공은 단연 그의 '아이들'이었다. 후안 리켈메와 카를로스 테베스, 그리고 리오넬 메시가 그들이다. 양팀 모두 16강 진출을 확정지었기 때문에 골을 갈망하는 격렬함은 없었지만 이들 삼각편대의 화려한 플레이는 경기 최대의 볼거리였다. 아이들은 마라도나를 많이도 닮았다. '짤막한' 체격조건은 물론이고 상대의 허를 찌르며 비수처럼 공격수에게 전달되는 리켈메의 패스, 적진을 무너뜨릴 듯 탱크처럼 돌진하는 메시와 테베스의 화려한 드리블은 현역 시절 마라도나의 완벽한 재현이었다. 상대 수비수 세 명에게 둘러싸여서도 공을 지켜내며 동료에게 패스하는 리켈메, 과감한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며 슈팅으로 연결하는 메시와 테베스의 플레이에 관중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관중석의 마라도나 역시 이들의 '묘기'가 나올 때마다 일어서서 환호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 세 명은 득점이 없었던 이날 경기를 제외한 앞의 두 경기에서 2골.3어시스트를 합작했다.

독일 월드컵은 이들 세 명을 비롯해 하비에르 사비올라.파블로 아이마르 등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마라도나의 후계자들이 총출동한 최초의 대회다. 진정한 마라도나의 '아이들'이 누구인지 이번에 판가름나게 된다.

아르헨티나 일간지 '디아리오 클라린'의 호세 키아페타 기자는 "이들은 공통적으로 마라도나에 대해 엄청난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이들 간의 경쟁이 독일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팀의 최대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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