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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사회적 대화 23년 됐지만 완전체 대화는 110일 뿐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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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에서 사회적 대화가 시작된 건 1990년이다. 노태우 정부가 임금 가이드라인 정책을 펴면서다. 민간의 임금 수준을 정부가 제시하는 정책이었다. 한국노총이 이에 대항해 ‘국민경제사회협의회’ 설립을 주도했다. 노사 합의로 정책을 건의하는 형태였다. 큰 성과는 없었다. 그러나 노사가 협의를 거쳐 정책을 만드는 선순환 고리의 첫 발걸음이었다.

“노사정, 기득권 내려놓고 협력을”

노사정과 공익위원으로 꾸려진 온전한 형태의 사회적 대화는 96년 닻을 올렸다. ‘노사관계개혁위원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앞두고 노동법·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었다. 95년 설립된 민주노총도 참여했다. 노사는 정리해고, 파견근로, 탄력근로, 복수노조 금지, 제3자 개입금지, 노조의 정치활동 금지를 두고 첨예하게 맞섰다. 정부는 노사 합의가 되지 않자 그해 12월 여당 단독으로 관련 법을 통과시켰다. 이후 노동계의 총파업 투쟁이 벌어지며 좌초한다. 노사정이 머리를 맞댄 첫 사회적 대화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98년 외환위기 속에 김대중 정부는 노사정위원회를 출범시켜 상설 정부 기구로 격상했다. 출범 3주 만에 90개 항목에 달하는 타협안이 나왔다, 정리해고, 파견제, 실업대책, 사회안전망 확충 등 노동시장에 대한 광범위한 첫 개혁작업이 이뤄졌다. 그러나 합의 직후 민주노총에서 내부 갈등이 빚어지며 지도부가 사퇴하고 그해 말 노사정위를 탈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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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에선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2015년 9·15 사회적 대타협)이 나왔다. 그러나 한국노총이 2대 지침(공정인사와 취업규칙 운영지침)에 반발해 4개월여 뒤 합의문 파기를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는 노사정위를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바꾸고 사회적 대화를 경제·사회 정책의 돌파구로 삼으려 한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는 “20여 년 사회적 대화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민주노총까지 참여하는 완전체형 대화가 3개월 3주밖에 안 된다”며 “각 경제주체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가적 차원에서 협력과 양보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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