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아닌 살인자, 사형 내려달라”호소 안 통해…강서구 전처 살인범 징역 3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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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한 아내를 아파트 주차장에서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모씨가 지난해 11월 1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서울남부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이혼한 아내를 아파트 주차장에서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모씨가 지난해 11월 1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서울남부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아빠를 사형시켜 달라”는 딸의 호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 부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에게 징역 30년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심형섭)는 25일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50)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하고 20년간 위치추적장치 부착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불화의 원인을 피해자의 탓으로만 돌리고 피고인을 찾지 못하게 되자 집요하게 추적했으며, 발견한 뒤에는 미행하고 위치추적을 해 피해자를 살해하기에 이르렀다”며 “이런 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이 제출한 반성문을 통해 뒤늦게나마 고인과 유족들에게 사죄의 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밝혔다.

선고가 끝나자 유족들은 “말도 안 된다”며 울부짖었다. 피해자 A씨(47)의 어머니는 “내 딸을 죽여놓고 고작 30년이 말이 되느냐”며 고함쳐 방호원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곁에 있던 다른 유족들도 한참을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유족은 일주일 내로 검찰에 항소 의사를 밝힐 예정이다. 유족 중 한명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양형 기준에 맞춰서 선고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국민 법 감정과는 전혀 맞지 않는 판결”이라며 “모범수로 석방된다면 한참 활동할 나이인 70대에 나올 가능성도 있는 것”이라며 답답함을 내비쳤다. 그는 “피고인의 반사회적인 성격이나 기존의 성향으로 봤을 때 얼마든지 나와서 다른 가족들에게 해코지할 수 있다”며 “평소에도 ‘누구를 골라 죽일까’ 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던 사람”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람들에게는) 수만 건의 사건 중 하나겠지만 저희한테는 이게 전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피해자 딸 김모씨는 선고 후 굳은 표정으로 “많이 두렵다”며 판결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씨는 “저희는 사형을 원했지만 형이 낮춰졌다”며 “저희 가족이 제일 우려했던 부분이 김씨가 다시 범행을 저지르는 것인데 (형이 낮게 나와) 많이 두렵다”고 밝혔다. 김씨가 제출했다는 반성문에 대해서는 “반성이 전혀 없는 반성문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딸 김씨는 “반성문을 읽을 생각도 없다”며 “용서하지 않는다는 입장 평생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는 한참을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김씨는 “어머니의 한 풀어드리고 납골당에 찾아가 인사를 하려 했는데 지금 심정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신을 강서구 등촌동 아파트 주차장 살인사건 피해자의 딸이라고 한 밝힌 의 글이 올라왔다.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지난해 10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신을 강서구 등촌동 아파트 주차장 살인사건 피해자의 딸이라고 한 밝힌 의 글이 올라왔다.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앞서 딸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살인자 아빠의 신상을 공개한다”며 김모씨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한 바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꾸준히 김씨로부터 폭행과 살해 협박을 받았음을 알리기도 했다. 이 청원글 계기로 김씨가 아내에게 폭력 일삼았음에도 처벌 전례가 없어 비극적인 사건 일어났다는 비난이 불거졌다. 이에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현행범 체포를 통해서 격리조치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실제로 사건 이후 여가부ㆍ법무부ㆍ경찰청 등 관계부처는 가정폭력 방지 합동 대책 발표하기도 했다.

권유진·이우림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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