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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현장서 7명 생명 구한 구조견 '수안'의 특별한 은퇴식

중앙일보

입력

2016년 10월 6일 오전 10시40분쯤 경기도 시흥시 갯골생태공원의 갈대 늪지대. '멍멍'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119 인명 구조견 '수안'이 실종된 A씨(당시 83세)를 찾아낸 것이다. A씨는 전날 오전 "산책을 하러 간다"며 집을 나선 후 돌아오지 않았다. 경찰은 대규모 인력과 헬기까지 동원해 A씨를 찾았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수색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모두의 걱정을 한 번에 해결한 것이 '수안'이었다. 수안은 현장 투입 1시간 만에 갈대숲 사이에서 몸을 움츠리고 있던 A씨를 찾아냈다. 조금만 늦었어도 A씨는 저체온증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 8년간 197건의 재난현장에서 7명의 소중한 생명을 구조하며 활약한 119 인명구조견 ‘수안' [사진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지난 8년간 197건의 재난현장에서 7명의 소중한 생명을 구조하며 활약한 119 인명구조견 ‘수안' [사진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A씨를 포함, 수많은 인명을 구했던 수안이 은퇴를 했다.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는 지난 24일 남양주소방서에서 119 인명 구조견 수안의 은퇴 행사를 열었다고 25일 밝혔다.
수안은 구조견 능력 평가 기준인 산악 1급과 재난 1급 자격증을 갖췄다. 2011년 제1회 전국 119인명 구조견 경진대회 수색 종목에서 1위를 하는 등 각종 인명 구조견 경진대회에서 3차례나 수상하기도 했다. 2010년부터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에 소속돼 197건의 구조현장에 출동해 7명의 생명을 구한 베테랑이기도 하다.

24일 남양주소방서에서 은퇴식 #8년간 197건 구조현장 누비며 활약 #11살로 사람 나이로 65살 #입양 가정으로 보내져 제2의 인생

지난 8년간 197건의 재난현장에서 7명의 소중한 생명을 구조하며 활약한 119 인명구조견 ‘수안' [사진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지난 8년간 197건의 재난현장에서 7명의 소중한 생명을 구조하며 활약한 119 인명구조견 ‘수안' [사진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2008년 태어난 수안의 나이는 올해 11살로 사람 나이로는 65살의 고령이다.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특수대응단 박상모 팀장은 "수안이 고령이라 건강도 우려되고 인명 구조견의 활동 연수도 8년으로 제한하고 있어서 이번에 은퇴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구조견의 경우 뛰어난 후각 능력도 중요하지만, 수색본능은 물론 사람과도 친하게 지내야 해 아무나 될 수 없다. 주로 셰퍼드, 벨지안 말리노이즈, 래브라도 리트리버, 보더콜리 등 5종이 구조견이 된다.
잉글리쉬 스프링거 스패니얼 종인 수안도 2년간 여러 훈련을 받은 끝에 구조견이 됐다.
이후 수안은 산악·붕괴 등 각종 사고 현장에서 수색 임무를 담당해왔다. 성격이 좋아서 유독 소방관 등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119구조견 수안(잉글리쉬 스프링거스파니엘, 11살)이 지난 24일 은퇴했다. 수안은 지난 8년간 197건의 재난현장에서 7명의 소중한 생명을 구조하며 활약했다. [사진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119구조견 수안(잉글리쉬 스프링거스파니엘, 11살)이 지난 24일 은퇴했다. 수안은 지난 8년간 197건의 재난현장에서 7명의 소중한 생명을 구조하며 활약했다. [사진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는 수안의 은퇴를 앞두고 입양(분양) 계획을 세웠다. 좋은 곳에서 여생을 보냈으면 해서다.
전국에서 4가정이 입양 의사를 밝혔다. 수안이를 8년간 담당한 핸들러 이승호 소방장 등이 직접 각 가정을 방문해 주변 환경과 주인의 성품 등을 살폈다.
꼼꼼한 면접과 현장 실사 끝에 수안이는 뛰어놀 수 있는 단독주택에 사는 현직 소방관 가정에 입양이 됐다. 새엄마(?)는 수안이를 돌보기 위해 애견 미용 자격증까지 취득하는 등 정성을 보였다고 한다.

119구조견 수안(잉글리쉬 스프링거스파니엘, 11살)이 지난 24일 은퇴했다. 수안은 지난 8년간 197건의 재난현장에서 7명의 소중한 생명을 구조하며 활약했다. [사진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119구조견 수안(잉글리쉬 스프링거스파니엘, 11살)이 지난 24일 은퇴했다. 수안은 지난 8년간 197건의 재난현장에서 7명의 소중한 생명을 구조하며 활약했다. [사진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24일 열린 수안이의 은퇴식에서는 재난현장 활약상을 소개한 영상을 시작으로 꽃다발 증정식과 기념촬영도 진행됐다.
수안이의 담당 핸들러였던 이승호 소방장은 "인명 구조견으로 고된 훈련과 출동을 견뎌낸 수안이가 은퇴 후 편안한 삶을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은퇴 한 수안이의 빈자리는 중앙119구조본부 인명구견센터에서 2년 동안 각종 훈련과 테스트를 통과해 새로 합류한 ‘전진(4·벨지안 말리노이즈)’과 대담(9·셰퍼드), 아롱(5·래브라도 리트리버)이가 담당한다.

남양주=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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