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에서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면서 땅을 매입했던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국회에서 추경 투입을 요청하면서 6차례 ‘통영 공방가옥’의 문화재 지정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영 공방가옥은 손 의원이 매입한 부지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으며, 손 의원의 요구는 결국 현 정부 출범 이후에 관철됐다.
문화부장관·문화재청장에 요청 #“돈 없으면 추경 일부 투입해야” #정권 바뀐 뒤 청장이 문화재 등록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손 의원은 2016년 6월 29일 국회 교문위에서 당시 나선화 문화재청장에게 경남 통영의 무형문화재인 추용호 소반장(음식 그릇인 ‘소반’의 장인)을 처음 거론했다. 당시 통영시 소유였던 추 씨의 공방가옥이 재개발로 철거될 상황이 되자 추 씨는 노숙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손 의원은 “이것이 보존 가치가 있다는 전문가 자료를 봐야만 통영시가 철거를 보류하겠다고 한다. 마지막까지 도와주시기를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7월 11일에도“그 분 한 분의 문제가 아니라 140년 된 공방가옥을 보존해줘야 한다. 소방도로를 하나 낸다고 그러는 건 정말 잘못된 생각”이라며 “문화재청에서 꼭 좀 챙겨서 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손 의원은 무형문화재 기술 보다 오히려 건물 보존을 유독 강조했다. 2016년 8월 16일 교문위 회의에서 손 의원은 추씨의 공방가옥 문제를 다시 거론하며 추경예산 투입을 요청했다. 손 의원은 당시 김종덕 문화부 장관에게 “이게 뭐 얼마 들겠나. 추경해서 빨리 돈을 줘서 구하면 그다음에 내년 예산 만들어서 다른 지역에 있는 문화재도 보호하면 되지 않나. 이런 게 급하게 추경에 쓰라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 장관이 “소반장 문제는 상의 해보겠지만, 사실 무형문화재인 소반장이 중요한 거지 문화재도 아닌 그 지점이 중요한 게 아니지 않나”라고 난색을 표하자, 손 의원은 “지점도 중요하다. 140년 된 집인데 그 집 하나밖에 안 남아있다. 꼭 추경에서 일부라도 부탁한다”고 말했다.
손 의원은 이후에도 통영 공방가옥의 문화재 등록을 거듭 요청했다. 2016년 11월 1일 열린 교문위에서 손 의원은 나 청장에게 “직권으로 문화재 지정 등록이 안 되나. 그 자리 보존 못하면 청장은 각오하셔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 청장이 “그 분(추 씨)의 건강과 기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하자 “집을 지켜주십시오, 기술 말고”라고 강조했다. 같은 해 12월 28일과 2017년 2월 14일 열린 교문위 회의에서도 통영 공방가옥 문화재 등록을 재차 요청했다. 2017년 2월 14일 회의때 질의응답 내용이다.
손 의원=제가 지금 여섯 번째 질의하고 있습니다. 통영 소반장 어떻게 됐는지 말씀 좀 해 주십시오.
나 청장=지난 며칠 전에도 저희 담당 과장이 다녀왔습니다. 소반장을 만나 뵙고 설명드리고 하고 왔고요. 그분이 가지고 계신 모든 도구나 이런 것들은 이미 전주 무형유산원에다 다 안전하게 보존하고 있고 선생님의 건강관리를 많이 채근하고 있습니다.
손 의원=그게 아니라 전수관(공방가옥) 빨리 결정해 주시고요. 통영시 좀 압박해 주십시오.
결국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인 2017년 7월 나 청장은 직권으로 통영 공방을 문화재(등록문화재 제695호)로 등록했다. 2017년 4월 문화재 등록 신청을 문화재청장이 직권으로 할 수 있도록 문화재보호법 시행규칙이 개정된 뒤 청장 직권으로 문화재로 등록된 건 통영 공방가옥이 유일한 케이스다.
손 의원은 2008년 3월 통영시 당동 해저터널 인근에 660㎡, 통영시 문화동에 202㎡의 부지를 매입했다. 추씨의 공방가옥은 손 의원이 구입한 문화동 부지 인근이다. 손 의원이 구입한 부동산은 지난해 12월 목포 및 대전 중구와 함께 통영이 도시재생뉴딜활성화지역으로 지정되면서 ‘통영문화예술관광벨트’에 포함됐다.
성지원·편광현 기자 sung.ji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