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과학은 원전을 택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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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사이언스』가 “온난화를 막으려면 원전이 필요하다”는 사설을 게재했다. 『사이언스』는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A fresh look at nuclear energy)’이라는 사설에서 “신재생 에너지는 발전량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탄소 배출이 적은 발전원과 함께 사용해야 한다”며 “원전이 신재생과 함께 사용할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또 “원전 없이 태양광·풍력만으로 온난화를 막으려면 전기료가 2~3배 뛸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원전 수명 연장, 영국의 원전 신설 등을 소개하며 “한국·스위스처럼 탈원전을 추진하는 나라들은 (원전을 활용하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역시 블로그를 통해 “온실가스를 뿜지 않으면서 24시간 가동할 수 있는 원전은 최적의 기후변화 해결책”이라고 한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처럼 원전 옹호론이 비등하고 있다. 경제성과 안전성, 온난화 방지 효과 등을 과학적으로 따져 내린 결론이다. 후쿠시마 참사를 직접 겪은 일본마저 한때 ‘원전 제로’를 선언했다가 재가동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 정부는 이념에 사로잡힌 듯 탈원전을 일방 추진 중이다. 하지 않은 탈원전 공론화를 “했다”고 강변까지 하면서다.

국민의 뜻은 다르다. 국민 68%가 ‘원전 비중 확대 또는 유지’를 희망한다는 조사가 있다.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 범국민 서명운동본부’는 33만 명이 서명한 청원서를 지난 21일 청와대에 냈다. 서명자는 이틀 새 5만 명이 늘어 어제 38만 명을 넘어섰다. ‘국민 청원 게시판’의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훨씬 웃돈다. 국민은 탈원전에 반대하고 『사이언스』는 원전을 택했다. 이제 청와대가 답할 차례다. 이념에서 벗어나 철저히 과학·사실·합리에 근거해 응답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