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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현지의 표정|학생들 "사인안밝혀지면 장례거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5·18추념행사기간을 맞아 잔뜩 긴강하던 전남도경은 이군사건이 터져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경비계획을 강화.
도경은 당초 5월제에 전남도경산하 20개중대의 병력만으로 대처할 계획이었으나 이군사건이 터지자 12일 서울에서 10개중대를 증원받은데 이어 13일에는 충남·전북에서 모두 5개중대의 병력을 증원받아 경비에 만전.
광주일원에는 12일부터 내린 비가 13일에도 계속돼 경찰은 집회의 규모나 분위기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
이군의 시신 안치 3일째인 전남대병원 주위에선 이군의 장례절차와 방법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이군의 부모가 자식의 장례문제를 조선대총학생회측에 일임해놓고 있어 외부적으로 마찰은 없으나 총학생회측이 『사인규명이 되지않는한 장례는 치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장례가 장기간 미뤄질 경우 병원측이나 공권력과의 마찰이 예상.
13일 오후 전남대에서 전민련주최로 열릴 「광주민중항쟁계승제1차국민대회」를 앞두고 망월동 5·18묘역에는 학생들이 이른 아침부터 단체로 참배.
집회에 참석키위해 광주에 모여 전남대에서 철야한 전대협소속 50개대학 6천여명의 학생들이 학교버스편으로 묘역에 도착, 광주지역 학생들의 안내를 받으며 참배를 했고 묘역주변에는 이철규군의 참혹한 죽음의 모습을 담은 대자보가 곳곳에 나붙어 긴장된 분위기.
묘역입구에서는 전남대등광주지역 학생들이 외지에서 온 학생 참배객들에게 일일이 검은 리번을 달아주었는데 서울등지에서온 일부 여대생들은 꽃송이를준비, 묘역에 헌화하기도 했다.
대책위원회측은 11일에 이어 12일 오후 5시쯤에도 이군 빈소가 차려진 전남대병원 영안실앞 도로에서 시민·학생 5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고문살인규탄집회를 갖는등 빈소주변은 매우 격앙된 분위기.
또 이날부터 서울·부산 등 전국각지에서 「5·18민중항쟁계승대회」 및 망월동묘역 순례 참가자들이 속속 도착, 한층 고조된 모습.
이날 열린 규탄집회 도중 서울외대생·경희대생·명동성당청년회 소속 청년·학생등 1천여명이 20대의 전세버스로 집회장에 나타나 열기는 극에 달했다.
12일부터 광주일원에 비가 내리는 가운데 이군의 분향소가 셜치된 전남대병원 영안실에는 13일에 도시민·학생등 조문객이 계속 몰려 이날 오전까지 줄잡아 8천여명이 조문.
특히 12일에는 충남대에서 제3기 출정식을 마친 전대협소속 대학생들이 광주에 도착, 이들중 2천여명이 분향.
영안실에는 조선대생 5백여명이 철야로 빈소를 지켰고 일부는 영안실 앞에서 비를 맞으며 『5월의 노래』등을 부르기도 했다.
또 상황실에서는 검문경찰관의 양심선언을 기대, 「양심선언 경찰 신고접수처」를 설치했으며 비상전화 1대를 추가로 가설.
이들 학생들은 이군의 죽음에 관한 언론보도에 강한 불만을 표시, 상황실 칠판에 『출입하는 기자들은 자사 신문을 가져와야 상황실에 들어올수 있다』는 문구를 써놓아 기자들을 당황케 하기도 했고 출입하는 기자·학생·영안실 관계자들 모두에게 출입증을 발급, 철저한 출입통제를 하면서 이군의 누이동생까지 조사한 다음 들여보내기도 했다.
한편 12일 오전11시 선발대로 도착한 건국대생 1백여명중 30여명은 준비한 면도칼로 새끼손가락을 베고 「열사의 뜻 이어받아 노정권 처단하자」는 등의 혈서를 써 눈길을 끌었다.
광주지검은 12일 새벽경찰로부터 이군의 사체부검결과 위장에서 플랑크톤이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고 곧바로 대검에 보고하는등 한바탕 소동을 벌였으나 결국 경찰의 보고과정에서 와전된 것으로 판명돼 허탈한 표정들.
이는 위장에서 플랑크톤이 검출될 경우 이군의 사인을 익사한 것으로 결론지을수 있기 때문에 검찰수뇌부에까지 즉시 보고를 했던것.
그러나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플랑크튼 분석에 소요되는 시간과 방법등을 문의하는 과정에서 와전돼 검찰에 잘못 보고됐다는 것이다.
이군의 변사체가 발견된 제4수원지에대한 대대적 유류품 수색작업이 실시된 12일 하룻동안 주변도로와 다리에는 휴일을 맞아 등산이나 관팡을 나온 수많은 시민들이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않고 끝까지 지켜보아 진실을 향한 시민들의 관심을 엿볼수있게 했다.
이들은 이군의 것으로 보이는 점퍼가 발견되자 추리력과 상상력을 필쳐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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