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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서비스 대상] “환자 아니라 고객으로 모십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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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서울병원은 '환자'를 '고객'으로 업그레이드한 병원으로 알려져 있다. 1994년 개원과 동시에 여러 가지 고객 위주의 서비스를 내놓아 권위적이던 병원업계를 바꿔 놓았다. 병원 내 열린음악회 장면.

병원을 찾는 환자는 병원 측으로 보면 엄연히 병원을 먹여 살리는 고객이다. 10여년 전 병원에서는 그러나 환자들은 그런 대접을 받지 못했다. 환자들은 고객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환자였다. 진료받기 위해 의사를 장시간 대기해야 했고 의사의 처분을 일방적으로 기다려야 했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주종 관계였다. 판사와 피의자의 관계나 다름없었다고 해서 결코 지나친 비약은 아니다.

종합병원에서는 기다리는 게 일이었다. 아침 일찍 접수하고 진료과 사무실 앞에서 한참을 대기해야 했다. 진료 후에도 수납과 약을 타기 위해 또 기다려야 했다. 정작 진료 시간은 5분이 채 안됐으나 반나절은 병원에서 보내야 했다. 병원 측의 불친절에도 환자는 참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었다.

삼성서울병원은 1994년 문을 열었다. 이 병원은 이런 병원 문화를 국내 처음으로 없앤 병원으로 유명하다. 개원과 동시에 환자 예약제를 도입했다. 이 병원을 처음 찾는 환자도 전화·팩스로 예약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환자들은 전화로 진료 예약을 한 뒤 예약 시간에 바로 의사를 만날 수 있게 했다. 요즘은 인터넷으로도 예약할 수 있다.

진료 및 검사 예약 일시를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알려주기도 한다. 고객이 ‘기다리지 않는 병원’을 앞당겨 실현한 것이다.

요즘은 다른 종합병원도 유사한 서비스를 하지만 그때는 충격적인 변화였다.

이 병원은 당시 ‘환자 중심의 친절한 병원’, ‘대기 시간이 짧은 병원’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환자 대우를 ‘고객’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한 혁신적인 서비스 개선이었다고 병원 측은 소개한다.

급한 환자가 병원으로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은 그 병원의 앰뷸런스를 불러 타고 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길이 밀리면 앰뷸런스가 무슨 소용인가. 삼성서울병원은 개원 2년째인 1996년 전용 응급헬기를 도입했다.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진료비는 먼저 내야 했다. 선불로 지급하고 한참을 기다려야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이 병원은 개원 1년 뒤인 1995년 진료비 후수납제를 국내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 병원은 개원할 때부터 보호자 없는 병동 제도를 실시해 화제가 됐다. 환자가 입원하면 보호자는 환자보다 더 고생한다. 그럼에도 환자 진료와 치료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삼성병원은 고객 위주의 선진 진료시스템을 일찌감치 도입, 우리나라 병원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꾸었다.

이 같은 고객 서비스의 품질을 인정받아 이 병원은 한국표준협회가 실시한 2006년 한국서비스대상에서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미국으로 치면 초일류 병원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이 병원은 규모부터 어마어마하다. 의사가 900여 명, 간호사가 1200여 명이나 된다. 근무 인력은 무려 4700여명으로 대기업 뺨친다. 병원 건물은 연건평 6만여 평, 병상이 1278개나 된다.

삼성서울병원은 2003년 새로운 도약을 꾀한다. ‘비전 2010’을 선포하고 진료의 질의 선진화에 나선 것이다. 환자의 만족을 극대화하겠다는 새로운 결의의 선언이다.

종합병원들은 대개 진료과 중심으로 운영된다. 병의 원인이 여러 가지인 경우 환자들은 이 과 저 과로 옮겨 다니며 진료해야 하고 그래도 만족할 만한 치료는 받기 어려웠다. 삼성병원은 암센터·심장혈관센터 등 전문 진료팀 중심으로 움직인다.

전문 진료팀 중심의 선진형 협진 시스템, 즉 의료의 ‘서비스 라인제’를 도입하고 있다. 삼성혈관센터는 2006년부터 초진클리닉을 비롯, 6개의 질환별 팀으로 재편성했다. 심장질환자의 경우 당일 진료-검사-결과 확인까지 하루 만에 할 수 있게 했다.

암센터는 위암팀·간암팀·폐암팀·유방암팀·자궁경부암팀 등 11개 전문진료팀으로 재편성했다. 자궁경부암팀·유방암팀은 암 확진 환자의 초진 예약 시 1~3일 이내에 진료 예약하고, 수술확정 후 1주일 내 수술을 받을 수 있게 한다.

삼성서울병원은 내년 말 완공 예정으로 삼성암센터를 건립 중이다. 여기에는 병상 650개 가 들어선다. 17개의 수술실, 69 병상의 중환자실, 48개의 외래진료실 등이 구비된다. 일평균 1500여 명의 외래 암환자와 700여명의 입원환자가 아시아 최고 수준의 암 전문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 센터가 완공되면 이 병원은 2000 병상 시대를 열게 돼 진료의 질은 물론 규모면에서도 최대가 된다.

삼성병원은 디지털화를 앞당겨 고객 서비스를 강화했다. 미국·일본·중국에서 매년 1000여명의 의료진들이 이 병원의 디지털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온다.

협력병원제도를 도입,1·2차 병원과의 새로운 협력모델을 구축하기도 했다.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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