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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베이징 덮친 최악 미세먼지, 서울 오는 데 이틀 걸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연이틀 수도권에 비상저감 조치가 내려진 14일 서울 광화문일대가 짙은 미세먼지로 뿌옇게 보인다. 변선구 기자

연이틀 수도권에 비상저감 조치가 내려진 14일 서울 광화문일대가 짙은 미세먼지로 뿌옇게 보인다. 변선구 기자

관측 사상 최악의 초미세먼지 오염을 기록했던 지난 14일을 전후해 중국 오염물질이 집중적으로 한반도에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번 미세먼지 유입은 베이징 등 중국 수도권과 칭다오 등 산둥성, 서해 백령도를 거쳐 서울 등 수도권으로 순차적으로 이동했다.

9~15일 일주일간 한·중 오염도 비교

지난 14일 기상청 기상항공기에서 바라본 서해안 지역의 미세먼지. 600m 이상의 고도에서는 파란 하늘이 보였지만(윗쪽), 낮은 고도에서는 미세먼지가 짙게 깔려 있음을 볼 수 있다. [사진 국립기상과학원]

지난 14일 기상청 기상항공기에서 바라본 서해안 지역의 미세먼지. 600m 이상의 고도에서는 파란 하늘이 보였지만(윗쪽), 낮은 고도에서는 미세먼지가 짙게 깔려 있음을 볼 수 있다. [사진 국립기상과학원]

17일 중앙일보가 지난 9~15일 일주일 동안 중국과 한국의 대기오염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중국 오염물질은 11일부터 한반도로 들어오기 시작했고, 13~14일에 집중적으로 유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분석은 한국환경공단의 대기오염 정보 사이트 에어코리아(Air Korea)의 초미세먼지(PM2.5) 자료와 중국 생태환경부 홈페이지에서 발표하는 도시별 일평균 대기환경지수(Air Quality Index, AQI)를 바탕으로 진행했다.

AQI는 초미세먼지 농도 자체는 아니지만 이번처럼 초미세먼지가 주요 오염 요인일 경우 초미세먼지 농도에 크게 좌우된다.

베이징은 12일 피크 보인 후 감소

중국 베이징의 심각한 스모그. 베이징 시내 징산공원에서 내려다본 자금성이 스모그로 덮여 있다. 베이징=강찬수 기자

중국 베이징의 심각한 스모그. 베이징 시내 징산공원에서 내려다본 자금성이 스모그로 덮여 있다. 베이징=강찬수 기자

베이징(北京)과 텐진(天津), 탕산(唐山·허베이 성) 등 중국 수도권 지역의 경우 AQI 수치가 10일부터 가파르게 증가하기 시작해 12일 297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13일부터는 감소하기 시작해 15일에는 60으로 떨어졌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또, 한반도에 가까운 지난(濟南)·칭다오(靑島)·리자오(日照) 등 산둥성 도시들은 하루 뒤인 11일부터 AQI 수치가 뛰기 시작했다.

산둥성 지역은 13일 AQI가 293으로 피크를 나타냈고, 14일에도 285를 기록했다. 13~14일 이틀에 걸쳐 피크를 보인 셈이다.

13일 백령도가 서울보다 오염 심해

백령도 미세먼지 관측소. [중앙포토]

백령도 미세먼지 관측소. [중앙포토]

서해를 사이에 둔 백령도에서도 11일부터 초미세먼지 농도가 상승했다.
9일은 초미세먼지 일평균 농도가 ㎥당 13㎍(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으로 '좋음(15㎍/㎥ 이하)' 수준이었으나, 10일은 30㎍/㎥으로 '보통(16~35㎍/㎥)'을, 11일과 12일은 57㎍/㎥으로 '나쁨(36~75㎍/㎥)' 수준을 보였다.

특히 13일에는 백령도의 초미세먼지 일평균치가 97㎍/㎥으로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의 80㎍/㎥보다 뚜렷하게 높았다.
이후 백령도는 14일 120㎍/㎥까지 오른 뒤 오염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백령도에서는 전체적으로 13일 오후부터 14일까지 피크를 보였다.

서울 등 수도권의 경우 11일부터 14일까지 초미세먼지 농도가 꾸준히 증가했다. 10일까지만 해도 35㎍/㎥으로 '보통' 수준이었으나, 11일 58㎍/㎥, 12일 68㎍/㎥, 13일 80㎍/㎥까지 상승했다.
수도권에서는 14일 122㎍/㎥까지 치솟아 2015년 초미세먼지 공식 측정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다.
수도권의 미세먼지는 15일 오전까지도 기승을 부렸으나, 이날 낮부터 차가운 북서풍이 불면서 미세먼지가 빠르게 흩어져 일평균치는 82㎍/㎥를 기록했다.

14일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효된 가운데 이날 오전 인천시 송도에 있는 건물과 도로가 미세먼지로 뿌옆게 보이고 있다. [뉴스1]

14일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효된 가운데 이날 오전 인천시 송도에 있는 건물과 도로가 미세먼지로 뿌옆게 보이고 있다. [뉴스1]

전남·경북·경남 등 한반도 남부지방에서도 11일부터 초미세먼지 오염도가 상승하기는 했으나, 수도권 등 중부지방에 비해 전반적으로 미세먼지 오염이 덜했다.

남부지방은 14일 초미세먼지가 61㎍/㎥로 수도권의 절반 수준이었다.
15일 남부지방에서는 중부지방의 미세먼지가 밀려 내려왔고 강한 바람에 확산도 일부 진행되면서 전날과 같은 61㎍/㎥을 보였다.
남부지방의 경우 14~15일이 피크였던 셈이다.

고기압이 중국 오염물질 끌어와

서해 영종도와 가까운 인천 서구 일대가 미세먼지 등의 영향으로 뿌옇게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서해 영종도와 가까운 인천 서구 일대가 미세먼지 등의 영향으로 뿌옇게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중국 수도권(12일) → 산둥성 (13~14일)→ 백령도 (13~14일) → 수도권 (14일) → 남부지방(14~15일) 순서로 '오염 피크'가 나타났다.
이에 따라 중국의 오염물질이 13~14일 한반도로 집중 유입이 됐음을 알 수 있다.

한국외대 장거리 이동 오염물질 연구센터의 박일수 소장은 "13일 오후부터 고기압이 중국 쪽에서 서해로 이동했고, 14일에는 서해 상에 자리를 잡고 정체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13일 백령도의 오염도가 서울보다 높았다는 것은 중국 영향을 크게 받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대기오염물질을 지닌 고기압이 동쪽으로 이동한 뒤 14~15일 서해 상에서 정체하는 바람에 한반도 상공에 오염물질이 축적됐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한반도 남해안에서는 남쪽 저기압의 영향을 받아 바다에서 육지로 바람이 강하게 불어온 덕분에 14일에도 오염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덧붙였다.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도 "11일에는 오염물질이 북쪽에서 내려왔고, 12일에는 동풍이 불어 오염물질이 다소 희석됐다"며 "13일에는 다시 중국 오염물질이 서쪽에서부터 백령도를 거쳐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장 센터장은 "13일 중국 오염물질이 중부지방으로 집중해서 들어온 후 국내 자체 오염물질까지 더해지면서 14일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이번 주말 초미세먼지가 다시 크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장 센터장은 "시베리아 고기압에서 떨어져 나온 고기압이 변질돼 서해에 자리 잡으면서 중국 오염물질을 한반도로 끌어들이는 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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