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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송금지곡 선정기준 모호 해적판만 판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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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방송·음반제작이 금지된 외국팝송 가운데 일부는 마당히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The House of The Rising Sun』 『Bohemian Rhapsody』 『Who'll Stop The Rain』 『Gone The Rainbow』‥‥. 올드팬의 추억어린, 또 한때 세계를 풍미했던 이곡들이 「폭력」 「퇴페」 「반전」등의 딱지에 묶여 무대에 못오르고 있다.
미 뉴올리언스의 구전민요인 『The House‥‥』은 청소년의 퇴페를 부추긴다는게 금지 이유. 그러나 노름에 미친 아버지와 삯바느질로 연명하는 어머니를 둔 미국식 결손가정의 자녀문제를 고발하는, 오히려 교훈적 내용을 담고 있다는 평이다.
인간의 방랑벽을 노래한 『Bohemian‥‥』는 가사중의 청소년가출 내용이 문제.
한때의 방황과 잘못은 누구나 있을수 있다는 점에서 「불건전」운운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런던 심퍼니의 연주에 실린 이곡은 작품의 완성도에서 록클래식의 명품으로 꼽힌다.
또 「반전」의 족쇄가 채워진 『Gone…』 『Blowing in The Wind』 『Wlho'll…」등은 명분을 못찾은채 월남전에 휩쓸린 미국 젊은이들의 고뇌와 고통을 노래한 곡들일 뿐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이 금지곡들은 60∼70년대에 걸쳐 세계는 물론 국내인기차트를 석권한 곡들로 지난 유신과 5공시절 경직된 체제의 관료적 발상의 덫에 걸린 인상이 짙다.
이통에 불법 해적음반이 판을 치는 부작용을 빚고 있다. 곡들이 워낙 인기가 높다보니 지하시장이 형성되고 이를 틈타 해적판이 베스트셀러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해적판은 라이선스업체에겐 상대적 피해를, 팝애호가에겐 저질음반을 강요하는 이중삼중의 피해를 입히고 있다.
특히 중·고교생이 주고객인 테이프시장의 경우 아예 「금지곡 퍼레이드」라는 제목의 카세트테이프가 리어카상을 중심으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팝평론가 전영혁씨는 『물론 외설스럽고 극도의 퇴페감을 조장하는 곡들은 어느정도 규제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단순히 불건전·불온등의 막연하고 모호한 이유로 괜찮은 곡들을 못듣게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폭력』이라고 말한다.
전씨는 『모든 일이 거의 그렇지만 팝송의 경우도 기관에 의한 강제규제보다는 레코드사·PD·DJ등 전문가들의 자율적 판단에 맡겨야 하며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을 물으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씨는 특히 별 문제가 없는 『The House…』등은 당장 풀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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