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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린의 아라비안나이트] UAE 옥류관서 평양랭면 먹어보니 "동포라 10% 깎아준겁네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5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위치한 북한식당 옥류관. 저녁에는 20대 북한여성들이 무대에서 칼군무 공연을 펼쳤다. 아부다비=박린 기자

15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위치한 북한식당 옥류관. 저녁에는 20대 북한여성들이 무대에서 칼군무 공연을 펼쳤다. 아부다비=박린 기자

15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시내의 북한식당 옥류관을 가봤다. 한국축구대표팀 훈련이 열린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도보 7분 거리에 위치했다. 5성급 호텔 그랜드 밀레니엄 알 와다의 1층에 있고, 한옥모양 입구에 한글간판 ‘옥류관’이라고 적혀있었다.

아시안컵 열린 아부다비에 북한식당 #랭면 시키니 평양식으로 비벼줘 #꿩 대신 닭, 돼지고기 대신 소고기 #20대 북한여성 칼군무 공연 #한그릇 2만6000원인데 10% 할인

아부다비 5성급 호텔 그랜드 밀레니엄 알 와다의 1층에 위치한 옥류관. 한옥모양 입구에 한글간판 옥류관이라고 적혀있었다. 아부다비=박린 기자

아부다비 5성급 호텔 그랜드 밀레니엄 알 와다의 1층에 위치한 옥류관. 한옥모양 입구에 한글간판 옥류관이라고 적혀있었다. 아부다비=박린 기자

홀에는 테이블이 10개 남짓됐고, 묘향산·대성산 등 북한의 산이름이 붙은 별실도 마련됐다. 테이블은 절반 정도 찼는데, 16일 한국-중국의 아시안컵 경기가 열려서인지 손님 대부분은 동양인이었다.

오후 7시55분경 도착하니 식당 무대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북한여성 3명이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치마에 하이힐을 신고 마치 걸그룹처럼 절도있는 ‘칼군무’를 펼쳤다. 앞서 한복을 차려입고 가야금을 연주하기도 했다.

옥류관에서 북한 여성이 한복을 차려입고 가야금 연주를 했다. 아부다비=박린 기자

옥류관에서 북한 여성이 한복을 차려입고 가야금 연주를 했다. 아부다비=박린 기자

약 30분간 공연을 펼친 북한 여성들은 옷을 갈아입더니 음식 서빙을 했다. 가져다 준 메뉴판에는 ‘우리식당 인기료리’는 글귀와 함께 평양랭면, 개성왕만두찜, 칠보산더덕구이 등이 적혀있었다.

메뉴판에는 우리식당 인기료리는 글귀와 함께 평양랭면, 개성왕만두찜, 칠보산더덕구이 등이 적혀있었다. 아부다비=박린 기자

메뉴판에는 우리식당 인기료리는 글귀와 함께 평양랭면, 개성왕만두찜, 칠보산더덕구이 등이 적혀있었다. 아부다비=박린 기자

고민없이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만찬 메뉴로 주목받았던 ‘옥류관 평양랭면’을 시켰다. 개성왕만두찜도 함께 주문했다. 냉면이 나오기까지 약 15분 정도 걸렸다.

사전음식으로 땅콩, 무생채, 마늘종이 나왔다. 냉면과 함께 평양식 녹두전이 1+1 서비스처럼 따라나왔다. 북한 종업원은 “메밀과 녹두는 궁합이 잘맞아서 함께하면 감칠맛이 살아납네다”라고 소개했다.

북한 평양냉면과 서비스로 나온 평양식 녹두전. 그리고 개성왕만두. 아부다비=박린 기자

북한 평양냉면과 서비스로 나온 평양식 녹두전. 그리고 개성왕만두. 아부다비=박린 기자

투명한 육수에 검정색 면, 그 위에는 오이와 계란, 고기가 올려져있었다. 북한 여성 종업원이 직접 양념장과 겨자, 식초를 곁들여 평양식으로 비벼주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그냥 먹겠다고 했다가 다시 평양식으로 부탁했다. 그러자 북한 종업원은 “남자가 이랬다 저랬다 합네까”라고 웃으면서 핀잔을 줬다.

북한과 수교관계인 UAE에는 아부다비와 두바이에 옥류관이 있다. 남북관계가 해빙무드로 전환되면서 요즘엔 교민들은 물론 한국인들이 자주 찾는다고 했다.

북한 여성 종업원은 한국 기자에게 스스럼없이 농담을 건넸다. 그는 “랭면의 육수는 뭘로해야 진짜배기인지 아십네까? 꿩입네다. 꿩 대신 닭이란 말이 있지 않습네까? 여기에서는 닭이 들어갑네다. 고기도 돼지고기가 아니라 소고깁네다”라고 말했다.

북한 여성종업원이 직접 양념장과 겨자 식초를 곁들여 평양식으로 비벼줬다. 아부다비=박린 기자

북한 여성종업원이 직접 양념장과 겨자 식초를 곁들여 평양식으로 비벼줬다. 아부다비=박린 기자

UAE는 이슬람 율법상 돼지고기를 금한다. 개성왕만두찜 안에도 닭고기가 들어갔다. 종업원은 “계란을 먼저 먹어야 소화가 잘됩네다. 그리고 면은 잘라 먹으면 안됩네다. 명의 길이가 줄어듭네다”라고 농담을 이어갔다.

한국에서 평양냉면 맛집을 찾아다녔지만, 옥류관 평양랭면은 어디서도 먹어보지 못한 맛이었다. 맛을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오묘했다. 육수는 맑은편이고 깊은 맛이 느껴졌다.

하지만 솔직히 면은 다소 질긴편이고, 육수는 조금 짠 편이었다. 한국식 시원한 국물이 아니라 어색했다. 동행한 후배 기자는 “새로운 경험을 원한다면 추천해주고 싶다. 단, 만약 통일이 되더라도 평양에 찾아가서 두 번 먹을 정도는 아니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평양랭면 가격은 한그릇에 85.4디르함, 우리돈으로 2만6082원이다. 만두는 73.2디르함(2만2357원)이고, 사전음식도 15디르함(4581원)을 받았다. 석유재벌국 UAE에 있다보니 가격은 비싼 편이었다.

계산서를 보니 ‘10% 디스카운트’가 적혀있었다. 북한 여종업원은 “같은 동포라 10% 깎아주는겁네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북한 담배 금강산. 한값에 1만5000원. 아부다비=박린 기자

북한 담배 금강산. 한값에 1만5000원. 아부다비=박린 기자

이 종업원은 ‘금강산’이란 북한 담배도 추천해줬다. 가격은 한갑에 50디르함(1만5270원). 담배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으니 “아까 동영상 촬영을 못하게해서 미안합네다. 이왕 찍는거 보루로 찍으십쇼”라면서 담배 한보루를 꺼내줬다.

앞서 식사 중 사진촬영은 됐지만 동영상 촬영은 엄격하게 금했다. 신기한 건 카운터 안쪽으로 아이폰 휴대폰이 보였다. 기자가 “선생님, 휴대폰은 손님건가요?”라고 물으니 종업원이 “제 겁네다”라고 답했다.

아부다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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