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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광고, 추억을 건드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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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上) 1980년대 초 흠모했던 여고생이 등장하는 브라운스톤 아파트 광고.
(中) 추억의 음악을 매개로 아파트 단지에서 옛 연인을 만나는 삼성래미안 아파트 광고.
(下) 두 중년 남녀가 10여 년 만에 조우하는 내용의 현대차 그랜저 광고.

#장면 1.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던 장서희가 단지 내 유비쿼터스 장치인 키오스크에 다가가 즐겨 듣는 음악을 틀려는데, 누군가 선수를 친다. 추억의 노래를 먼저 튼 사람은 옛 연인. 10여 년 전 사랑했던 그 남자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그녀의 가슴은 설렌다. 삼성 래미안 아파트 광고다.

#장면 2. 두 중년 남녀가 회전문을 사이에 두고 조우한다. 10여 년의 세월은 배경음악 'try to remember'에 그대로 묻어난다. 이들은 느낌만 공유할 뿐 그냥 스쳐 지나간다. 남자는 잠시 망설이다 자신의 중형차에 올라탄 뒤 떠나가고, 여자는 혼자 중얼거린다. "참 많이 변한 당신, 멋지게 사셨군요." 현대차 그랜저 광고다.

추억에 호소하는 레트로 광고(회상 광고.retrospective)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람들의 가슴속 추억을 끄집어내 브랜드 이미지를 감성적으로 각인시키는 광고다. 레트로 광고는 디지털 시대의 속도와 효율에 매몰된 현대인들에게 향수와 추억이라는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일깨운다.

래미안 광고를 만든 제일기획 박정호 국장은 "추억 속 연인과의 재회를 통해 주 타깃인 30대 여성들의 감성을 자극하려는 의도"라며 "이뤄지지 못한 사랑에 대한 여운은 인간의 보편적 심리"라고 말했다.

그랜저 광고를 만든 광고대행사 이노션의 이상석 차장은 "옛 연인이 성공한 자신의 모습을 인정해 주길 바라는 심리를 자극했다"며 "중형차는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초 방영된 브라운스톤 아파트 광고도 1980년대 초 교복을 입은 여고생(김정은)을 등장시켰다. '그녀는 지금 어디에 살고 있을까?'라는 카피는 중년층으로 하여금 학창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크리에이티브에어 관계자는 "광고 속 회상 장면은 중년 소비자의 공감을 불러일으켜 감성적 소비를 자극하는 장치"라고 분석했다.

레트로 광고는 경제력을 갖춘 386세대의 소비욕구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타깃 세분화 광고라는 평가다. 아파트.중형차 등의 품목에 레트로 광고가 집중되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삼성경제연구소 이민훈 연구원은 "과거를 회상할 만큼 경제적 여유와 안정을 갖춘 중년층 소비자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것"이라며 "이들의 경제적 여유를 부각시켜 주는 방법으로 회상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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