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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앙포럼

포털도 언론의 책임 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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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야당 의원들이 포털사이트에 대해 언론의 책임을 묻는 법안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그동안 포털은 야당이나 우파 진영에서 지나치게 친정부적이란 비판을 받아 왔다. 그렇다면 야당 의원들이 친정부 인터넷 매체를 규제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과연 그렇게만 봐야 할까.

포털은 1990년대 후반 뉴스를 공급하기 시작한 뒤 '공룡 언론'으로 급부상했다. 인터넷 사이트 조사기관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3월 대형 포털 두 곳의 뉴스 접속 건수는 약 2000만 건씩이었다. 뉴스 인터넷 사이트 접속자의 최소 세 배 이상이었다. 포털의 최대 장점은 링크.즉시성.상호작용성.멀티미디어.시공초월 등을 무기로 한 개방성.속보성.편리성에 있다.

19일 새벽 월드컵 프랑스전에서 맹활약한 박지성 선수를 포털에서 검색해 보자. 그에 관한 각종 뉴스와 자료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 뉴스.블로그.댓글 등 다양한 뉴스를 공급하는 포털은 뉴스 백화점이자 허브다. 그래서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지난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어린이집 초등학생 자매 폭행 사건'도 네티즌이 포털에 올려 알려졌다.

그러나 포털은 다양한 언론매체로부터 받은 뉴스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역기능을 한다. 지난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이 24일간 주요 포털들의 메인 화면 뉴스를 조사했다. 그 결과 뉴스의 85%에서 제목이 수정됐다. 스포츠.연예 등 연성 뉴스가 45%였고, 사건 뉴스도 흥미 위주였다. 당시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보다 흥미 위주의 포털 보도 형태로 인해 언론의 사회 감시 기능이 약해지고 언론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할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잘못 전달된 정보에 대한 책임의식도 매우 낮아 피해자 모임도 생겼다. 포털은 뉴스 배치 과정에서도 상당한 권력을 행사한다. 자신들이 마음에 드는 뉴스는 눈에 잘 띄게, 그렇지 않은 뉴스는 구석에 처박아 놓는 식이다. 그러니 올해 "포털 뉴스는 대한민국 언론을 지배하는 편집장 위의 편집장"(자유언론인협회)이란 비판이 제기됐고, '2007 대권! 포털이 결정한다?'는 책도 출간됐다. 편파 보도 논란도 많다.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언급한 것도 같은 뜻이 아니었을까.

그런데도 이상하게 포털은 정식 언론이 아니다. 신문법상 '주간 게재 기사의 30% 이상을 자체 생산 기사로 게재할 것' 등의 규정에 미달하기 때문이다. 대신 포털은 정보통신부의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가치사업자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포털에 있어 뉴스는 커뮤니티 등 다른 콘텐트와 같이 접속을 늘리기 위한 수단의 하나다. 포털로선 눈길을 끄는 선정적인 기사를 더 선호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많은 언론학자는 포털의 기능을 보면 언론매체라고 말한다. 언론의 주요 기능은 뉴스 생산.편집.공시다. 포털은 이 중 편집.공시를 한다. 뉴스 선정은 게이트키핑이며, 제목 수정은 의제 설정이다. 이 정도면 번듯한 언론이다. 이런 논란 때문에 대부분 외국 포털은 뉴스 제목만 올리고 언론매체에 링크해줄 뿐 직접 기사를 전달하지 않는다.

이제 제도적으로 포털의 언론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2003년에도 국회에서 이와 관련된 토론회가 열려 "인터넷 시대에 걸맞은 종합적인 매체법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무산됐다. "여당이 친여권 매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있었지만, 그렇다면 오산이다. 현재대로라면 포털은 어느 정부에서든 친정부적일 수밖에 없다. 언론계에선 방송.통신 등의 융합과 함께 포털처럼 뉴스 생산과 유통이 분리되는 새로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야 건전한 언론.시민 문화가 발전할 수 있다.

오대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