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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적한 현안 무거운 발길|내일 임시국회 6개항 쟁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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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실추된 정치권의 권능 회복과 각종 폭발적인 정치현안의 원내수렴이 시급한 가운데 제146회 임시국회가 3주간의 회기로 9일 열린다.
이번 임시국화는 지난 2월 국회에서 못다 한 5공 청산과 악법개폐 작업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국민요구가 극대화 돼 있는 데다 동의대 경찰관 참사사건에 따른 폭력방지 장치마련, 문 목사 사건처리와 이와 관련한 통일정책확립, 학원과 노사분규, 경찰관 집단사표와 신도시 개발문제 등 풀어야할 과제들이 엄청나게 많아 과거 어느 때보다 숙제도 많고 짐도 무거운 국회가 될 것 같다.
여야가 현 시국을 위기상황으로 공감하고 따라서 이번 국회가 정치권의 시국수습과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어야한다는 점에는 의견일치를 보이면서도 구체적인 현안에 가면 상당한 시각차이를 드러내고 있어 과연 얼마만큼 실효를 거두는 국회가 될지는 미지수다.
부랴부랴 공조체제를 복원한 야3당도 감정의 앙금을 완전해소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안별로 의견을 달리하고 있으나 정국불안·경제위기를 야기한데 따른 책임을 물어 내각불신임 공세를 펴는 등 강공 작전을 구사하고 있고 정부·여당은 좌경·학원·노사문제에 대한 강경책을 굽힐 생각이 없어 벌써부터 파열음이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이번 국회에서 다루어질 각종 현안에 대한 각 당의 입장을 정리해 본다.
◇반 폭력법 제정=여야는 동의대사건을 계기로 화염병투척 등 과격 폭력행위는 물론 각목·휘발유·신나·죽창 등 폭력도구도 규제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함께 하고 정부가 지난 2월 국회에 제출했던 「화염병 사용 등 처벌에 관한 법」을 확대, 제반 폭력과 파괴행위의 추방을 위한 「파괴활동 방지 법」을 제정키로 했다.
그러나 여기에 최루탄을 포함시킬지의 여부에 대한 여야간·야당간 의견차이가 커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평민·민주당은 최루탄을 「공권력의 폭력」으로 간주, 이 법에 포함 시켜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정·공화당은 폭력 그 자체인 화염병과 공권력의 최소한의 수단인 최루탄을 동일시 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민정당이 대안의 하나로 최루탄의 제조·관리·사용을 경찰직무 집행 법에 규정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고, 이에 민주당도 동의를 표시하는 등 탄력성을 보이고 있어 이런 방향으로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경찰중립화=야당은 공안위원회를 설치, 경찰의 중립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민 정당 측은 공안위원회 신설 은 장기적 과제이고 우선 경찰청(또는 치안청)으로 독립시키는 점진적 중립화 방안을 제시하고 있어 이번 회기 내에 타결될지는 미지수다.
◇5공 청산=5공 비리와 광주문제가 조속히 해결돼 특위활동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점에는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제는 전두환·최규하씨 증언과 정호용·이원조씨 등 5공 핵심인사 처리에 대한 여야간 이견. 그나마 전·최씨 증언은 이미 마련된 답변서를 들고 국회에 나와 비공개로 증언하는 방식에 의견접근을 보이고 있는 상태(최씨는 이 방법마저 거부하고 있다)이나 정·이씨 등 핵심인사 처리문제에는 여야간 의견이 도저히 접근될 조짐이 없다.
이에 대한 민정당의 기본입장은 △두 전직대통령의 증언으로 특위활동을 종결짓고 △증언추진에 앞서 광주특별법을 제정, 보상문제를 우선적으로 다룬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정·이씨 처리는 특위에서 위증 등 혐의로 고발조치 하는 것까지야 막을 수 없지만 그 밖의 어떠한 사법처리나 의원직 사퇴등 정치적 문책도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며 당사자들도 자진 사퇴 등의 방법을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야당 측도 명분상 물러서기 어려운 입장. 특히 민주당이 동해매수사건, 심완구 의원 손찌검사건, 김영삼 총재의 소환 조사불응 문제 등으로 하강 분위기를 역전시키는 계기로 삼기 위해 전·최씨 증언과 핵심인사 처리문제에 있어 강성 쪽으로 돌고있어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5공청산은 결국 무망한 게 아니냐는 비관론이 우세한 형편이다.
광주특별법에 따른 보상수준에 있어서도 평민 당은 3억원을, 민정당은 최고 1억원을 제시하는 등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악법개폐=평민·민주당은 이번 국회에서 당력을 집중해 안기부 법·국가보안법·사회안전법을 반드시 개폐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민정·공화당도 「독소조항」제거에는 동의하고 있으나 좌경에조차 속수무책 일수 없다는 보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4당 합의의 전망은 어둡다.
안기부법의 경우, 평민·민주당은 당초 △안기부 명칭을 대외 정보처로 바꾸고 △직무 범위를 국외 및 대북 정보의 수집에 한정, 일체의 수사권을 폐지하며 △국회의 예산심사 및 국정조사와 감사원 감사에 있어 자료의 제출·증언 및 답변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서슬 퍼런 공동 안을 내놓았다가 공화당의 절충으로 △대공수사권은 인정하고 △안기부의 업무·예산통제를 위해 국회 내에 정보특위를 신설하자는 야3당 안으로 조정했다.
정부·여당이 현재까지 마련한 개정안 골자는 『정보와 수사의 분리는 있을 수 없다』는 인식아래 정보수집은 종래의 국외정보와 국내 보안정보의 2분 법에서 △방첩 △대 정부 전복 △대 테러 △대북 및 해외정보의 4가지로 세분하되 수사권에 있어서는 국가보안법 제7조 (반국가 단체찬양·고무) 등 대북 죄에 대한 수사권은 그대로 존속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가보안법 정비문제는 문 목사 사건과 걸러있어 남북 교류특별법 제정문제와 함께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고 있다.
평민·민주당은 보안법의 완전 폐지를 주장하면서 필요한 법 조항은 형법에 흡수시키자는 안을 내놓고 있는 반면 공화당은 보안법을 폐지하는 대신 「민주헌정 수호 법」으로 대체입법하기로 하고 구체안을 마련중인데 보안법 폐지를 반대하고 개정만을 주장해온 법무부 등 정부·여당은 문 목사 사건이후 현재 제출해 놓은 개정안에서 더 물러설 수 없다는 강경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사회안전법은 여야가 지난 국회 때 우여곡절 끝에 보호감호를 폐지하고 보안관찰을 신설하는 개정안을 극적으로 타결, 법률 개폐특위의 표결절차만을 기다리고 있다.
◇재의 법안(대통령 거부권행사)처리=4당 합의로 처리 됐던 노동쟁의 조정법과 국민의료보험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행사로 야당 측이 강영훈 국무총리와 노동부·보사부장관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는 사안이다.
민 정당은 4개재의 법안 중 국민의료보험 법은 정부안의 통과에 노력하고 노동조합법과 노동쟁의 조정법은 현행법을 그대로 두고 운영을 개선해 나가기로 내부방침을 정했으나 지자제 법은 여야합의에 따라 조정키로 했으나 각 당간의 의견이 저마다 다른 상태에 있다.
특히 민 정당은 지난 노태우-김대중 회담에서 합의한 금년내 자치단체장 선출 시범실시조차 『선정에 부작용이 많다』는 이유 등을 들어 불가를 선언하고 90년에 광역단체의회, 91년에 광역단체장, 93년에 기초의회 구성 및 단체장선출 등 지자제실시를 늦추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되고 있다.
반면 야3당은 금년 내 광역자치단체 의회구성과 5개 직할시장선출을 마치고 내년에 기초단체의회와 서울시장 등 나머지단체장 선출을 하자는데 합의, 이를 관철한다는 입장이다.
◇물가불안 등 민생문제=이번 국회에선 아파트 투기 등 부동산대책과 신도시건설을 두고 이를 정부의 실책이라고 주장하는 야당과 정부사이에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다만 대미통상마찰 해소에 있어 정부·여당만으로는 협상에 한계가 있으므로 정치권 전체가 노력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대미사절단 파견 등에서는 공동보조를 보여줄 것이다.<고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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