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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쓰고 실내 시설로 피신…미세먼지 오늘도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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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이며 수도권에 올해 첫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 된 13일 오전 부산 남구 황련산에서 바라본 부산 시내가 뿌옇게 보이고 있다.송봉근 기자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이며 수도권에 올해 첫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 된 13일 오전 부산 남구 황련산에서 바라본 부산 시내가 뿌옇게 보이고 있다.송봉근 기자

대기 정체로 국내외 미세먼지가 축적된 데다 중국발 스모그까지 유입되면서 14일 미세먼지는 더 짙어질 전망이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에 따르면 오늘 수도권·강원 영서·충청권·광주·전북은 미세먼지 농도 ‘매우 나쁨’을, 그 밖의 권역은 ‘나쁨’으로 예상된다. 그 밖의 권역에서도 ‘매우 나쁨’ 수준을 보일 수 있다. 전날 제주는 ‘보통’ 수준이었으나 ‘나쁨’으로 한 단계 올랐고, ‘나쁨’이던 서울·인천·강원·대전·충청·광주·전남·영남권도 미세먼지 수치가 더 나빠졌다.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이상이면 노약자가 아니더라도 장시간 또는 무리한 실외 활동을 제한해야 한다. 특히 눈이 아프거나 기침, 목의 통증으로 불편한 사람은 실외 활동을 피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올해 들어 처음 서울·경기·인천 지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됐던 13일 시민들은 영상 7도까지 오르는 등 비교적 포근한 날씨에도 실내시설로 피신하는 모습이었다.

13일 바깥 활동이 어려워지자 시민들이 서울 삼성동 코엑스 지하에 위치한 별마당도서관에서 책을 보며 휴일을 보내고 있다. 김상선 기자

13일 바깥 활동이 어려워지자 시민들이 서울 삼성동 코엑스 지하에 위치한 별마당도서관에서 책을 보며 휴일을 보내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날 정오 무렵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은 실내 나들이를 온 방문객으로 붐볐다. 유모차를 끌고 온 부모들은 미세먼지를 막기 위해 유모차 입구를 단단히 여몄다. 별마당 도서관에서는 온 가족이 마스크를 하고 책 읽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아이와 함께 코엑스몰을 찾은 김모(37)씨는 “이렇게 먼지가 심한 날은 가족들과 갈 곳이 마땅치 않다”며 “아이들 때문에 집에만 있기는 그래서 실내로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미세먼지가 걱정돼 남편과 아이도 다 마스크를 하고 다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엑스몰 운영사인 신세계 관계자는 “확실히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눈에 띄게 사람이 몰린다”고 전했다.

실내 아이스링크와 놀이시설을 갖춘 롯데월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요즘 경기의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손님이 줄었는데, 그래도 이렇게 날씨가 안 좋은 날은 손님이 늘어난다”며 실내와 야외 공간의 손님 수 차이가 크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날은 확실히 대목”이라고 했다.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13일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이 운영을 중단했다. 강정현 기자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13일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이 운영을 중단했다. 강정현 기자

반면 야외시설은 한산했다. 서울 시청광장의 스케이트장은 초미세먼지 주의보로 운영을 중단했다. 30분가량의 짧은 시간에도 네 가족이 헛걸음하고 돌아갔다. 두 아이와 함께 시청광장을 찾았던 최민혜(40)씨는 “컬링 해볼까 해서 왔는데 못 해서 아쉽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주변을 걷는 이들도 눈에 띄게 적었다. 그나마 주변을 지나는 이들은 대부분 가까운 지역에 거주하는 노인들이었고, 두 명 중 한 명은 마스크를 착용했다. 김모(75)씨는 “며칠 만에 날이 풀려 산책을 나왔다”며 “그래도 미세먼지가 걱정돼 마스크를 썼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효된 13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 한 카페. 1층부터 3층까지 모든 좌석이 손님으로 가득찼다(위). 반면 같은 시각 석촌호수 인근 카페 테라스에는 포근한 날씨에도 손님이 2명 뿐이다. 남궁민 기자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효된 13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 한 카페. 1층부터 3층까지 모든 좌석이 손님으로 가득찼다(위). 반면 같은 시각 석촌호수 인근 카페 테라스에는 포근한 날씨에도 손님이 2명 뿐이다. 남궁민 기자

호수 주변은 한적했지만, 인근 카페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3개 카페를 방문했는데 빈자리가 있는 곳은 1곳에 불과했다. 직장인 이지현(27)씨는 “뉴스를 보니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해 밥 먹고 바로 카페에 왔다”며 “날씨가 따뜻해 평소였으면 산책했겠지만, 오늘은 카페에만 있을 생각”이라고 전했다.

15일 오후부터는 미세먼지 농도가 점차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립환경과학원은 “15일 오전 전국의 미세먼지 수치는 ‘나쁨’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낮 동안 대기확산이 원활해지면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남쪽으로 내려가고, 중부지역부터 점차 농도가 낮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가영·남궁민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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