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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아빠' 투자법 알려줬는데, 우린 왜 실행 못하나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34)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20주년 특별 기념판. 로버트 기요사키 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20주년 특별 기념판. 로버트 기요사키 저.

최근 20주년 기념판이 출간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는 두 가지 면에서 별난 책이다.

첫째, 수명이 엄청 길다. 재테크, 투자, 자산관리 관련 책은 일반적으로 수명이 6개월 길면 1년이다. 책을 내고 6개월이 지나면 법과 제도가 바뀌어 있고, 금융 경제 상황이 바뀌어 있기 때문에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는 20년을 살아남았다. 전 세계 4000만부가 넘게 팔린 책이 20주년 기념판을 내고 아직도 살아남아 독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두 번째로 재테크 책치고 엄청 욕을 많이 먹은 책이다.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천박하다, 삶을 돈으로만 해석하려고 한다, 보통사람들의 삶을 폄하한다 는 등의 비판을 많이 받았다. 처음 읽었을 때 나도 그랬다. 하지만 20여년이 흐르고 난 뒤, 다시 읽어 보니 지금도 의미 있는 내용이 많고, 삶에 적용을 고민해야 할 충고들도 많다. 그래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다양한 교훈 중에서 지금도 의미 있고 나누고 싶은 내용을 세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부자 아빠’와 ‘가난한 아빠’는 여전히 존재한다!

가난한 아빠는 ‘안전’을 권하고 부자 아빠는 ‘자유’를 추구하라고 한다. 가난한 아빠는 ‘직장인’이 되라고 하고 부자 아빠는 ‘사업가’가 되라고 말한다. 가난한 아빠는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직장에 다니면서 한 달에 한 번 받는 월급에 기뻐하는 안전한 직장생활을 좋다고 말하고, 다람쥐 쳇바퀴 같은 삶이지만 안전한 삶을 성공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부자 아빠는 그런 삶을 노예 같은 삶이라고 말한다. 부자 아빠는 돈에 대한 지식을 쌓으라고 말하고 돈을 다룰 줄 아는 힘이 필요하고 돈이 있으면 노예 같은 삶을 던져버리고 ‘자유’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 주변에는 가난한 아빠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부자 아빠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돈에 대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람들이 있는 반면, 돈을 많이 가지면 큰일이 생길 것처럼 돈을 갖는 것에 대해 불안하고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로버트 기요사키는 책에서 부자 아빠와 가난한 아빠를 대비시키면서 돈에 대한 상반된 견해가 있으며 어떤 입장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부와 가난이 결정된다고 말한다. 20년 전과 똑같이 오늘도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들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 ‘나는 부자(엄마) 아빠인가? 가난한 아빠(엄마)인가?’ 계속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결심도 해 본다. 수익을 불러오는 진정한 자산 만들기를 2019년에는 시작해 보겠다고!

부채를 줄이고 자산을 늘려라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 그는 자산과 부채에 대해 대출을 끼고 산 집은 부채이고 매월 월세가 나오는 집은 자산이라고 정의했다. [중앙포토]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 그는 자산과 부채에 대해 대출을 끼고 산 집은 부채이고 매월 월세가 나오는 집은 자산이라고 정의했다. [중앙포토]

로버트 기요사키는 자산과 부채에 대해 새롭게 정의한다. 일반적인 정의와 달리 자산이란 수입을 가져다주는 것이고, 부채란 지출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의 정의에 따르면 대출을 끼고 산 집은 부채이고 매월 월세가 나오는 집은 자산이다.

그가 주장하는 자산은 ‘자신이 일하지 않아도 지속해서 돈을 벌어주는 사업체’ ‘월세 등 임대료 수입을 가져다주는 부동산’, ‘주식과 채권’ ‘지적 재산권이나 특허권’ 등 돈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자산을 지속해서 늘여 가면 경제적인 자유를 누릴 수 있고, 부채를 지속해서 늘여 가면 노예의 삶을 살게 된다.

몇 가지 질문을 하게 되었다. 책에 나오는 방법을 활용해서 부자가 될 수 있을까? 나를 포함한 우리 보통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자산을 늘려 자유를 가질 수 있을까? 2019년 지금 우리 현실에서도 그것은 가능한 것일까?

먼저 기요사키의 정의에 따라 평가해보면, 우리의 자산은 대부분 제로다. 대한민국 자산가들의 목록 중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은 수입을 가져다주는 자산이 아니라 대출이자로 돈을 가져가는 부채다. 시간이 지나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부의 크기가 커질 수 있지만 매월 수입을 가져다주지 않고 이자가 계속 나가기 때문에 자산이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자산을 늘려갈 수 있을까?

종잣돈을 먼저 만든다. 이 과정은 푼돈을 아끼고 저축을 활용하는 재미없는 과정이다. 그렇게 모인 종잣돈으로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조그만 오피스텔이나 연립, 아파트를 마련한다. 월세를 받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대출이 있더라도 다 갚고 순수입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러면 그 돈과 계속 저축해온 돈을 활용해서 또다시 월세가 나오는 두 번째 자산을 산다.

첫 번째 두 번째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세 번째 네 번째 갈수록 그 시간은 점점 짧아진다. 그렇게 해서 계속 늘려온 수익으로 조그만 빌딩을 사서 리모델링을 한 다음 임대료를 받다가 가치가 오르면 팔고 새로운 자산을 산다.

너무 뻔하고 진부하고 재미없는 조언이다. 욕하지 마시라. 그런데 이게 맞다! 빌딩을 사고파는 모습으로 바로 직진하려면 방법이 없다. 하지만 지금 빌딩을 하고 파는 사람들의 첫 출발은 종잣돈 마련이었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고 강남 빌딩은 한방에 준비되지 않는다. 지금 종잣돈 마련에서 시작해야 한다. 아니면 평생 가난한 아빠로 살게 된다.

두려움을 극복하라

기요사키는 돈을 관리하고 숫자를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고, 돈을 버는 방법인 투자에 대해서 공부하며, 시장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세금과 법률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앙포토]

기요사키는 돈을 관리하고 숫자를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고, 돈을 버는 방법인 투자에 대해서 공부하며, 시장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세금과 법률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앙포토]

기요사키가 주장하는 부자 아빠의 길을 많은 사람이 가지 못하는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다. 1998년 IMF 경제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롯한 벤처버블붕괴, 신용카드 사태 등 수많은 위기가 오간다. 2019년 현재 가계부채 증가를 비롯한 다양한 위기 요소들이 감지된다. 그래서 우리는 두렵다. 수익이 낮지만 안전한 저축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다. 기요사키는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려면 ‘금융 IQ’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돈을 관리하고 숫자를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고, 돈을 버는 방법인 투자에 대해서 공부하고, 시장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세금과 법률에 대해서 공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좋은 말이긴 한데 참 만만찮다. 언제 하지만 모르면 두렵고 제대로 알면 용기를 낼 수 있다. IMF 경제위기 때 지인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투자’에 대해 토론을 한 적이 있다. ‘지금 주가가 너무 낮게 형성되어 있다, 아무리 경제위기라지만 한국 주가 총액이 일본 NTT 전산 한 회사보다 적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무조건 지금은 투자해야 할 때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결론은 ‘그런데 돈이 없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투자할 용기가 없었다. 금융 IQ가 높아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사람들은 두려움을 극복하고 투자해서 돈을 벌었고 우리는 가진 돈도 두려워서 투자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난 세월, 아주 작은 용기만 있었어도 부자가 될 수 있었던 시간이 참 많았다.

20년 동안 살아남은 재테크 책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교훈 중에서 나누고 싶은 내용을 정리해 봤다. 여전히 수용하기 힘든 지나치게 공격적인 주장들이 있고 인생과 일을 금전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에 대한 반감이 있다. 하지만 처음 이 책을 읽었던 그 날, 부자 아빠의 가르침에 조금 더 진지하게 주의를 기울였다면 나의 자산구조는 조금 달라지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재테크에 대한 책을 읽고 싶다면, 바빠서 많이는 못 읽고 한 두권 읽고 싶다면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에서 시작하라고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이 최고의 책이어서가 아니라 돈과 인생에 대해 평소에 보통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생각에 거칠게 문제를 제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미없지만 돈에 대해서, 부와 가난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이면 20년 동안 재테크 서적 분야에서 살아남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성진 한국재무심리센터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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