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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기식 교육 사회불안 요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외국 통신사의 한 기자가 최근 한국의 암기식 교육은 사회불안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대인위주 교육이 사회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미국 AP통신사 「켈리·티니」기자의 한국교육문제점에 관한 기사의 요약이다.
6살짜리 꼬마들이 산수문제를 거의 필사적으로 풀고 있다. 이윽고 선생님께 먼저 대답하기 위해 서로 다투어 손을 쳐든다. 엄격하고 체계화된 학교제도가 전 국민을 옴쭉달싹못하게 만들고 있는 한국에서의 풍경이다.
그러나 이런 교육제도가 국제학력평가 등에서 좋은 점수를 낳기도 하지만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지식을 응용하고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사고와 논리를 가르칠 수 있는가 ▲훌륭한 시민이 되기 위한 소양을 가르칠 수 있는가 ▲미래를 위한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인물을 길러낼 수 있는가.
한국의 교육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기계적인 암기식 위주로 되어있어 그런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에서는 학생들이 놀라운 양의 단편지식과 통계수치를 기억해 내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이런 교육제도가 창조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인간컴퓨터를 양산해 내고 있으며 이는 결국 한국사회의 불안과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말한다.
서울에 있는 한 회사의 미국인 중역은 『경영학석사학위를 소지한 한국인 10여명을 채용했는데 그들은 교과서에 나오는 사례는 정확하게 암송하면서도 정작 일상업무에서는 창의력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시험을 위해 가르치고 교과과정이 변하지 않는 한 시험도 그대로다. 결국 교사와 학생은 시험을 통해 만나고 있는 꼴이다.
많은 학생들이 소외감을 느끼고 급진적 사상에 기울어 그 일부는 현정부의 전복과 한국에서의 미군철수를 부르짖으며 폭력시위에 가담하고 있다.
점차 투쟁적으로 되어 가는 근로자들은 대부분 고교밖에 나오지 못해 현체제에 대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또 대학입시에서의 고득점은 명문학교, 권위있는 직업, 보다 나은 생활수준으로 연결돼 통상 엘리트계층에 낄 수 있는 자격증으로 인식된다.
한국의 한 학부모는 『너의 일생은 너의 학교성적에 좌우된다. 학교성적이 나쁘면 사회가 너를 낙오자로 간주한다』고 그의 두 아들에게 항상 얘기하곤 한다.
한국의 학생들은 10세만 돼도 학교숙제를 해가느라 밤을 새우기 일수고 고교생들의 경우는 심성을 키운다기보다는 고갈시켜 버린다고 비판받고 있는 짜증스런 교과내용을 익히느라 하루에 12시간 넘게 공부에 매달려 있다.
한국의 한 대학연구기관의 보고서에서는 오로지 대학입시를 겨냥한 교육과정, 암기식 교육으로 인한 독립적 사고능력 쇠퇴 등은 교육과정을 비인간화시키고 자라나는 세대가 새로운 사회에 적응해 나가는 데에 부적절한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가재정지출에서도 국방비 다음으로 많은 예산이 책정돼 있는 분야가 교육이다.
한국에서 36년간을 살아온 미국인 「에드워드·포이트라스」교수의 다음과 같은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교육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으로 측정된다. 한 국가는 균형 있게 발전해야하는데 한국인들은 정신노동에 종사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실패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AP연합=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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