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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동완구 고급화에 승부 건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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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울 용산역 부근에 있는 한국완구백화점(한강로2가 361의1 한일빌딩)이 지난달 3일 문을 닫았다.
한국완구공업협동조합이 직영하는 이 백화점은 완구수출이 한창이던 70년대 중반 무렵 개관, 40여평의 전시장에 각종 완구제품을 선보여 국내외 바이어들의 발길을 끌었던 곳.
그러나 지난해 급속한 원화절상 등 3고의 영향으로 바이어가 줄고 수출도 부진, 경영이 악화돼 마침내 문을 닫은 것이다.
현재 완구업계가 처해 있는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완구는 생산품의 수출비중이 85%이상이나 되는 대외수출 의존적 산업이다.
또 총 제조원가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 주력수출품인 봉제완구의 경우 약 30%수준에 달할 정도다.

<영세성 못 벗어나>
따라서 최근의 대내외적 여건 악화의 타격을 심하게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부터 완구수출이 격감하고 있는 것에서 이를 알 수 있다.
지난해 완구수출은 9억6천2백만달러로 87년의 10억7천9백만달러에 비해 10.8%나 줄어들었다.
총수출의 70%이상을 차지하는 봉제완구의 경우를 보면 이보다 더 떨어져 87년 대비 13.8%나 줄었다.
이는 85년 1백31%, 86년 51.4%, 87년에 48.2%의 수출증가율을 기록했던데 비하면 물길의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올해 들어서도 이 같은 감소추세가 지속, 지난 3월말까지 1억9천2백만달러를 수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완구제조업은 크게 인형·유아용 승용물, 봉제완구, 금속·플래스틱작동완구 등 3분야로 나누어진다.
올 3월말까지 완구조합에 가입한 업체수는 모두 2백54개.
이중 봉제완구업체가 1백30개로 가장 많고 금속·플래스틱작동완구업체도 80여개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여기에 미가입 영세 하청공장까지 합하면 국내 완구업체수는 6백여개에 달한다는 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그중 조선무역, 도신산업, 태광물산, 양재실업, 풍한, C&H 등 20여개 업체만이 종업원 5백명 이상의 중견규모일 뿐 대부분의 업체들이 종업원 50명 이하의 영세업체들이다. 규모가 작은 만큼 외부의 여건변화에 대한 저항력도 약해 최근의 원화절상·임금상승 등으로 인한 경영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휴·폐업한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상반기 중에만 3백여 소규모 하청업체들이 도산했으며 하반기 중에는 위고상사·다보코포레이션 등 중견수출업체들까지 폐업하는 등 완구업계의 경영난은 심각한 지경이다.
원화절상과 함께 중국·태국·인도네시아·파키스탄 등 후발도상국들의 추격도 큰 위협으로 등장, 국내업계의 목을 조르고 있다.
그동안 완구산업은 우리나라가 봉제완구, 일본이 전자작동완구, 대만이 유아용 승용물, 홍콩이 플래스틱완구 등 국가별로 특화되어 수평분업질서를 유지해 왔는데 최근 개도국들이 저임금을 바탕으로 기존 수출국가들을 추격, 특히 우리 수출시장을 크게 잠식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중국의 진출이 괄목할만하다.
최대시장인 미국에 대한 완구 연평균 수출증가율(81∼86년)을 보면 중국이 1백29.9%로 우리나라의 31.3%를 훨씬 웃돌고 있다.
또 이들 지역으로 바이어들이 이탈, 완구류 바잉오피스들의 폐업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 한햇동안 구매선을 전환하고 폐업한 업체들은 뷰마스터·마텔아시안서비스·퍼시픽 아메리카 등 모두 20여개에 달한다.
또 다른 어려움은 미국 및 EC(유럽공동체)가 GSP(일반특혜관세)를 철회하고 안전규격지침을 마련하는 등 완구류 수입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점.
이와 함께 봉제완구의 재료인 고급원단가격상승도 완구업계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는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봉제완구는 재료비의 비중이 약 30%에 달하고 있는 데보아·하이파일·보넬 등 고급원단 가격이 지난해 각각 17%이상이 상승, 공급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

<재료비부담 가중>
완구업계는 이러한 대내외적 어려움에 대응, 중국·태국·스리랑카 등 동남아지역현지생산공장을 구축하는 등 해외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조선무역은 지난해 4월 완구업체로는 처음으로 중국에 진출, 홍콩의 와싱토이사와 합작으로 1백만달러를 투자, 심수지구에 봉제공장을 설립했다.
또 태국이 우리업체의 해외생산기지로 급부상, 지난해만해도 태광물산·현광상사·대성총업·삼근물산 등 7개 사가 태국정부로부터 투자승인을 받고 대부분 올해부터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완구업계는 중·저가 봉제완구중심에서 탈피, 고가 아이디어작동완구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자미나월드는 원더독(공중회전 강아지)을 개발, 지난 한햇동안 2백만달러어치를 수출한데 이어 크로커다일(소리내는 악어)을 개발, 아이디어제품 수출에 주력하고 있다.
또 뉴코토이(버블베어: 비누거품내는 곰), 화인토이(크러시키티: 움직이는 고양이), KMB무역(곰돌이오르간; 완구에 오르간을 내장), 삼근물산(버기: 원격조종 모형자동차)들도 고부가가치 히트상품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환경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선 완구산업의 구조조정이 무엇보다 절실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완구제품에 대한 수요는 점차 전자작동완구로 바뀌어 전세계교역량의 70%를 금속·플래스틱 작동완구가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노동집약적인 저가봉제완구는 저임국가인 중국·태국 등 동남아국가로 계속 이전하고 국내에서는 고부가가치제품인 금속·플래스틱작동완구의 생산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작동완구에 들어갈 전자부품 및 금형 등 관련부품업체의 육성이 시급하다.
다행히 최근에 완구산업이 사업전환지원대상에 포함되었으므로 자금 및 기술지원의 확대를 통해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해외진출에 있어서 업계간 과당경쟁을 지양하고 해외수요패턴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제공기능을 강화하며 미국일변도의 시장(88년 52.3%)을 일본·EC·동구권으로 다변화시키는 문제 등이 중요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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