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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후야행] 이렇게 고급스러운 '때수건'을 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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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포스터

전시 포스터

서촌의 작은 갤러리 우물에서 20일(일)까지 ‘낙낙(knock樂)’ 전이 열린다. ‘복을 노크한다’는 의미로, 신년을 맞아 복도 부르고 즐겁게 깨끗한 마음으로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가자는 의도로 기획된 전시다.

작은 공간을 채우고 있는 전시품은 옥은희 작가의 도자기, 이창숙 작가의 장신구, 최희주 작가의 패브릭 소품들이다. 여러 사람이 모였을 때 기분 좋게 쓸 수 있는 그릇 류와 나를 즐겁게 하고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실크 장신구, 그리고 유기농 면 소재의 드리퍼와 때밀이 수건 등등이 옹기종기 정갈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이세은 관장은 “일상용품들이지만 소재나 디자인 면에서 작가들의 정성이 듬뿍 담겨 있어 기성품과는 차별화된 제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옥은희 작가의 도자기

옥은희 작가의 도자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 중인 옥은희 작가의 도자기 그릇들은 한국의 백토를 고온에서 구워 강도가 세고 무게는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다양한 컬러로 원과 점을 그려 넣은 그릇들은 느낌이 경쾌해서 식탁에 올려놓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줄 듯 하다. 옥은희 작가는 “보기엔 새하얗지만 간장과 김치를 일주일 동안 담아둬도 전혀 물이 배지 않는다”며 “투명한 유리컵을 받치면 컬러풀한 그림들이 비쳐서 식탁 위에 생동감이 생길 것”이라고 소개했다. 양옆에는 역시 백토로 구운 브로치·귀걸이·반지 등도 전시돼 있다. 옥 작가는 “보통의 도자 액세서리들은 무겁다는 선입견이 있다”며 “실제로 귓불이 늘어나거나 옷이 처질 때도 많지만 고온에서 구운 백토는 가볍고 단단해서 장신구로 쓰기에도 좋다”고 했다.

옥은희 작가의 도자 그릇과 도자 반지.

옥은희 작가의 도자 그릇과 도자 반지.

최희주 작가의 드리퍼와 때밀이 수건. 특히 사진 앞쪽 허브 잎 밑에 있는 때밀이 수건은 인견과 유기농 면을 붙인 것으로 부드러움과 깔깔함을 동시에 갖췄다.

최희주 작가의 드리퍼와 때밀이 수건. 특히 사진 앞쪽 허브 잎 밑에 있는 때밀이 수건은 인견과 유기농 면을 붙인 것으로 부드러움과 깔깔함을 동시에 갖췄다.

보자기 공방을 운영하는 최희주 작가는 천연소재인 면과 마를 이용한 제품들을 선보였다. “드립커피를 내릴 때 사용하면 좋은 면 드리퍼는 종이 드리퍼를 사용할 때와 달리 커피의 지방을 적당히 통과시키기 때문에 커피 맛이 훨씬 좋아진다”는 게 최 작가의 말이다. 제일 눈에 띄는 건 유기농 면과 인견을 붙여 만든 때밀이 수건이다. “인견 부분으로 목욕탕에서 직접 때를 밀어봤는데 부드럽게 잘 밀린다”는 게 최 작가의 실제 사용후기다. 최 작가는 “생활에서 자주 쓰다 보니 정말 내 몸에 좋은 제품, 정성스럽게 오래 쓸 수 있는 제품, 쓸 때마다 기분 좋아지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최희주 작가의 마 소재 지갑. 작가가와 붉은 색 실로 제품마다 각기 다른 바늘땀을 수놓았다.

최희주 작가의 마 소재 지갑. 작가가와 붉은 색 실로 제품마다 각기 다른 바늘땀을 수놓았다.

이창숙 작가의 실크 장신구. 한국의 전통 조각보를 재해석해서 만들었다. 길이가 길어서 원하는 모양을 마음대로 연출할 수 있다.

이창숙 작가의 실크 장신구. 한국의 전통 조각보를 재해석해서 만들었다. 길이가 길어서 원하는 모양을 마음대로 연출할 수 있다.

이창숙 작가의 실크 장신구들은 전통 소재인 비단과 조각보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색색의 실크를 조각조각 이어 만든 목걸이는 길이를 마음대로 조절해 길게 늘어뜨리거나 목에 여러 번 감아 초커 스타일을 만드는 등 활용도가 높다. 옆에는 요즘같이 추운 겨울에 멋지게 사용할 수 있는 실크+벨벳 머플러도 있다. 이 작가는 “기본적인 컨셉은 유연한 활용성”이라며 “예부터 우리나라 보자기는 물건을 덮고 포장하는 등 여러 모로 쓰였다”며 “장신구에도 이런 컨셉트를 적용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이창숙 작가의 실크+벨벳 머플러.

이창숙 작가의 실크+벨벳 머플러.

'늬은' 팀의 유리 펜촉 만년필. 유리 펜촉은 손으로 일일이 직접 깎아 만든 것이다.

'늬은' 팀의 유리 펜촉 만년필. 유리 펜촉은 손으로 일일이 직접 깎아 만든 것이다.

'늬은' 팀의 유리 펜촉 만년필. 일본에서 1940~50년대 생산되고 쓰였던 빈티지 제품들이다.

'늬은' 팀의 유리 펜촉 만년필. 일본에서 1940~50년대 생산되고 쓰였던 빈티지 제품들이다.

한편 갤러리 맨 마지막 파트에는 한남동에서 셀렉트 숍을 운영하는 ‘늬은’ 팀의 빈티지 문구류가 전시돼 있다. 고등학교 때까지 일본에서 자란 늬은 팀의 송지은씨는 “한국 관광객이 일본에 많이 오지만 주로 관광지만 보고 가기 때문에 정말 좋은 수공예품들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감각적인 디자인과 실용성을 가진 일본 수공예품의 아름다움을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갤러리 우물에서 지금 전시하고 있는 제품은 1940~50년대 생산된 유리 펜촉 만년필이다. 당시 제작된 나무 몸통과 포장지, 그리고 손으로 일일이 깎아 만든 유리 펜촉은 생산이 단종된 것으로 일본 내 남아 있는 것들을 수소문해서 사온 것이라고 한다. 잉크에 한 번 찍으면 A4 용지 절반 정도까지 글을 쓸 수 있는데 실제로 써보니 사각사각 종이 위를 지나는 소리가 매력적이다. 갤러리는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오픈한다. 전시품은 현장에서 구매할 수도 있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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