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 흡연’ 그만…경기도, 공동주택관리 준칙 개정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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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최모(35)씨는 요즘 화장실에 들어갈 때마다 짜증이 난다. 환기구를 타고 들어온 아랫집의 담배 냄새 때문이다.

흡연 의심 가구 조사 및 권고 내용 #아파트 등 공동주택 규약에 반영

관리사무소를 통해 몇 번 주의를 줘도 그때뿐, 얼마 못 가 다시 메케한 연기가 올라온다. 최씨는 “여름엔 베란다에서 올라오는 담배 연기로 고생을 시키더니 날이 추워지면서부터는 화장실에서 피우는 것 같다”며 “아무래도 내가 이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8일 경기도가 온라인 여론조사 시스템(survey.gg.go.kr)을 통해 만 14세 이상 수도권 거주 주민 154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8%(1197명)가 “이웃의 흡연으로 간접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간접흡연 피해 장소(중복 응답)로는 베란다(59%)가 가장 많았고 화장실(48%), 현관출입구(41%), 계단(40%) 등 순이었다.

수원시에 사는 김지영(30·여)씨는 “혼자 사는 입장에선 이웃의 담배 연기로 피해를 봐도 보복 등이 두려워 직접 항의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주민자치기구나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기도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간접흡연 피해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먼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이웃 간 간접흡연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만큼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 개정을 추진한다. 공동주택관리법에서 정하고 있는 간접흡연 방지에 관한 규정을 준칙에 넣어 간접흡연 피해 방지에 대해 입주민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 법에 따르면 공동주택 관리 주체(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층간 흡연을 신고하면 관리 주체가 실내 흡연이 의심되는 가해자 가구에 들어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등 필요한 조사를 하고, 사실로 확인되면 간접흡연 중단 및 금연 조치 등을 권고할 수 있다.

경기도는 의견수렴과 준칙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다음 달 말 개정 준칙을 공지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도내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은 개정 준칙을 참조해 관리규약을 개정해야 한다. 의무관리대상은 300가구 이상이거나 150가구 이상의 승강기가 설치된 공동주택, 150가구 이상인 중앙집중식 난방방식(지역 난방방식 포함) 공동주택 등이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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