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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노조 "협상 최종 결렬, 내일 하루 파업"…사측 "막판까지 설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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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사용자 측과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8일 하루 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사 측은 7일 밤늦게까지 파업 중단을 설득한다는 방침이지만, 노조의 입장이 완강해 진통이 예상된다.

이 은행 노조는 7일 오후 "2018 임금·단체협약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며 "8일 1차 경고성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노조의 협상 결렬 선언에 앞서 허인 국민은행장은 최대 쟁점인 성과급 지급에서 양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허 행장은 7일 오후 사내방송과 임직원 담화문을 통해 "페이밴드(호봉상한제) 논의 시작 및 임금피크 진입 시기 일치와 함께 최종적으로 보로금에 시간외 수당을 더한 300%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허인 국민은행장

허인 국민은행장

그동안 사용자 측은 성과급과 시간외수당을 합쳐 250% 수준을 제시했고, 노조는 300% 이상을 요구해왔다. 허 행장의 제안에 대해 노조는 "임금피크제 등 조건이 달려 있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허 행장은 "페이밴드가 직원의 급여를 줄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며 "임금피크 제도의 경우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파업이라는 '파국의 길'을 걷는 것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간절함으로 대화의 불씨를 이어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파업으로 인해 고객이 경쟁은행의 품으로 돌아서면 파업이 진정 우리 모두를 위한 유일한 길이었다고 자신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7일 오후 9시부터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1만명가량의 노조원이 모인 가운데 밤샘 집회를 열 예정이다. 노조가 이미 예고한 대로 8일 하루 파업을 강행할 경우 2000년 국민ㆍ주택은행의 합병 이후 19년 만의 파업이 된다.

은행 경영진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긴급 대책을 논의 중이다. 은행 측은 7일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8일 예고된 총파업 이전에 임금∙단체협약을 타결하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협상에 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지난 2일부터 휴일인 6일까지 매일 노동조합과 교섭을 지속해 오고 있으며 임단협 타결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며 "총파업을 하루 앞둔 7일 오전에도 대표자 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측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인력과 본부 파견 인력 등을 최대한 활용해 8일에도 가급적 모든 영업점(1057곳)의 문을 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파업 참여 인원이 늘어나 일부 영업점의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도 배제하지 않는다.

4일 오후 서울 중구 KB국민은행 남대문지점에 오는 8일 국민은행 파업 가능성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4일 오후 서울 중구 KB국민은행 남대문지점에 오는 8일 국민은행 파업 가능성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그렇더라도 최소한 전체 영업점의 절반 정도인 500곳을 거점점포로 운영할 계획이다. 경우에 따라선 영업점 두 곳 중 한 곳이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은행 측은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대부분의 금융서비스를 모바일이나 인터넷에서 이용할 수 있다"며 "전국의 현금 자동입출금기(ATM) 역시 정상적으로 운영해 오프라인 채널의 불편을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임직원은 1만8000여 명이고, 이 중 노조원은 1만4000여 명이다. 지난해 12월 27일 파업 찬반 투표에선 노조원 1만1511명(투표자의 96%)이 찬성표를 던졌다.

노조 집행부는 파업에 참여하는 노조원들을 7일 저녁 잠실학생체육관에 집결시켜 최대한 이탈을 방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집회에는 수도권뿐 아니라 충청ㆍ강원권 노조원들도 참여할 것으로 집행부는 보고 있다.

노조는 미리 배포한 ‘총파업 관련 주요 질의사항’을 통해 “투쟁 대오 유지를 위해 체육관 출입구를 통제할 것”이라며 “입장은 계속해서 허용하지만, 퇴장은 엄격하게 제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사는 7일 막판까지 협상을 벌일 계획이지만 끝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파업에 들어갈 경우 허인 국민은행장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17년 11월 취임한 허 행장은 시중은행 최초의 노조 위원장 출신 은행장이다. 그는 지난 2일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통해 “미래지향적인 노사관계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며 “우리는 모두 한배를 탄 공동운명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사용자 측과 협상에 진척이 없으면 오는 31일과 다음 달 1일의 이틀에 걸쳐 2차 파업을 벌이고, 그래도 요구 사항이 관철되지 않으면 3월 말까지 추가 파업과 집단휴가 등 준법투쟁을 한다는 계획이다. 노조가 예고한 2차 파업 기간은 설 연휴(2월 2~6일)를 앞두고 자금 수요 등이 집중되는 시기여서 고객들의 불편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은행 경영진 54명은 총파업으로 영업 차질이 발생하면 책임을 지겠다는 조건부 사임 의사를 밝히며 배수의 진을 쳤다. 노사가 가장 첨예하게 맞서는 쟁점이 성과급 지급 규모다.

노조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만큼 2017년과 같은 수준인 기본급 300% 이상의 성과급을 요구한다. 당초 사 측은 자기자본이익률(ROE)에 연동한 성과급 지급을 주장했지만, 현재는 유보한 상태다.

또 다른 쟁점은 임금피크제 개시연령이다. 노조는 임금피크제 진입 시점을 현재보다 1년 연장할 것을 요구한다. 사 측은 지점장ㆍ부장급은 1년, 팀장ㆍ팀원 급은 6개월 연장을 제시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신입 행원만을 대상으로 하는 ‘페이밴드(직급별 호봉 상한제)’에 대한 노사 간 이견은 좁혀지는 분위기다. 당초 사 측은 전 직급 확대를 주장했지만,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선으로 절충안을 내놨다. 노조는 페이밴드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유니폼을 폐지한 대신 옷값(피복비)으로 연간 100만원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고려해 철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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