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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전 의원 “애국심 강한 조성길…자녀 위해 잠적한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일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에 실린 인터뷰에서 안토니오 라치 전 이탈리아 상원의원이 잠적한 조성길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라 레푸블리카=연합뉴스]

4일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에 실린 인터뷰에서 안토니오 라치 전 이탈리아 상원의원이 잠적한 조성길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라 레푸블리카=연합뉴스]

잠적한 조성길(44)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 대리가 신중하고, 북한에 대한 애국심이 강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안토니오 라치 이탈리아 전 상원의원은 4일(현지시간) 발간된 일간 라 레푸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조 대사 대리와의 인연을 언급했다.

라치 전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조성길 대사 대리와 로마의 식당에서 아마트리체 스파게티를 먹으러 같이 가곤 할 만큼 친분이 있었다"고 밝히며 그의 잠적이 의외라고 말했다. 라치 전 의원은 과거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 조 대사 대리가 통역을 맡으며 인연을 맺었다고 했다. 조 대사 대리가 로마에 파견된 이후에도 교류를 이어왔다는 라치 전 의원은 "말수가 적고, 신중한 성격의 그가 애국심이 강한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에 잠적했다는 소식을 믿을 수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 대사 대리가 아마 두 명의 자녀를 키우기 위해 그런 선택을 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라치 전 의원은 2개월째 행방이 묘연한 조 대사 대리가 어디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이탈리아 음식을 좋아하는 이탈리아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라치 전 의원은 조 대사 대리의 잠적이 북한 정권의 폭압성 때문이라는 추측에는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2007년 처음 북한을 방문했고, 지난 여름에도 찾았지만, 북한은 그사이 정말 많이 변했고, 개방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라치 전 의원은 이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와도 전화 인터뷰를 통해 "조성길을 작년 10월 29일에 마지막으로 만나 점심을 먹었다"며 "임기가 끝나 북한에 돌아가야 하는데 귀임 전에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가 북한을 버릴 것이라고 결코 예상하지 못했다"라며 "그는 자신의 조국을 끔찍이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고, 북한을 욕하는 사람들에 반발하곤 했다"고 밝혔다.

또 라치 전 의원은 허핑턴포스트 이탈리아판을 통해서는 조 대사 대리에게 "나에게 전화해 달라. 최악의 상황은 피하자"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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