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가득한 새해 증시…트럼프·시진핑 담판에 '운명' 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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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새해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다. 첫 거래일이었던 지난 2일 2010으로 장을 마감한 코스피 지수는 3일에는 2000선 밑으로 내려갔다. 결국 3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16.30포인트(0.81%) 내린 1993.70으로 마감했다. 2016년 12월 7일(1991.89)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저 기록이다.

[애널리스트 4인이 지목한 새해 증시 변수]

코스피 상장 기업의 기초 체력(펀더멘털)이 약화하는 와중에 미국과 중국에서 발생하는 대외 변수까지 겹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이 꼽은 새해 증시 변수 세 가지를 추려봤다.

①미·중 무역 협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앙포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앙포토]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초 가장 중요한 변수는 시한이 못 박혀있는 미·중 무역협상”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을 ‘무역 협상’으로 지칭하는 곳이 늘기 시작했다. 통상 갈등 해소를 위한 미국과 중국의 협상이 오는 7일로 다가오면서다. 미·중 무역 협상단은 통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오는 7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협상에 들어간다. 최종 시한은 3월 1일이다.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하기 전이지만 현재까지 감지되는 분위기는 좋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새해 첫 각료회의를 열고 “미ㆍ중 무역 협상이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며 “지난해 12월 주식시장에 결함이 있었지만, 무역 협상이 잘 될 경우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일 미·중 수교 40주년을 맞아 주고받은 축전을 통해 “협력이 최우선”이라는 메시지를 서로 확인하기도 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기업의 실적 추정치가 하향 조정되고 시장이 요동을 친 것도 사실 지난해 9월 말 미국이 2000억 달러(약 223조원) 상당 중국 제품에 대해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부터였다”면서 “당시 국내 증시도 17% 넘게 급락했지만, 무역 분쟁 이슈가 완화된 경향을 보였던 지난해 11월부터는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르지 않았나.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이슈가 가장 중요한 건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②세계 경기 둔화

중국의 한 의류 생산 공장에서 근무 중인 노동자들의 모습. 중국 제조업 분야의 인력난은 심각 수준이다. [사진 셔터스톡]

중국의 한 의류 생산 공장에서 근무 중인 노동자들의 모습. 중국 제조업 분야의 인력난은 심각 수준이다. [사진 셔터스톡]

전 세계적으로 실물 경기가 둔화하는 것 역시 주요한 변수로 지적된다. 지난 2일 코스피 지수 하락세에 직접 영향을 준 것은 같은 날 오전 발표된 중국 제조업 지표였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財新)과 영국 시장정보사 마르키트가 당시 발표한 지난해 12월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7로 경기 판단 기준치인 50(50 위면 경기 상승, 아래면 하강)을 하회했다.

미국 경기도 둔화하는 추세다. 지난 2일 미국 정보제공업체 IHS 마킷에 따르면  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확정치는 지난해 11월 55.3에서 12월 53.8로 내렸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 증시 역시 그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기 둔화세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얼마나 가시적인 경기 부양책을 내놓느냐가 중요한 변수라고 판단한다”며 “중국 정부가 오는 3월에 있을 전당대회 전까지 좀 큰 더 규모의 부양 정책을 구체화할 수 있다면 중국을 필두로 한 신흥국 시장의 불확실성은 보다 제어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③기업 실적 둔화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사 [중앙포토]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사 [중앙포토]

무엇보다 중요한 변수는 증시의 기초체력으로도 불리는 상장기업 실적이다. 연초는 기업의 작년 4분기 실적 발표가 쏟아지는 기간이다. 국내 기업의 실적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국내 지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미국 기업의 실적이 어떻게 나오느냐 역시 간접적으로 국내 지수에 영향을 미친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실적 발표는 경기가 둔화하고 유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나오는 것이다. 만약 실적 발표 기간 중 영업이익 차원의 악재가 터져 나온다면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 9월 말, 전년 대비 10.4%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던 미국 S&P500 기업의 올해 영업이익은 12월 말 7.8%까지 하향조정됐다. 코스피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 규모 역시 지난해 초엔 216조원으로 전망됐지만 12월 말엔 204조원으로 줄었다”며 “1월 중순 이후 본격적으로 한국과 미국 기업의 실적이 발표되는데 이때 향후 추정치가 더 떨어지게 된다면 시장에 충격을 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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