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의 멋진 편지 받았다”…그 앞엔 제재 포스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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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나는 방금 김정은으로부터 훌륭한 편지(great letter)를 받았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 앞 테이블에 김 위원장의 친서와 이란 제재 복원을 예고하는 포스터가 함께 놓여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나는 방금 김정은으로부터 훌륭한 편지(great letter)를 받았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 앞 테이블에 김 위원장의 친서와 이란 제재 복원을 예고하는 포스터가 함께 놓여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와 ‘제재 유지’ 포스터를 동시에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신년을 맞아 이뤄진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방금 김정은으로부터 멋진 편지를 받았다”며 “우리는 북한과 많은 진전을 이루고 김 위원장과 우리는 아주 좋은 관계를 수립했고, 많은 좋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보냈다는 A4 한 장 짜리 친서를 들어보이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에게는 북한의 경제개발에 뛰어들어 큰 성공을 하고 많은 돈을 벌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며 “북한은 엄청난 경제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도울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정은 만나길 고대” 또 발언 #정상회담 추진 의지 밝혔지만 #비핵화 전 제재완화 거부 시사 #“나 없었으면 3차대전 났을 것”

그러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김 위원장이 신년 연설에서 정말 만나고 싶다고 했다”며 “나도 회담을 고대하고 있고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회담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초 “1월이나 2월에 만날 것”이라고 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시점을 특정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김 위원장 신년사에 화답해 2019년에도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포함해 대북 외교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대북 외교를 최대 성공작으로 여기는 만큼 외교적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의도를 알린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김 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를 맺었지만 아무 공로도 인정받지 못했다”며 “(다른 행정부가 들어섰다면 북한으로 인해) 솔직히 세계 3차대전으로 비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을 막은 자체가 엄청난 외교적 성과라는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북한에 또 다른 메시지를 내놨다. 이날 회의석의 앞자리엔 미드 ‘왕좌의 게임’을 본뜬 패러디 포스터가 보란 듯이 배치돼 있었다. 원래 포스터는 “겨울이 오고 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는데 패러디 포스터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제재가 다가오고 있다”는 문구가 박혔다. 국제사회와 미국 내부를 상대로 불량국가에 대한 제재·압박을 완화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인 동시에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공개 요구했던 제재 완화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공표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관련해 인내심도 거론했다. 그는 “나는 결코 속도를 얘기한 적이 없다”며 “북한과 이런 식이 된 건 80년이 넘었지만 우리는 6개월 전에 싱가포르에서 회담을 했다”고 말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놓고 워싱턴 소식통은 “정상회담 전 북·미가 실무협상에 트럼프가 얘기한 비핵화 대가로서 경제 지원과 김 위원장의 선제적 제재 완화 요구 중간에서 타협안을 찾아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지 못할 경우 정상회담은 계속 늦춰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이그네이셔스 워싱턴포스트 외교전문 칼럼니스트도 “조급함과 허세가 트럼프 외교의 특징이지만 대북 외교는 그의 대통령직에서 ‘승리’로 간주되고 있다”며 “그는 기꺼이 세부 합의를 기다릴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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