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행정부를 대표하는 두 개의 키워드를 만들어낸 부시의 연설문 담당자 마이클 거슨(42.사진)이 7년 만에 백악관을 떠난다. 뉴욕타임스는 14일 "거슨은 2년 전 심장마비를 일으킨 이래 사임을 고려해 왔다"고 전했다.
거슨은 인터뷰에서 "백악관에 좋은 뉴스들이 많아진 지금이 물러날 적기"라고 말했다.
신문에 따르면 백악관은 거슨의 후임자를 선임하지 않을 방침이다. 거슨은 당분간 쉬다가 집필 활동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거슨은 2002년 북한.이란.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지목한 부시의 국정연설을 비롯해 부시의 거의 모든 연설문을 작성해왔다. 백악관의 또 다른 연설문 작성자인 데이비드 프럼이 쓴 2002년 국정연설 초고에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독일.이탈리아.일본 3국을 일컫었던 용어를 응용한 '증오의 축(axis of hatred)'이란 표현이 들어있었다.
프럼의 상관인 거슨은 이 말을 악의 축으로 바꿔버렸다. 이 표현 하나로 그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의 페기 누넌, 존 F 케네디 대통령 당시의 시어도어 소렌슨과 함께 유명한 대통령 연설문 작성자 반열에 들었다.
거슨은 기독교 우파 복음주의자다. 미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노선으로 유명한 휘튼대에서 신학을 공부한 그는 부시의 복음주의 가치관을 콕 찍어 대변해 주는 연설문으로 총애를 받아왔다. '부시의 영적 필기사'로 불려온 그는 지난해 시사주간지 타임이 뽑은'미국 내 가장 영향력 있는 복음주의자 25인'에 들기도 했다.
거슨은 대학 졸업 후 유에스 뉴스&월드 리포트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99년 부시 캠프에 들어갔다. 거슨은 나중에'악의 축'에 대해 '불량국가(rogue states)'전체를 묘사한 단어인데 북한 등 3개국만을 뜻하는 것인 양 진의가 왜곡됐다고 밝힌 바 있다.
자신이 쓴 연설문 중 가장 좋아하는 문장은 9.11 테러 사흘 뒤 부시 대통령이 워싱턴 대성당에서 낭독한 "증오와 슬픔, 비극은 한순간이고 선함과 사랑, 추억은 영원하다"는 대목이라고 한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