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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아이·학부모만 피해자…‘유치원 3법’ 더 이상 미뤄선 안 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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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해를 넘긴 ‘유치원 3법’ 개정이 교육 현장의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학기를 앞두고 아이를 맡길 유치원을 찾지 못해 불안해하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유치원 비리에 대한 사회적 고발이 이어졌지만 관련 법제화는 불발된 가운데, 폐원하거나 폐원을 추진 중인 유치원이 전국 108곳에 달하며 벌어진 일이다. 부모협동형 유치원 등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했던 모델들도 법적 근거가 없어 현실성이 떨어진다. 폐원 유치원 자녀들을 인근 국공립 유치원과 사립 유치원에 분산시키겠다는 교육부 계획도 현장에선 ‘그림의 떡’이다.

여야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사립유치원 비리가 불거지자, 유치원 비리 근절 및 공공성 강화 법안을 마련하겠다며 협상을 시작했다. 그러나 논의는 공전을 거듭했다. 정부지원금과 학부모가 부담하는 원비에 대한 회계 관리 일원화 여부와 교육 외 목적 사용 시 처벌 수위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은 유치원 운영에 적극적 개입을 주장했고, 한국당은 그 수준을 낮추자고 맞섰다. 물론 유치원 운영에 국가가 어느 정도 개입할지, 유치원을 학교로 볼지, 학원으로 볼지 쉽지 않은 문제이기는 하다. 그러나 여야 모두 유아교육 개선이라는 본질보다 정치적 셈법이 앞섰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국회 본회의 처리 무산 후 국회 교육위원회는 이 법을 ‘패스트 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이 또한 최장 330일이 걸리는 절차다. 비리는 엄단하되 사립 유치원 운영자의 사적 이익이 침해되지 않는 선에서 적정한 보상이 가능하게 하는 방안 등 타협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정략적 의도를 배제하면 답은 있다는 얘기다. 패스트 트랙에 올려놓았다고 1년을 손 놓고 기다리는 일도 피해야 한다. 당장 새해 첫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여야가 머리를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