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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리가 칭찬한 정우영 “2019년엔 손흥민 형처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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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독일 분데스리가 크리스마스 휴식기를 맞아 잠시 한국에 돌아온 정우영을 부모님 집 근처 김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독일프로축구 명문 바이에른 뮌헨 트레이닝복을 입고 포즈를 취한 정우영. [김경록 기자]

독일 분데스리가 크리스마스 휴식기를 맞아 잠시 한국에 돌아온 정우영을 부모님 집 근처 김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독일프로축구 명문 바이에른 뮌헨 트레이닝복을 입고 포즈를 취한 정우영. [김경록 기자]

정우영(20)은 한국 축구의 미래다. 2017년 독일 분데스리가의 명문 바이에른 뮌헨과 계약을 맺고 유럽 무대로 건너간 떠오르는 샛별이다. 1999년생인 정우영은 스페인 발렌시아의 미드필더 이강인(18)과 함께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큰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크리스마스 휴가를 맞아 고국에 돌아온 정우영을 만나 2019년 새해의 각오를 들어봤다.

바이에른 뮌헨 기대주의 새해 각오 #지난해 19세로 챔피언스리그 데뷔 #아자르·네이마르 영상 보면서 연구 #뮌헨 1·2군 오가며 9골·4어시스트 #“후배 이강인과 도쿄올림픽 출전을”

정우영은 불과 2017년 초까지만해도 PC방에서 축구게임을 하면서 바이에른 뮌헨을 골라 플레이하던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지금은 진짜 바이에른 뮌헨 소속이다. [김경록 기자]

정우영은 불과 2017년 초까지만해도 PC방에서 축구게임을 하면서 바이에른 뮌헨을 골라 플레이하던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지금은 진짜 바이에른 뮌헨 소속이다. [김경록 기자]

“컴퓨터 축구 게임에서나 봤던 선수들이잖아요. 로벤, 리베리와 제가 함께 뛰다니 믿어지지 않아요.”

정우영은 아직도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라고 했다. 그는 2017년 초까지만 해도 인천 대건고 3학년에 재학 중인 고교생이었다. 동네 PC방에서 축구 게임을 할 때는 평소 좋아하던 바이에른 뮌헨의 아르연 로번(35·네덜란드)과 프랭크 리베리(36·프랑스)를 골라 가상 현실에서 대리 체험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1년 만에 게임이 현실이 됐다.

바이에른 뮌헨은 트위터를 통해 유럽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을 치른 정우영에게 한글로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뮌헨 트위터]

바이에른 뮌헨은 트위터를 통해 유럽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을 치른 정우영에게 한글로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뮌헨 트위터]

정우영은 그 해 6월 바이에른 뮌헨과 4년6개월간 계약을 맺었다. 이어 지난해 11월 28일에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벤피카와의 경기에 후반 36분 교체 출전했다. 19세 나이에 유럽 챔피언스리그에 데뷔한 것이다. 2013년 21세 나이로 챔피언스리그에 나섰던 손흥민(27·토트넘)보다 2년이나 빠른 기록이었다.

뮌헨은 분데스리가에서 28차례(최근 6연패 포함)나 우승했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5차례나 정상에 오른 전통 명문 팀이다.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바르셀로나(스페인)와 함께 ‘유럽 최강 3대장’이라고도 불린다.

인천 대건고 출신 정우영은 고교랭킹 넘버1은 아니었다. 동갑내기 조영욱 김정민 전세진이 더 돋보였다. 하지만 손흥민이 동북고 시절 국내에서 큰 주목을 못받았듯 정우영 역시 국내보다는 유럽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경록 기자

인천 대건고 출신 정우영은 고교랭킹 넘버1은 아니었다. 동갑내기 조영욱 김정민 전세진이 더 돋보였다. 하지만 손흥민이 동북고 시절 국내에서 큰 주목을 못받았듯 정우영 역시 국내보다는 유럽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경록 기자

동북고 재학 시절 손흥민이 국내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듯이 정우영도 고교 재학 당시 최고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유럽 무대 진출을 꿈꾸던 정우영은 지난해 4월부터 한 달간 독일 뮌헨과 아우크스부르크, 쾰른, 오스트리아 레드불 잘츠부르크를 돌면서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

정우영은 “뮌헨 1군이 두 팀으로 나눠 연습경기를 하고 있었는데 나보고 뛰라고 했다. 컴퓨터 게임에서나 보던 선수들을 보고 처음엔 얼떨떨했다”면서 “하지만 ‘나는 테스트를 보러 왔고 어차피 공을 차는 건 한국이나 유럽이나 똑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자신 있게 공을 찼는데 몇 차례 좋은 장면을 선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우영이 눈에 띌 만한 플레이를 펼치자 프랑스 대표팀 출신 리베리가 정우영의 에이전트에게 다가오더니 “쟤 누구냐?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대답하자 리베리는 “몇 살이냐”고 재차 물었다. 에이전트가 “17세”라고 답하자 리베리는 엄지를 치켜세우면서 “잘한다” 고 칭찬을 했다.

뮌헨 입단 초기에 동양인 어린선수에게 패스가 잘 오지 않았다. 독일 선수들은 이곳에서 우리가 짱이라고 생각했다. 정우영은 훈련때 모든 세션에서 1등에 오르기위해 노력했다. 뮌헨 선수들은 매일 200%를 쏟아내는 만큼 본인도 200%를 쏟아내고 있다고 했다. 김경록 기자

뮌헨 입단 초기에 동양인 어린선수에게 패스가 잘 오지 않았다. 독일 선수들은 이곳에서 우리가 짱이라고 생각했다. 정우영은 훈련때 모든 세션에서 1등에 오르기위해 노력했다. 뮌헨 선수들은 매일 200%를 쏟아내는 만큼 본인도 200%를 쏟아내고 있다고 했다. 김경록 기자

정우영을 눈여겨본 뮌헨 구단은 한국의 고등학생을 영입하기 위해 이적료 70만 유로(약 8억9000만원)를 지불했다. 30m를 3초79초에 주파하는 빠른 발에 높은 점수를 줬다. 정우영은 중앙 미드필더로 뛰다가 고3 때 윙어로 변신했다. 그러면서 패스 능력과 돌파력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쪽 윙어를 겸하는 정우영은 잉글랜드 첼시의 에당 아자르(벨기에)처럼 볼을 소유하며 축구를 한다. 과감하게 패스를 찔러줄 때도 있지만, 필요하면 본인이 해결할 수 있는 능력도 갖췄다. 정우영은 “쉴 때는 아자르와 네이마르(브라질)의 경기 영상을 눈여겨본다”고 말했다.

바이에른 뮌헨에는 특급 스타가 즐비하다. 주전으로 뛰기가 쉽지 않다. 정우영은 “당연히 쉽지 않은 도전이다. 최고의 팀에서 뛰는 게 내 꿈이었다”며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기왕이면 빨리 부딪쳐보고 싶었다”고 했다.

뮌헨 입단 초기엔 아시아의 어린 선수에게 패스가 잘 오지 않았다. 2군에서 독일 무대를 시작한 정우영은 “독일 선수들의 자존심이 대단했다”며 “훈련을 할 때부터 모든 부문에서 1등을 하자고 생각했다. 슈팅게임을 하면 이를 악물고 득점 1위에 오르려고 노력했다. 그러자 내게 패스가 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정우영은 올 시즌 바이에른 뮌헨 B(2군)에서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9골(4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챔피언스리그 벤피카와의 경기에서 1군에 데뷔했다. 정우영은 “처음에만 ‘정말 뛰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며 “나만의 루틴이 있다. ‘이 순간을 즐기면서 재미있게 하자’는 생각으로 웃으면서 그라운드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월드컵에서만 10골을 터트린 독일의 토마스 뮐러는 정우영과 교대하면서 “Vollgas! Viel Spaß!”라고 말했다. 정우영은 “우리말로 ‘다 쏟아부어라, 즐겨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정우영은 어린나이에 독일 분데스리가에 데뷔해 지금은 월드클래스 반열에 오른 손흥민을 존경한다. 손흥민의 존재를 알고 있는 뮌헨 선수들은 지난 8월 아시안게임 때 손흥민이 진짜 군대를 가냐고 정우영에게 물었다고한다. 정우영은 금메달을 따면 병역혜택을 받는다고 설명해줬다. 김경록 기자

정우영은 어린나이에 독일 분데스리가에 데뷔해 지금은 월드클래스 반열에 오른 손흥민을 존경한다. 손흥민의 존재를 알고 있는 뮌헨 선수들은 지난 8월 아시안게임 때 손흥민이 진짜 군대를 가냐고 정우영에게 물었다고한다. 정우영은 금메달을 따면 병역혜택을 받는다고 설명해줬다. 김경록 기자

올해 1월부터 뮌헨 클럽하우스에서 독일 생활을 시작한 정우영은 “감독님 및 선수들과 소통하기 위해 1대1로 독일어 과외를 받는다. 알아듣지 못해도 TV로 독일 드라마를 틀어놓는다”며 “20세의 나이에 분데스리가에 데뷔한 손흥민 형은 정말 많은 노력을 한 것 같다. 그런 위치까지 올라간 흥민 형을 닮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 유스팀 출신 정우영과 이강인은 평소 장난 섞인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을 만큼 친하다. 정우영이 챔피언스리그에 데뷔하자 이강인은 ’역시 바이에른 뮌헨. 나보다 낫네“란 메시지를 보냈다. 정우영은 ’운이 좋았다. 난 초등학교 때 네 수비를 하던 선수“라고 받아친다. 김경록 기자

인천 유스팀 출신 정우영과 이강인은 평소 장난 섞인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을 만큼 친하다. 정우영이 챔피언스리그에 데뷔하자 이강인은 ’역시 바이에른 뮌헨. 나보다 낫네“란 메시지를 보냈다. 정우영은 ’운이 좋았다. 난 초등학교 때 네 수비를 하던 선수“라고 받아친다. 김경록 기자

정우영은 스페인 발렌시아 미드필더 이강인과 함께 한국 축구의 미래를 이끌 쌍두마차다. 이강인은 지난 10월 스페인 국왕컵 32강 1차전에서 1군 무대에 데뷔했다. 23세 이하 선수들이 출전하는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두 선수 모두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빌 것으로 기대된다.

정우영은 “나와 강인이는 모두 인천 유스팀 출신이다. 내가 6학년 때 강인이가 4학년이었다. 당시 날아라 슛돌이(축구 예능프로그램) 촬영 때 내가 강인이 수비를 했다”며 “강인이는 킬 패스가 좋은 편이다. 태극마크를 달고 나란히 도쿄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정우영은…

출생: 1999년 9월 20일(서울)
체격: 1m81㎝, 70㎏
출신교: 인천 대건고(2018년 2월 졸업)
소속팀: 독일 바이에른 뮌헨(2017년 6월~, 4년 계약)
포지션:
특이 사항: 한국인 유럽 챔피언스리그 최연소 데뷔(19세)
현지 호칭: 우(이름 가운데 글자)
좋아하는 선수: 네이마르, 에당 아자르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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