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 날 기억해 ?" 박찬호 110승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박찬호가 1회 초 수비 때 친정팀 LA 다저스를 상대로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샌디에이고 AP=연합뉴스]

"Remember Me? Park Dominates Dodgers."(날 기억하는가? 박찬호가 다저스를 압도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가 14일(한국시간) 한때 메인화면으로 뽑은 제목처럼, 박찬호(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친정팀 LA 다저스를 압도했다. 자신이 떠나온 팀 다저스에 "날 기억하는가?"라고 당당하게 묻는 듯했다. 그리고 이날 다저스를 상대로 승리를 거둬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박찬호는 이날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벌어진 다저스와의 경기에서 6이닝 동안 5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3안타.1실점으로 호투, 팀의 9-1 승리를 이끌었다. 박찬호는 시즌 4승3패(평균자책점 4.15)와 함께 개인통산 110승을 달성했다. 또 내셔널리그 16개 구단 모두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리그 전 구단 상대 승리'도 완성했다. 박찬호는 이전까지 내셔널리그 팀 가운데 다저스에만 승리가 없었다. 이제 전체 메이저리그 30개 팀 가운데 박찬호가 아직 1승을 기록하지 못한 팀은 아메리칸리그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 딱 두 팀만 남았다.

박찬호는 경기 시작과 함께 볼 끝이 좋은 투심패스트볼과 파워 넘치는 슬라이더로 타자를 공략했다. 공 9개만으로 1회 초를 가볍게 끝냈고, 3회까지 삼자범퇴 행진을 이어가며 단 한 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았다. 4회에 첫 타자를 안타로 내보냈지만 후속타자를 병살타로 유도, 4회까지 12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했다.

파드리스는 1회 말 다저스 유격수 라파엘 퍼칼의 잇따른 실책과 비니 카스티야의 3타점 2루타로 4점을 뽑아 박찬호의 어깨를 가볍게 해 주었다. 파드리스는 2회 말에도 1점을 보태 5-0으로 여유있게 앞섰고, 박찬호는 4회까지 투구수를 44개로 조절, 완투까지 기대해 볼 페이스였다.

그러나 5회 들어 제구력이 흔들리면서 1점을 내줬고 투구수가 늘어났다. 5, 6회 2이닝 동안 54개를 던져 6회까지 투구수 98개. 박찬호는 7회 존 앳킨스로 교체됐다. 박찬호는 타석에서도 2타수 1안타를 기록, 자신의 시즌 타율을 0.375로 끌어올렸다. 메이저리그 투수 가운데 가장 높은 타율이다.

한편 이날 다저스 선발 애런 실리가 무너진 뒤 두 번째 투수로 서재응이 5회 초 등판했다. 서재응은 무사 2루에서 박찬호와 투-타 맞대결(박찬호 희생번트)을 벌이기도 했다. 서재응은 1이닝 동안 홈런 포함, 2안타 3실점 한 뒤 어깨 통증을 느껴 마운드를 내려갔다. 선발 복귀를 노리고 있는 서재응으로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결과였다.

이날 승리를 거둔 박찬호는 경기가 끝난 뒤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초반부터 집중력이 좋았다. 공 하나 하나를 던지는 데 신중히 생각했다. 지난해에 비해 마운드에서 특별히 달라진 건 없다. 몸이 건강하고, 야구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 파드리스는 정말 훌륭한 팀이며 팀을 위해 늘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이태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