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태우 사건 게이트냐 미꾸라지냐…한국당 “수사팀 구성에 달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김태우 검찰 수사관(전 청와대 특감반원)의 폭로 사건이 2라운드를 앞두고 있다. 첩보내용 폭로와 이에 대한 청와대의 반박과 여야 공방이 1라운드였다면, 검찰의 수사와 사안에 대한 법률적 판단은 2라운드의 핵심이다. 수사의 향방에 따라 정치권의 공방도 출렁이게 된다.

박관천 땐 중앙지검 대규모 수사 #김태우, 2개 나뉜 수사 병합 요구

김 수사관은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날 잡아가도 내 폭로가 팩트이기에 반드시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는 말로 2라운드를 전망했다. 그는 “첩보 범위에 벗어난 동향 파악은 청와대에서 나만 한 게 아니다”라는 말도 했다. 자신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더 폭발력이 큰 사안이 돌출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김 수사관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고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TV 제공]

[사진 연합뉴스TV 제공]

이번 사건과 ‘닮은꼴’이라는 평가를 받는 박근혜 정부 때의 ‘박관천 사건’도 검찰 수사가 2라운드가 됐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찌라시에나 나오는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지금의 청와대가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흐린다”(윤영찬 국민소통수석)는 반응을 보인 것과 유사하다. 박근혜·문재인 청와대 모두 실무자(박관천ㆍ김태우)를 기밀누설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4년 전 박관천 전 경정은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반면 현재의 수사 상황은 당시와 조금 다르다. ‘박관천 사건’ 때는 서울중앙지검이 대규모 수사팀을 구성했으나 이번 사건은 수원지검(청와대 고발 건)과 서울동부지검(한국당 고발 건)에 나뉘어 있다. 현재 상황이 2라운드의 폭발력을 키울지, 축소할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다만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사건이 중앙 무대를 벗어나면 사안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김 수사관은 두 사건을 병합해 수사해달라는 입장이다. 김 수사관 측 석동현 변호사는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건은 특임검사가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내놨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청와대 특별감찰반 정권 실세 사찰 보고 묵살 및 불법 사찰 의혹 진상조사단’ 회의에 참석해 김도읍 조사단장과 이야기하고 있다. [뉴스1]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청와대 특별감찰반 정권 실세 사찰 보고 묵살 및 불법 사찰 의혹 진상조사단’ 회의에 참석해 김도읍 조사단장과 이야기하고 있다. [뉴스1]

특별수사팀 구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검찰의 영역이다. 민정수석이 관련돼 있기에 어느 때보다 검찰의 독립성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 등과 협의해 최종 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원한 검찰의 한 관계자는 “검찰 안에서도 매우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상황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자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수사팀을 어떤 식으로 구성하느냐에 따라 게이트급 수사가 될 수도 있고, 미꾸라지만 잡는 수사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수사 상황에 따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포함한 청와대 개편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미 한국당은 조국 수석이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박관천 사건’ 때에도 당시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에서는 “이번 문제의 해법은 간단하다. 대통령이 과감히 읍참마속 해야 한다”(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는 주장이 나왔다.

관련기사

◇박관천 사건 =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에 파견 나온 서울경찰청 소속 박관천 경정이 작성한 감찰보고서가 외부에 유출된 사건을 말한다. 박 경정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공직기강비서관실에 있으면서 만든 보고서에는 ‘정윤회(박 전 대통령의 의원 보좌관 출신이자 최순실의 전남편)씨가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비서관 등 소위 ‘문고리 권력 3인방’과 주기적으로 만나 청와대 및 정부 내부 현안과 동향을 논의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언론보도로 공개된 이 문건 사건은 훗날 국정 농단 사건을 암시한 징후로 평가된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