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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0시 홍대 1시 이태원은 2시, 택시 잡기 가장 힘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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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카카오 빅데이터로 본 택시 이용

지난 8일 새벽 이태원 해밀톤호텔 뒷길에는 영하 8도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클럽이나 라운지바를 이용 하려는 사람이 많이 몰렸다. [박민제 기자]

지난 8일 새벽 이태원 해밀톤호텔 뒷길에는 영하 8도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클럽이나 라운지바를 이용 하려는 사람이 많이 몰렸다. [박민제 기자]

중앙일보가 ‘카카오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운행 정보 빅데이터(2018년 9월 1일~10월 30일)를 활용해 오후 11시부터 새벽 4시까지 심야시간대 이동 형태를 분석했다. 이 시간대 택시 호출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심야 교통거점 5곳을 추렸다. 다른 대체 교통수단이 드문 시간대의 시민 이동 행태를 분석하기 위해서다. 결과를 들여다보면 강남구 역삼1동(강남)이 전 지역을 통틀어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리는 심야시간 교통의 최중심지로 꼽혔다. 광화문 일대를 포함하는 종로 1·2·3·4가동(종로), 마포구 서교동(홍대), 증권사들이 밀집해 있는 영등포구 여의도동(여의도), 용산구 이태원1동(이태원)도 심야시간대 각 지역의 교통 허브 역할을 하는 지역들이었다. ‘내가 자주 노는 동네에선 밤 몇 시가 넘으면 택시 잡기 힘들까’를 데이터 분석으로 알 수 있다.

여의도는 밤 11시에 호출 최다 #“사무실 밀집, 회식 후 귀가 몰려” #이태원 호출 16%는 새벽 4~5시 #“밤새 즐기고 돌아가는 사람 많아”

5곳의 심야 교통거점에서 택시 호출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간대를 분석한 결과 이태원의 피크 타임은 전 지역에서 가장 늦은 오전 2시로 조사됐다. 새벽 2시 이태원에서 택시 잡기가 가장 힘들다는 얘기다. 이 지역 하루 택시 호출량의 16.9%가 오전 2시와 3시 사이에 몰렸다. 대부분의 사람이 자고 있을 시간인 오전 4시와 5시 사이에도 15.9%가 택시를 이용했다. 홍대는 오전 1시가 피크였으며 강남과 종로는 0시였다. 홍대는 오전 1시, 강남과 종로는 0시가 되면 택시 경쟁이 가장 치열해진다는 말이다. 여의도의 피크 타임은 오후 11시로 심야시간 교통거점 중 가장 빨랐다. 이태원의 밤은 강남보다 2시간 더 긴 셈이다. 카카오모빌리티 데이터랩 김정민 연구원은 “강남·종로·여의도는 업무 시설과 유흥 시설이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상권”이라며 “회식 후 귀가하는 인구가 많아 오후 11시에서 오전 1시 사이에 택시 호출이 집중된다”며 “반면에 홍대와 이태원은 업무와 무관하게 유흥을 즐기는 인구가 많기 때문에 더 늦은 시간에 귀가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남구 역삼1동(강남역)에서 출발한 택시 행선지

강남구 역삼1동(강남역)에서 출발한 택시 행선지

택시 호출량이 갑자기 늘어나는 시간도 피크 타임과 비슷한 분포를 보였다. 종로와 여의도는 오후 9시, 강남은 오후 10시, 홍대는 오후 11시, 이태원은 0시에 전 시간 대비 택시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 이 시간대 이후부턴 해당 지역에서 택시를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토요일이었던 지난 8일 오전 1시쯤 찾은 이태원에는 늦은 시간에도 수많은 인파가 운집해 있었다. 체감온도가 영하 13도까지 떨어지는 등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였지만 이 지역 핫 플레이스로 꼽히는 라운지바 글램(Glam)·파운틴(Fountain) 등이 모여 있는 해밀톤호텔 뒷길은 이곳에 들어가려고 줄을 선 사람들로 붐볐다. 이호성 이태원 관광특구연합회 사무국장은 “이곳 클럽과 라운지바 등은 자정 전후로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고 새벽 4~5시까지 영업하는 경우가 많다”며 “밤새 즐기다가 집에 가는 사람들로 인해 새벽 시간에 택시 수요가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심야시간대 이태원을 도착지로 하고 들어오는 택시 비율은 전체의 29%(이태원 출발 택시는 71%)다. 같은 시간대 강남(16%)·종로(6%)·홍대(23%)·여의도(13%)로 유입되는 택시 비율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다른 곳에 비해 심야에 이태원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의미다. 이재호 카카오모빌리티 디지털경제연구소장은 “직장 인근의 다른 거점에서 1차를 마친 사람들이 늦게까지 여는 가게가 많은 이태원에서 2차를 하기 위해 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야시간대 이동 거리는 통상 27㎞ 이하(전체 승객의 90% 선)인 것으로 조사됐다. 27㎞는 강남역에서 출발하면 남쪽으로는 수원시, 북쪽으로는 의정부시까지 가는 거리다. 같은 기준으로 오전 시간대 거점지역에서 출발한 택시의 이동 거리가 16㎞ 이하인 것과 비교하면 10㎞ 이상 더 길다. 김정민 연구원은 “서울 주요 지역에서 분당·산본·일산·중동·평촌 등 1기 신도시들까지의 거리가 보통 25㎞ 안팎”이라며 “현재 교통망을 기준으로 서울에서 이들 신도시까지가 출퇴근 거리의 한계선이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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