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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도 일조권 피해?…동짓날 햇빛 비추는 시간 재보세요

중앙일보

입력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외벽에서 비둘기들이 그늘을 피해 양지볕에 웅크리고 있다. [뉴시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외벽에서 비둘기들이 그늘을 피해 양지볕에 웅크리고 있다. [뉴시스]

아파트가 건설되면서 일조량이 거의 반 이상 줄어들었어요. 낮에도 전등을 켜야 할 정도예요.

경남 양산시에 사는 A씨 등 주민 6명은 남쪽에 새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햇빛이 들어오지 않고, 집 안이 더 추워졌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을 포함한 주민 15명은 일조권 침해와 소음, 먼지 등에 따른 피해로 총 1억 7400만 원을 주택조합과 건설사에서 배상해야 한다며 지난 1월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재정 신청을 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중앙환경분쟁조정위는 아파트 신축으로 인해 발생하는 일조피해를 해가 가장 짧은 동지(冬至)를 기준으로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수인한도’, 즉 견딜 수 있는 한도를 초과하는 일조권 침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소음 등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로 119만 원을 신청인에게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동짓날 일조 시간부터 확인해야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단지 모습. [뉴스1]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단지 모습. [뉴스1]

도시가 밀집해지고,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일조권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20일 중앙환경분쟁조정위에 따르면, 올해 일조 피해로 접수된 건수는 총 60건(복합피해 포함)에 이른다. 지난해에도 총 처리 건수(160건)의 36%인 58건이 일조 피해였다.

일조권이란 햇빛을 향유할 권리를 말한다. 생활 속에서 햇빛을 받는 것은 성장과 건강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반적으로 건물을 세울 때 근처 건물에 햇빛이 들어오는 것을 막지 않도록 일정 거리 이상을 띄어서 지어야 한다. 인접 건물 때문에 햇빛이 충분히 닿지 못한 경우 정신적, 재산적 피해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 관계자는 “건축으로 인한 일조방해 분쟁의 조정은 소음 등 다른 환경피해와 복합된 경우에만 신청이 가능하다”며 “단순 일조 피해로 인한 민사소송까지 포함하면 일조권 분쟁은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집 앞에 건물이 들어서면서 시야를 가리고, 햇빛이 적게 들어온다고 해도 모두 일조권 피해를 인정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일조권 분쟁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건 동지(12월 22일)에 햇빛이 몇 시간 동안 집안에 들어오느냐다. 1년 중 해가 가장 짧은 동짓날을 기준으로 삼아 사람이 건강을 위해 받아야 할 최소한의 햇빛의 양을 규정한 것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총 4시간, 혹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연속으로 두 시간 이상은 햇빛이 들어와야 하는데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일조권 침해를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2016년 부산의 한 주택에서는 신축 아파트 건설로 거실의 일조 시간이 동짓날을 기준으로 2시간 40분에서 20분으로 두 시간 이상 줄었다.

이에 중앙환경분쟁조정위는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에 책임을 물어 250만 원의 배상액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이승태 법무법인 도시와사람 변호사는 “일조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인정될 경우 건물 공사를 중지시킬 수도 있다”며 “일조권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피해 상황을 조사하고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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