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무리수 퍼레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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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16강전> ●신민준 9단 ○퉁멍청 6단

7보(113~127)=상대에게 연달아 기회를 내주던 퉁멍청 6단은 인제야 위기의식을 느꼈는지 116으로 과감하게 적진에 침투했다. 갑자기 불어난 상대의 영토에 흠집을 내야만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는 긴박한 판단에 따른 듯하다. 하지만 이는 무리수였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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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연달아 허점을 보이자 의욕이 앞섰던 걸까, 신민준 9단은 117로 내려 단호하게 연결을 차단했는데, 이 역시 욕심이 과한 수였다. 만약 퉁멍청이 '참고도1' 백1로 가볍게 한 칸 뛴 다음 백3, 5로 연결했다면 흑이 차단당해 크게 손해를 입게 된다. 117로 지나치게 욕심을 부린 대가다.

참고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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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퉁멍청은 신민준의 과욕을 제대로 응징하지 못했다. 118로 붙이면서 119로 패가 났는데, 흑 입장에선 크게 부담이 없는 패라 결과적으로는 백이 실패한 모습이다. 분명 기회가 찾아왔건만, 이번에도 퉁멍청은 또다시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참고도 2

참고도 2

그렇다면 거슬러 올라가 117은 어디에 두는 게 좋은 수였을까. '참고도2' 흑1로 좌상 쪽 백돌을 압박하면서 자연스레 돌이 상변 쪽으로 돌아오게끔 하는 게 현명한 작전이었다. 흑1~7로 상대의 실리를 빼앗고 안형을 위협한 다음 흑9로 자세를 잡는 모양이 훌륭하다. 돌이 부딪히기 시작하면 세세한 곳에 시선이 고정돼 주변을 살피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항상 반면을 넓게 보고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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