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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식의 야구노트] 더 이상 ‘류뚱’ 이라 부르지 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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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류현진

류현진

53%. 전 프로야구 LG 트레이닝 코치인 김용일 트레이너가 밝힌 류현진(31·LA 다저스)의 체중 대비 근육 비율이다. 이 지표는 체중에서 근육량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김 코치는 “투수의 경우 47% 정도면 ‘특급’으로 분류한다. 한국에서 이 정도 비율의 선수는 찾기 어려울 만큼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근육맨’ 거듭난 LA다저스 류현진 #수술·부상 이겨내고 다시 일어서 #전담 트레이너와 체계적인 훈련 #근육 비율 53%, 특급 기준은 47%

수년간 류현진은 체중(프로필 상 113㎏)에 큰 변화가 없다. 그러나 예전처럼 그를 ‘류뚱’이라 부르기 어렵다. 유니폼을 넉넉하게 입어서 잘 드러나지 않을 뿐, 류현진은 3년에 걸쳐 ‘머슬맨(근육질 남자)’으로 변신했다.

류현진은 2006년 KBO리그에 데뷔하자마자 최고 투수가 됐다. 파워와 유연성, 제구력까지 모두 갖춘 천재였다. 굳이 많은 노력이 필요 없었다. 웨이트 트레이닝 흔적이 없는, 둥글둥글한 체형 때문에 ‘류뚱’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메이저리그 진출 후에도 훈련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2015년 왼 어깨 수술 후 재활훈련을 하면서 류현진은 근육남으로 거듭났다. 지난해와 올해 그의 사진을 보면 대근육은 물론 잔 근육까지 생생하게 살아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김 트레이너는 “지난 3년 동안 류현진은 꾸준히 근육 강화훈련을 했다. 과거 데이터가 없어 비교하기 어렵지만, 근육량이 엄청나게 증가한 건 틀림없다”고 말했다.

2013년 다저스에 입단한 류현진은 2년 연속 14승을 거뒀다. 투수로서 최정점에 있을 때 왼 어깨 부상을 입고 2015년 5월 관절와순 수술을 받았다. 미국에서는 이 수술을 받은 투수가 빅리그로 돌아올 확률을 50%, 예전의 구위를 회복할 확률을 7% 정도로 본다.

류현진은 김용일 전 LG 코치(오른쪽)를 최근 개인 트레이너로 영입했다. [사진 에이스펙코퍼레이션]

류현진은 김용일 전 LG 코치(오른쪽)를 최근 개인 트레이너로 영입했다. [사진 에이스펙코퍼레이션]

당시 국내 의사들도 류현진의 미래를 어둡게 전망했다. “선수 생활이 사실상 끝났다”고 말하는 의사도 있었다. 그러나 김 트레이너는 “류현진이 성공적으로 복귀할 수 있다”고 말했다. 30년 재활치료를 연구하며 많은 선수의 임상 데이터와 노하우를 가진 그가 류현진을 직접 만나 기록을 확인한 뒤 내린 결론이었다.

류현진은 2016년 한 경기만 던졌다. 그리고 그해 9월 왼쪽 팔꿈치의 괴사 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어깨 수술만큼 큰 수술은 아니었지만, 고교 시절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그에게는 적잖은 부담이었다.

류현진은 2016년 겨울부터 김 트레이너에게 도움을 받았다. 당시 LG 트레이닝 코치였던 그는 “2016년 류현진의 몸 상태는 60%였다. 왼 어깨 근력과 유연성이 오른 어깨에 비해 굉장히 떨어져 있었다. 타고난 재능에 의존했던 류현진이 매일 4시간 이상 지루하고 힘든 훈련을 견뎌냈다”고 회고했다.

지난해 5승9패, 평균자책점 3.77에 그친 류현진은 올해 82와3분의1이닝을 던지면서 7승3패, 평균자책점 1.97을 기록했다. 투구 이닝은 적었지만, 품질은 매우 뛰어났다. 덕분에 류현진은 디비전시리즈 1차전, 월드시리즈 2차전 선발로 나섰다. 김 트레이너는 “지난 겨울 류현진의 체중 대비 근육 비율이 50%를 넘었다. 몸 상태를 보면 80% 이상의 컨디션으로 던진 것 같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지난 5월 왼 허벅지 내전근(사타구니) 손상 탓에 3개월이나 던지지 못했다. 김 트레이너는 “어깨와 팔꿈치 강화에 집중하다 하체에 무리가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시즌, 긴 공백이 아쉬웠지만, 왼팔이 충분히 쉴 수 있는 긍정적 측면도 있었다. 올겨울 류현진은 다저스의 퀄리파잉 오퍼를 받아들였다. 연봉 1790만 달러(약 202억원)를 받고 1년 뒤 다시 FA 시장에 나가는 조건이다.

부상과 회복을 반복하던 류현진은 지난 3년 동안 기술적으로 상당히 진화했다. 구위와 제구력을 유지하면서도 슬라이더·커브·컷패스트볼·서클체인지업 등 4가지 구종을 모두 수준급으로 던지는 투수가 됐다. 건강만 증명한다면 메이저리그 톱클래스 대우를 받을 수 있다. 2019년 성적이 수백억 원의 계약을 좌우할 것이기 때문에 류현진은 김 트레이너와 1년 전속 계약을 했다.

이달 초 류현진은 피로 회복과 관절 안정 프로그램을 마쳤고, 최근에는 근력 강화훈련을 하고 있다. 김 트레이너는 “현재 류현진의 근력 상태는 90%다. 아픈 곳도 없다. 그러나 부상 이력이 있기 때문에 류현진의 몸 상태를 80%라고 생각하며 훈련 중”이라며 “1년 만에 투구 이닝이 크게 늘어나는 건 부담스럽지만, 류현진은 한국에서 매년 200이닝 정도 던졌던 투수다. 내년엔 170~180이닝을 던지며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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