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대학 평가 1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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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등에게 정확한 대학 정보를 제공하고 국내 대학들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중앙일보의 대학평가가 올해로 10회째를 맞았다. 하지만 평가 담당 기자들은 "올해는 어떤 꾸중을 들을까" "과연 10년 전 독자와의 약속을 제대로 지켰을까"하는 두려움이 앞선다.

예상대로 평가 결과가 공개된 지난 23일 밤부터 격려와 질책이 끊이지 않았다.

"또 P대가 1등이냐. 이제 그만하라" "사교육의 가장 큰 원인인 대학 서열화를 부추기지 마라" "해마다 순위가 왜 들쭉날쭉하느냐"며 항의하는 분들도 많았다. 그런가 하면 미국 모대학의 한국인 교수는 "대학평가는 대학 간 경쟁에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격려했다.

사실 평가가 시작된 10년 전 국내 대학의 상황은 지금과 판이했다. 변화와 개혁의 무풍지대에 안주하려는 분위기였다. 이대로 가다간 선진국 대학과의 격차는 도저히 메울 수 없을 것 같았다.

평가팀은 그때부터 발로 뛰어 자료를 모았다. 과학논문 인용색인(SCI)을 뒤져 학술지 1만여편을 분석했다. 정작 학생들에겐 대외비였던 예산 자료도 입수해 공개했다. 대학이 경쟁력을 갖춰야 나라가 발전한다는 믿음에서다.

'도토리 키 재기'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쉼없이 달려온 10년이다. 하지만 평가는 진행형이다. 올해 계열 평가를 도입한 것도 대학의 특성을 드러내보이려는 새로운 시도다. 초심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강홍준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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