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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펜션 희생자 어머니 “더 좋은 부모 만나서 꽃피거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강릉 펜션 사고 이틀째인 19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경포호 인근 사고 펜션의 LPG가스통 주변에서 경찰이 조사중이다. [뉴스1]

강릉 펜션 사고 이틀째인 19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경포호 인근 사고 펜션의 LPG가스통 주변에서 경찰이 조사중이다. [뉴스1]

강원도 강릉시 소재 펜션에서 발생한 일산화가스 중독 사고 희생자의 어머니가 “다음 생에는 더 좋은 부모 만나서 다시 꽃피거라”라며 아들을 향한 마지막 편지를 부쳤다.

19일 서울 대성고등학교 고3 학생 A군 어머니는 한겨레신문을 통해 “수능 끝나고 친구들과 여행을 가겠다고 했는데 안 갔으면 좋겠더라. 가지 말라고 했는데도 가고 싶다고 해서 철도청에 전화해 기차 안전도 확인하고 펜션도 어떤 곳인지 알아보고 허락했다”고 말했다.

A군 어머니는 18일 뉴스로 사고를 접했다. 병원에 전화해 아들의 특징을 말하자 “사망하셨다”는 답이 돌아왔다. A군 어머니는 병원으로 달려와 밤새 오열하다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

2차 보강수사를 벌이고 있는 경찰 관계자들이 19일 강릉 펜션 사고 현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상선 기자

2차 보강수사를 벌이고 있는 경찰 관계자들이 19일 강릉 펜션 사고 현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상선 기자

어머니는 사고 전날인 17일 A군과 마지막 통화를 했다. ‘엄마가 갈까?’하고 물어봤더니 A군은 “그러면 친구들이 마마보이라고 한다. 엄마 안 와도 괜찮다”고 말했다. 다음날 오전 10시 14분 아들과 연락이 닿지 않자 어머니는 불안했다. A군 어머니는 전화를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지만, 친구들 사이에서 어린애처럼 보일까 봐 주저했다고 전했다.

A군은 사회복지학과 수시 모집에 합격한 상태였다. A군은 아픈 아버지와 누나를 위해 사회복지사를 꿈꿨다. A군 어머니는 “우리 아들은 너무 착한 아들이었다. 아들은 보이게 안 보이게 엄마를 많이 도왔고, 저는 그런 아들에게 많이 의지했다”며 “술도 담배도 할 줄 모르는 착한 아이… 정말 모범생이었다”고 말했다.

19일 오후 강원 강릉시 우란 장례식장에서 강릉 펜션사고 피해자의 시신 2구가 응급차로 운구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후 강원 강릉시 우란 장례식장에서 강릉 펜션사고 피해자의 시신 2구가 응급차로 운구되고 있다. [연합뉴스]

A군 어머니는 아들을 향한 편지도 남겼다.

“아들아, 사랑하는 내 아들아. 너는 엄마에게 남편이었고 아들이었고 가장이었고 대들보였다. 항상 엄마를 위해주고 도와주고 그런 착한 아들이었는데,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는다. 정말 믿어지지가 않는다. 왜 이렇게 짧은 생을 살고 가는지. 니가 엄마 꿈에 나타나서 나비가 되어서 펄럭거리고 날아갔다. 다음 생에는 더 좋은 집에서 더 좋은 부모 만나서 다시 꽃피거라. 사랑하는 내 아들아. 하늘나라에서는 행복해라. 모든 짐을 다 벗어던지고 나비처럼 날아서 좋은 세상으로 날아가라. 잘 가라 내 아들아, 잘 가라 내 아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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