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학생 참사, 동행교사 없이 체험학습…"절차 문제 아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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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성고 고3학생 3명이 수능 치룬 뒤 강릉 펜션에 숙박하다 화재로 숨졌다. 대성고에서 관계자가 통화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서울 대성고 고3학생 3명이 수능 치룬 뒤 강릉 펜션에 숙박하다 화재로 숨졌다. 대성고에서 관계자가 통화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18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저동의 한 펜션에서 벌어진 고3 학생 참사는 수능시험을 마친 뒤 진행된 체험학습과정에서 발생했다. 서울 갈현동 대성고 남학생 10명이 떠난 체험학습에서 동행교사는 없었다.

이 학교 관계자는 “개인 체험학습이기 때문에 학교는 승인만 해준다”며 “매우 가슴 아픈 일이 벌어졌고 학교도 진상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지만, 학교가 이들의 체험학습을 허가한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학생 신청 → 학부모 동의 → 학교 승인'의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가 난 펜션의 예약도 학생들의 학부모가 대신했다.

경찰은 이 펜션 보일러에서 나오는 LPG 가스와 연소 불순물 등이 실외로 빠져나가지 못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원인 규명에 집중하고 있다. 이 펜션 보일러의 연통이 실내에서 실외로 빠져나가는 구조로 돼 있다는 게 추정 근거다. LPG 가스가 방 안에 차면 그곳에 있는 사람은 일산화탄소 중독 위험에 노출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연통이 청소가 안 돼 그을음이 내부에 쌓이면 유독 가스 배출이 원활해지지 않을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연통 접속부 연결이 헐거워져서 연기가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실내로 샜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강릉에서 비슷한 구조의 숙박시설에서 일가족 4명이 잠을 자다가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18일 오후 강원 강릉시 한 펜션에서 숙박 중 사고를 당한 고교생 10명 중 생존자들이 소방 헬기를 통해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실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18일 오후 강원 강릉시 한 펜션에서 숙박 중 사고를 당한 고교생 10명 중 생존자들이 소방 헬기를 통해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실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소방당국에서는 이날 오후 1시 12분 신고를 접수한 뒤 112 공동대응을 요청했고, 10분 뒤인 1시 22분쯤 구조대와 구급대 등이 현장에 도착했다. 소방 13명, 경찰 4명, 구급대원 등 총 21명이 동원됐다.

사고 직후 ‘학생들이 집단으로 목숨을 끊으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었지만 경찰은 그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소방당국도 “자살 시도를 추정할 만한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이송된 강릉아산병원 등은 고압산소치료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부상자를 한꺼번에 치료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해 다른 병원으로 차례차례 옮기고 있다. 경찰은 펜션 숙박자나 인근 주민 등 목격자를 상대로 조사를 하고 있다.

김다영ㆍ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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