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총학생회장 탄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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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탈퇴를 선언했던 비운동권 출신의 서울대 황라열 총학생회장(29.종교학과 4년)이 탄핵돼 학생회장직을 상실했다. 서울대 총학생회장이 탄핵되기는 이 학교 개교 이래 처음이다.

서울대 단과대와 학과 학생회장단으로 구성된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 대의원들은 12일 황씨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시켰다. 탄핵을 주도한 대의원들은 공대.사회대 학생회장 등 운동권이 주축이다.

이들은 탄핵안에서 "황씨가 선거운동 기간 허위 이력을 기재했고, 여론 수렴 없이 독단적으로 한총련 탈퇴를 선언했다"며 "학내 구성원 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등 총학생회장으로서 자질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황씨가 선거운동 기간 중 허위로 이력을 기재한 것은 부도덕한 행위로 수많은 학우를 기만했고 해명과 사과를 기대했던 청문회에서 오히려 학우들의 불만을 증폭시켰다"고 했다.

서울대 총학생회칙은 "회장이 회칙을 위배했거나 회의 업무 수행상 부당한 행위를 했을 때는 탄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탄핵안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가결된다. 이날은 전학대회 대의원 82명 중 56명이 참석, 51명이 찬성했다.

이에 대해 황씨는 "유권자들의 지지로 당선된 총학생회장인 만큼 대의원대회에서의 탄핵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깨끗이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사회를 바꿔 보고 학생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학생회를 만들고자 출마해 당선됐지만 이 꿈을 펼쳐보지 못하고 물러나게 된 점이 아쉽다"며 "더 이상 학생회장직에 대한 미련은 없다"고 덧붙였다.

◆ 운동권과 갈등이 원인='반(反)운동권'을 표방한 황씨는 올 4월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뒤 도서관 앞 광장에서의 집회 금지, 한총련 탈퇴 등을 추진하며 운동권과 거리를 두는 활동을 펴왔다. 이에 운동권 학생들은 황씨가 선거 때 밝힌 고려대 의대 중퇴, 시사주간지 수습기자 등의 경력이 허위라며 황씨를 비판해 왔다.

또 황씨가 성인게임업체와 연루됐다는 의혹까지 제기하며 8일 진상규명 청문회를 열기도 했다. 서울대 학생회는 앞으로 단과대 학생회장단의 연석회의 형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차기 총학생회는 30일 이내에 보궐선거를 통해 구성된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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