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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반 고흐 일대기 그린 영화 ‘러빙 빈센트’ 속 그림 125점 감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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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3월 3일까지 전시회

현대 화가에 의해 재탄생한 고흐의 모습.

현대 화가에 의해 재탄생한 고흐의 모습.

지난해 말 개봉해 국내 40만 관객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예술영화가 있다.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일대기와 죽음에 얽힌 비밀을 추적하는 내용을 담은 ‘러빙 빈센트’다. 세계 최초의 장편 유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기간만 무려 9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고흐의 명화 130여 점을 스크린에 옮기기 위해 전 세계 125명의 화가가 투입됐다. 내년 3월까지 영화의 감동을 고스란히 재현한 전시 ‘러빙빈센트전’이 열린다. 영화 제작에 사용된 회화 작품 125점을 눈앞에서 직접 볼 수 있다.

110년 만에 선뵈는 원작 2점 #총 9개 섹션으로 나눠 소개 #라운드 프로젝터룸 등 마련

빈센트 반 고흐는 현대미술사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대표적인 인상파 화가다. ‘천재’로 찬사 받기도, ‘미치광이’로 비하되기도 한 그는 일생을 정신 질환과 가난으로 고통받았다. 하지만 그가 남긴 800여 점의 작품만은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영화 제작 과정에 숨은 이야기 공개

110년 만에 공개되는 고흐의 원작 ‘꽃이 있는 정물화’

110년 만에 공개되는 고흐의 원작 ‘꽃이 있는 정물화’

지난해 11월에는 고흐의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 영화 ‘러빙 빈센트’가 개봉해 전 세계적으로 흥행했다. 도로타 코비엘라와 휴 웰치먼이 공동 기획한 이 영화는 고흐가 죽은 후 그의 그림을 사랑했던 우체부의 아들 아르망 룰랭이 아버지의 부탁을 받고 고흐가 마지막으로 살았던 장소로 찾아가 그의 미스터리한 죽음을 추적해 간다는 이야기다. 모두 유화 회화로 제작됐으며 전 세계에서 모인 125명의 화가가 2년에 걸쳐 6만5000여 개의 프레임을 직접 손으로 그렸다. 1분짜리 예고 영상 제작에만 729장의 유화 작품이 사용됐고 제작에만 1년이 걸렸다고 한다.

올해는 영화 ‘러빙 빈센트’ 제작에 사용된 회화 작품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게 기획한 전시 ‘러빙빈센트전’이 우리 곁을 찾았다. 애니메이션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유화 작품과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고흐의 아프고 처절했던 삶에 초점을 맞춰 인간 빈센트 반 고흐를 이해한다는 취지로 기획했다. 영화 제작에 참여했던 배우·작가·감독이 제작 과정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고 애니메이터로 참여한 폴란드 화가 우카쉬 고르돈은 전시장에 직접 찾아와 페인팅 시연을 보여 관객에게 즐거움을 제공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고흐의 팬이라면 놓치고 싶지 않은 특별한 이벤트가 준비돼 관심이 쏠린다. 1928년 독일 드레스덴에서 단 한 차례 소개된 후 외부에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고흐의 초기 작품 두 점이 110년 만에 소개된다. 유명 컬렉터 티에츠가(家)에서 ‘러빙빈센트전’을 기념하기 위해 특별히 ‘꽃이 있는 정물화’(1886년 추정), ‘수확하는 두 농부’(1888년 추정)을 공개했다.

전시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125점의 작품을 총 9개의 섹션으로 나눠 소개한다. 첫 번째 섹션은 ‘빈센트 연대기’다. 고흐의 삶을 전반적으로 설명하고 어떤 내용을 선별해 영화로 만들었는지 고심한 과정을 설명한다.

서울 역삼동 M컨템포러리 아트센터

영화 제작에 참여한 폴란드 화가가 전시장에서 직접 페인팅 시연을 보인다.

영화 제작에 참여한 폴란드 화가가 전시장에서 직접 페인팅 시연을 보인다.

두 번째 섹션은 ‘그림 속으로 들어온 배우들’이다. 고흐가 그린 초상화 25점이 화가와 배우들에 의해 살아 움직이는 과정을 보여준다. 세 번째는 ‘영화 속으로 들어온 그림들’ 섹션이다. 캔버스를 영화 스크린으로 옮겨 오기 위해 프레임의 비율, 작품 배경이 되는 시간과 계절 등을 영화의 스토리에 맞게 재해석하고 재구성한 이야기를 다룬다. 가령 고흐가 주로 사용한 정사각형 모양의 30호(90×72㎝) 캔버스를 영화 필름에 맞추기 위해 고전 방식인 아카데미 필름 포맷(1.37:1)을 선택해 변형을 최소화했다. 또 고흐의 어두웠던 인생을 표현하기 위해 낮을 밤으로 바꾸기도 하고 유색의 그림을 흑백으로 변형시키기도 했다.

네 번째 섹션은 ‘러빙 빈센트 속 빈센트 반 고흐’다. 고흐의 현존하는 작품 855점 중에서 영화에 사용된 76점의 원화를 소개하고 영화 속에 어떤 장면에 인용됐는지 비교할 수 있다. 다섯 번째 섹션인 ‘미스터리 보드’에서는 고흐의 죽음을 둘러싼 다양한 이론 중에서 영화에 차용한 몇 가지 가설을 소개한다. 여섯 번째, ‘영화 슬라이드’는 영화에 쓰인 6만5000장의 프레임 중 대표적인 것을 보여주고 일곱 번째, ‘화가의 시선’에서는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채색에 전념하며 영화의 프레임을 채운 화가 네 명을 자세히 소개한다.

여덟 번째, ‘러빙 빈센트 영화 제작기’에선 고흐의 편지와 생애에 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한 영화 스토리 보드와 스케치, 3D 작업 등 편집 과정을 보여준다. 마지막 섹션 ‘감독의 시선’에서는 영화의 감독, 작가, 음악감독 등을 소개하는 자리를 갖는다.

이외에도 ‘까마귀가 있는 밀밭’(1890), ‘코르드빌의 초가집’(1890) 작품을 360도 라운드 프로젝터로 옮겨 놓은 라운드 프로젝트룸 등 관람객이 생생하게 전시를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공간을 마련했다. ‘러빙빈센트전’은 내년 3월 3일까지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의 르 메르디앙 서울 M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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