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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의 민간인 사찰은 중간에 폐기"…靑 "우병우 때와는 다르다"

중앙일보

입력

17일 문재인 정부에서도 민정수석실이 직무 범위에서 벗어난 감찰 활동을 벌였다는 일각의 주장이 제기되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실은 우병우 때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강력히 부인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에서 근무하다 비위 문제로 검찰로 복귀한 김태우 수사관이 이날 언론을 통해 전직 총리 아들의 사업 현황, (민간)은행장의 동향, 외교부 간부의 사생활, 쓰레기 대란 사태 환경부 동향, 삼성반도체 작업환경보고서 공개 동향 등 자신이 청와대 근무시절 작성·보고했던 첩보 보고서 목록을 공개한데 대한 반응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세계인권선언 70주년 기념일인 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열린 2018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의 기념사를 듣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세계인권선언 70주년 기념일인 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열린 2018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의 기념사를 듣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수사관을 포함해 과거 청와대 특감반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이 현 정부 출범 초기에도 민간인 사찰에 해당하는 첩보를 관행처럼 보고했다”며 “특감반원들이 ‘공을 세운다’는 취지로 동향보고서를 만들었지만 대부분 ‘킬(kill)’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정수석실이 민간인 사찰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만든 뒤로는 관련 정보를 생산한 사람들에게 오히려 경고를 줬다”며 “김 수사관 역시 경고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핵심관계자도 “정부 출범 초기 김 수사관이 민간인 관련 첩보를 보고하자 이인걸 특감반장이 ‘이런 것 쓰지 말라. 업무 밖의 사안이다’라는 시정조치를 했다”고 전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김 수사관이 공개한 목록을 일일이 열거하며 반박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이 17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인 김태우 수사관이 비위 연루 의혹으로 원대복귀 조치된 데 반발해 폭로를 지속하는 상황과 관련, "자신이 생산한 첩보문서를 외부에 유출하고 허위주장까지 하는 행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법무부에 추가 징계를 요청했다고 밝히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이 17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인 김태우 수사관이 비위 연루 의혹으로 원대복귀 조치된 데 반발해 폭로를 지속하는 상황과 관련, "자신이 생산한 첩보문서를 외부에 유출하고 허위주장까지 하는 행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법무부에 추가 징계를 요청했다고 밝히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김 대변인은 김 수사관이 공개한 첩보 목록 중 전 총리 아들과 은행장 관련 등 2건은 직무범위를 넘어선 민간 감찰이란 부분을 인정했다. 그러나 김 대변인은 “첩보를 수집할 때 불분명하거나 ‘불순물’이 묻어서 함께 들어온다”며 “해당 건은 특감반 데스크, 특감반장, 반부패비서관 등 3단계 검증을 거쳐 폐기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첩보는 반부패비서관까지만 보고되고 민정수석에는 보고되지 않는다”며 “이를 알면서도 김 수사관이 허위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직 총리 아들 문제는 가상통화 동향을 조사하다 우연히 섞여 들어온 보고였다고 한다.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특감반원이 최초에 보고하는 보고서의 80~90%는 사실관계가 불명확한 것”이라며 “여러 차례의 확인 과정을 거쳐 조국 민정수석에게 실제 보고되는 것은 전체 초기 생산 첩보의 10%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조국 민정수석이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박형철 반부패비서관과 함께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고 있다.  2017.07.17 청와대사진기자단

조국 민정수석이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박형철 반부패비서관과 함께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고 있다. 2017.07.17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는 해당 2건을 제외한 나머지 보고는 “특감반의 고유 업무”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쓰레기 사태나 작업환경 보고서는 부처 대응의 적정성에 대한 직무감찰 일환이며 외교부 직원 감찰도 공무원법 78조 ‘직무 내외를 불문하고 그 체면 또는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에 해당해 감찰할 수 있다”고 했다.

'재활용 쓰레기 대란'의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9일 인천광역시 부평구의 한 재활용품 수거업체에 폐박스가 가득 쌓여 있다. 특감반은 이와 관련한 부처 동향을 파악했다.

'재활용 쓰레기 대란'의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9일 인천광역시 부평구의 한 재활용품 수거업체에 폐박스가 가득 쌓여 있다. 특감반은 이와 관련한 부처 동향을 파악했다.

청와대는 첩보 목록을 공개한 김 수사관에 대해 청와대 보안규정 위배를 이유로 법무부에 추가로 징계요청서를 발송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김 수사관의 행위는 징계사유일뿐 아니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법적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1차적으로 당사자인 우윤근 대사가 김 수사관과 해당언론을 상대로 법적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김 수사관은 8월 부적절한 행위로 이미 경고를 받았다”며 “지난달에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본인이 생산한 첩보를 확인한 것은 영향력 행사의 오해가 있고, 수사 대상자 최모씨와 경찰청 방문전 수십차례 통화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우윤근 주러시아대사가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러시아로 출국하고 있다. 김태우 전 공직기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이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관련 비위첩보를 해서 본인이 부당하게 쫓겨났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18.12.17/뉴스1

우윤근 주러시아대사가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러시아로 출국하고 있다. 김태우 전 공직기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이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관련 비위첩보를 해서 본인이 부당하게 쫓겨났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18.12.17/뉴스1

다만 청와대의 해명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정부 출범 후에도 최소 몇달 간은 ‘부절절한 보고’가 있었다는 점은 드러난 셈이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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