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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가 낳은 한국 여름 폭염, 5월 말부터 조기 시작한다

중앙일보

입력

인간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로 2017년 여름은 평년보다 8일빠른 5월 25일 시작했다. 포항공대(POSTECH) 환경공학부 민승기 교수와 옥스퍼드대 국제공동연구팀은 앞으로도 이 같은 '이른 여름'이 찾아올 확률이 자연상태일 때보다 최대 3배 가량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8월 1일 오후 서울 여의대로에서 40도를 가리키고 있는 온도계. [뉴스1]

인간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로 2017년 여름은 평년보다 8일빠른 5월 25일 시작했다. 포항공대(POSTECH) 환경공학부 민승기 교수와 옥스퍼드대 국제공동연구팀은 앞으로도 이 같은 '이른 여름'이 찾아올 확률이 자연상태일 때보다 최대 3배 가량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8월 1일 오후 서울 여의대로에서 40도를 가리키고 있는 온도계. [뉴스1]

“기상청이 봄철에 폭염주의보를 내리기 시작했다. 2013년경부터 시작된 이례적인 현상이다”

포항공대(POSTECH) 환경공학부 민승기 교수의 말이다. 한반도의 5월이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다. POSTECH은 영국 옥스퍼드대 기후모델링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한국의 ‘이른 여름’ 시작과 기록적인 이상고온 현상이 인간의 활동이 원인이라는 것을 최초로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연구진은 인간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로 지난해와 같이 이른 더위가 찾아올 가능성이 예년보다 최대 3배까지 높아졌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 연구는 ‘미국기상학회보(Bulletin of the American Meteorological Society)’지 특별호에 소개됐다.

연구진은 먼저 한여름처럼 달아오른 지난해 5월을 집중 분석했다. 당시 5월 평균기온은  섭씨18.7로 1973년 이후 가장 높았다. 5월 29일에는 밀양의 최고기온이 36.6도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962년 5월 31일 대구에도 같은 온도가 측정된 바 있지만, 이보다도 시기가 이틀 더 이르다. 민승기 교수는 “올해를 제외하고는 2013년경부터 연속적으로 5월 최고기온이 경신됐다”며 “때때로 여름이 빨리 찾아오기도 하지만 연구결과, 온실가스 배출 등 인간 활동이 이 확률과 빈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하루 평균 기온이 20도를 넘으면 여름으로 보는데 평년, 즉 1981년부터 2010년까지 여름의 시작은 6월 2일이었던 반면, 지난해는 이보다 8일이 이른 5월 25일에 여름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지난 2017년 5월 30일 촬영된 충남 보령댐. 평년보다 8일이나 이른 폭염이 시작된 이 해, 보령댐 저수율은 댐 준공 이후 최저치인 10.1%를 기록했다. [사진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2017년 5월 30일 촬영된 충남 보령댐. 평년보다 8일이나 이른 폭염이 시작된 이 해, 보령댐 저수율은 댐 준공 이후 최저치인 10.1%를 기록했다. [사진 프리랜서 김성태]

연구팀은 방대한 지역의 분석에 사용되는 전지구기후모델(GCM)과 더불어 특정 지역 연구에 사용되는 고해상도 지역기후모델(RCM) 모의자료 약 5000개를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과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인간 활동이 포함되지 않을 경우 지난해처럼 5월 25일에 여름이 시작될 확률은 약 12%였다. 그런데 인간 활동을 변수로 포함해 분석해보니 이 확률이 32%까지 크게 올라갔다. 민 교수는 “연구 결과에 따르면 8.3년에 한 번 찾아오는 이른 여름이 앞으로는 약 3년에 한 번 찾아온다는 얘기가 된다”며 “그러나 지구 온난화가 가속하고 있는 만큼 이 확률이 더욱 올라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런 결과를 얻는 데는 옥스퍼드대 CPDN(Climateprediction.net) 연구팀의 ‘웨더앳홈(Weather@home)’ 프로젝트라는 독특한 연구방법이 도움이 됐다. 지구 전역에 있는 컴퓨터 사용자에게 기후모델을 내려받게 하고,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유휴시간을 이용해 기후 데이터를 분석하도록 한 것이다. 이 덕분에 단일 슈퍼컴퓨터를 사용하는 것보다 빠르게 고해상도의 연구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됐다. 민승기 교수는 “최근 사용되는 GCM은 해상도가 아무리 좋아도 위도와 경도 각 1도(거리 약 100㎞)를 단위로 기후가 측정된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영토가 좁은 한국의 상황에 맞춰 가로ㆍ세로 약 50㎞ 단위의 고해상도 모델을 얻을 수 있었다”고 연구의 차별성에 관해 설명했다.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를 위해서는 국제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15일(현지시각) 폐막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4)에서는 200여개 참여국 대표들이 파리협정 이행을 위한 상세 규정에 합의했다. 사진은 파트리시아 에스피노사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왼쪽)과 폴란드 환경부 장관 헨릭 코왈치크(오른쪽)이 악수하고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를 위해서는 국제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15일(현지시각) 폐막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4)에서는 200여개 참여국 대표들이 파리협정 이행을 위한 상세 규정에 합의했다. 사진은 파트리시아 에스피노사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왼쪽)과 폴란드 환경부 장관 헨릭 코왈치크(오른쪽)이 악수하고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연구진은 “앞으로 봄철 폭염이 더 자주, 더 강하게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따라 분야별 대응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경고했다. 한편 15일(현지시각) 막을 내린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4)에서는 약 200여개 참여국 대표들이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최대 2도로 제한하는 파리협정을 이행하기 위한 상세규정에 합의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11일 COP24 고위급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 정부가 국내 온실가스 감축분을 늘리는 등 후퇴 없이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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