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발이 만들어낸 '캐네디 신화'

중앙일보

입력

대선이나 총선을 앞두고 후보자들의 TV토론은 이제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선거운동의 한 영역이 되었다. 지난해 대선에서 노무현·이회창·권영길 후보의 세차례에 걸친 TV토론은 높은 시청률만큼이나 큰 주목을 끌었고 이후 이를 패러디한 코메디 프로까지 등장했다.

대선 후보 TV토론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케네디의 신화’다.
1960년 오늘 존 F 케네디 민주당 후보는 미 대선에서 도입된 첫 TV 토론에서 의욕에 찬 젊고 강인한 이미지를 시청자들에게 심어줘 부통령을 두 번이나 지낸 노련한 정치인 닉슨을 상대로 승리를 낚아챘다.

이날 케네디는 짙은 감색 양복을 입었다. 닉슨은 엷은 회색 양복 차림. 밝은 조명아래서 양복 색깔만으로도 ‘잘 생긴’ 케네디는 젊고 참신하게 비춰졌고, 닉슨은 이빨 빠진 늙은 사자처럼 보였다. 게다가 케네디는 분장까지 한데 반해 나이가 들고 무릎 부상까지 입었던 닉슨은 이를 거절했다.

꼿꼿한 자세의 케네디는 빠르고 명쾌한 말투로 젊고 건강한 자신의 이미지를 더욱 강조했고 닉슨은 말하면서 계속 시계쪽을 힐끔거려 자신의 최대장점인 여유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그 결과 라디오로 토론을 들은 사람은 닉슨이 이겼다고 평가했고 TV를 본 사람은 케네디의 우세를 확신했다고 한다. 그리고 결국 백악관의 주인은 케네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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