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 '권리 찾기'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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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왜곡된 방송 시장을 개편하자는 논의에 불이 붙고 있다. 정치권에서, 학계에서, 또 시청자단체에서…. 그리고 그 주 과녁은 '지상파 3사의 독과점 해체' 방안이다.

지난 23일 방송위원회 국감에서도 "독점 체제로 인해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바꿔 말하면 수용자(시청자) 입장에서 방송 환경을 돌아볼 때가 됐다는 것이다.

◇"시청자들도 좌시하지 않겠다"="방송 독과점의 폐해는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간과하면 안된다. 방송은 점차 생활을 지배하고 있는데…. 특히 이런 구도에서 정치권력 등 특정 집단의 힘이 작용한다면 문제는 심각할 수밖에 없다."(한국여성민우회 조정하 운영위원)

지난 19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 시청자단체 '미디어세상 열린사람들'이 주최한 '방송시장의 독과점 문제와 수용자 복지개선을 위한 세미나'는 뜨거웠다. 이 자리는 무엇보다 시청자들이 방송정책 논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리고 그 발걸음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문하 미디어세상열린사람들 대표는 "방송의 주인이면서도 정작 정책에선 소외돼 왔던 시청자들의 권리를 되찾겠다"며 "시청자단체 연대 등 다양한 방법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지나친 '지상파 3사 우대'고쳐야="KBS.MBC.SBS 지상파 3사는 진입 장벽 하에서 독점적 지위를 만끽하고 있다. 그런데도 방송위가 내놓은 방송법 개정안은 독과점 해소 대책을 담지 못했다. 당연히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한나라당 고흥길 의원).

방송위 국감에서 의원들은 지상파 3사의 독점으로 인한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이들이 매체력을 이용, 케이블.위성은 물론 신규 뉴미디어시장까지 잠식해 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각종 토론회.세미나에서도 이런 주장은 단골손님이다. 권호영 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현 방송법은 한 방송사가 전체 방송시장 매출액의 33%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KBS.MBC는 예외로 빼놓고 있다"며 "이들이 상업 광고와 뉴미디어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엄청난 비율을 도외시한 특혜"라고 주장한다.

◇방송시장의 틀을 바꾸자=이 와중에 서울대 기업경쟁력 연구센터가 용역을 받아 방송위에 제출한 '방송매체의 소유제한 및 경쟁정책 연구'보고서가 큰 파문을 던지고 있다.

이 보고서엔 그동안 금기시돼 온 '제4의 전국 민방 신설' 주장이 들어 있다. 또 뉴미디어 시장의 경우 대기업 등에 문호를 활짝 열어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국회에선 공영방송의 위상을 찾자는 취지의 정책토론회도 열렸다. 황근 선문대 교수는 "현재 같은 어정쩡한 공.민영 이원구도로는 방송의 공공성 실현이나 방송산업 육성발전이라는 두 목적에 모두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선 정치권. 방송위원회.시청자대표.방송사들이 총체적으로 참여하는 공영방송제도개혁위원회의 발족이 제안되기도 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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