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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번에 차관 3명 발탁…광주 동신고 '전성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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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차관급 인사 16명을 교체하는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 인사(차관급 이상)를 실시했다.

특히 이날 임명된 인사들 중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현 청와대 일자리기획비서관), 황서종 인사혁신처장(현 소청심사위 상임위원), 정무경 조달청장(현 기재부 기획조정실장) 등 3명이 광주 동신고 동문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나이는 황 처장이 1961년생으로 가장 많고 정 청장이 1964년생, 이 차관이 1965년생 순이다. 황 처장과 정 청장은 행정고시 31회 동기이고 이 차관은 32회다. 현직인 박천규 환경부 차관(1964년생, 행시 34회)도 동신고 출신이어서 동신고 출신 차관급만 4명이 됐다. 1966년 개교한 동신고는 동신중·여중, 동신고·여고, 동강대 등을 소유한 동강학원 산하 사립고등학교다. 창업자의 며느리인 김필식 동강학원 이사장이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누나다. 동신고가 이번 인사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1975년 광주지역에 고교평준화 제도가 도입된 이후 전통의 명문 광주일고 외에 다른 고교로도 인재들이 분산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동신고 출신 차관 4명은 전부 75년 이후에 입학한 경우다.

14일 문 대통령이 모두 16명의 차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왼쪽 윗줄부터 황서종 신임 인사혁신처장, 이호승 기재부 1차관, 구윤철 기재부 2차관, 문미옥 과기부 1차관, 윤종인 행안부 차관, 김용삼 문체부 1차관, 박선호 국토부 1차관, 김학고 중소기업벤처부 차관. [중앙포토]

14일 문 대통령이 모두 16명의 차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왼쪽 윗줄부터 황서종 신임 인사혁신처장, 이호승 기재부 1차관, 구윤철 기재부 2차관, 문미옥 과기부 1차관, 윤종인 행안부 차관, 김용삼 문체부 1차관, 박선호 국토부 1차관, 김학고 중소기업벤처부 차관. [중앙포토]

또 문 대통령은 기재부 2차관에 구윤철 현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국무조정실 2차장에 차영환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에 문미옥 대통령과학기술보좌관을 임명했다. 이호승 차관까지 포함하면 청와대 참모진 3명을 일선 부처 차관으로 내려보낸 것이다. 이에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전진배치로 표현할 수 있겠다. 지난 1년 7개월 동안 청와대에서 일을 하면서 대통령의 뜻을 직접 받들어 정책을 만들고 구현하셨던 분들이 직접 현장에 들어가셔서 그 뜻을 잘 구현해 나가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밝혔다.

왼쪽 윗줄부터 정무경 조달청장, 정문호 소방청장, 김경규 농진청장, 김진숙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차영환 국무조정실 2차장, 이병구 국가보훈처 차장, 엄재식 원자력안전위 위원장, 김일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상임위원. [중앙포토]

왼쪽 윗줄부터 정무경 조달청장, 정문호 소방청장, 김경규 농진청장, 김진숙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차영환 국무조정실 2차장, 이병구 국가보훈처 차장, 엄재식 원자력안전위 위원장, 김일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상임위원. [중앙포토]

 이밖에 행정안전부 차관에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상임위원,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에 김용삼 국민체육진흥공단 전무이사, 국토교통부 1차관에 박선호 국토부 국토도시실장,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에 김학도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소방청장에 정문호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장, 농촌진흥청장에 김경규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에 김진숙 차장, 국가보훈처 차장에 이병구 보훈처 기획조정실장,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에 엄재식 사무처장,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상임위원에 김일재 행안부 정부혁신조직실장이 임명됐다. 연천종합고를 나온 김용삼 차관은 고졸 출신으로 차관 자리에 올라 또한번 공직사회의 ‘고졸 신화’를 썼다.

이같은 대규모 차관급 인선은 문 대통령이 집권 3년차를 앞두고 정책 집행 속도를 높이기 위해 ‘차관 정치’를 가동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장관은 정무직 성격이 강하고 국회에서 야당의 견제를 수시로 받지만, 정책 실무를 총괄하는 차관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칠 필요도 없고 상대적으로 야당의 공격도 덜 받는 편이다. 이번 차관 인선에 참여한 청와대 인사는 “덕장 스타일의 리더보다는 활동성이 있으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사들 위주로 임명했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어떻게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절박감이 담겨있다.

16명을 지역별로 보면 호남과 서울 등 수도권 출신이 각각 5명으로 가장 많았고, 충청(4명), 영남(2명) 순이었다. 대학별로는 서울대 출신이 9명으로 가장 많았는데 이호승·구윤철·박선호 차관, 차영환 국무조정실 2차장 등 4명이 경제학과를, 김학도 차관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그다음으로 고려대 2명, 포항공대·한양대·인하대·충남대 각 1명씩이었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번 인사에 대해 “경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역동적인 정부를 만들어나가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며 “역동적인 정부를 통해서 국민들이 성과를 체감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인사권자의 의지”라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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