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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1차관 문미옥에 "王차관"···과학계 엇갈린 반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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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에 임명된 문미옥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보좌관, [연합뉴스]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에 임명된 문미옥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보좌관, [연합뉴스]

 ‘과학계에 왕(王)차관이 왔다.’ 14일 오전 단행된 차관급 인사에서 문미옥(50)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에 임명된 데 대한 과학기술계의 반응이다. 야당 시절이긴 하지만 현 집권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냈고, 지난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핵심 인물로 활약했으며, 이후 과학기술보좌관에 올라 최근까지 한국 과학기술계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다는 경력 때문이다.

하지만 ‘왕 차관’에 대한 과기계의 여론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왕차관이란 표현은 ‘실세’라는 표면적 의미를 담고 있지만, ‘경험이 부족한 인사’‘실패한 과학 인사의 장본인’‘독선적이며 소통이 부족하다’…와 같은 반응이 일반적이다.

문 신임 차관은 청와대 보좌관 시절 같은 학맥이며 동기인 박성진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교수를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추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교수는 이후 장관 후보자에 올랐다가 ‘창조과학회’등의 논란 끝에 진보진영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결국 물러나야 했다.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도 포항공대 현직 교수다. 이외에도 과기정통부 과기혁신본부장(차관급), 산하 직할기관과 출연연구기관의 기관장들을 임기와 무관하게 ‘교체’한 것 또한 문 차관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과학기술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현 정부의 과학기술 행정과 정책의 난맥상에 누구보다 큰 책임이 있는 인사라는 평가다.

과학기술보좌관 당시 문미옥 과기정통부 1차관. [청와대사진기자단]

과학기술보좌관 당시 문미옥 과기정통부 1차관. [청와대사진기자단]

과학계의 한 원로 교수는 “현 정부가 과학기술분야에 관심이 없다는 게 과기계의 일반적인 평가인데, 계속된 과학계 인사 실패 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인사가 과기부 1차관으로 왔다는 것은 과기계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라며 "이러다 과기계에 촛불시위가 일어날 수도 이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문 차관에 대한 긍정적 기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과학계 출신에 국회의원까지 지낸 현 정부의 실세가 과기정통부의 1차관으로 왔으니, 앞으로 과기 행정에 추진력이 더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 과학기술계 단체장은 “내년은 사상 처음으로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이 20조원을 넘어서는 해인만큼 R&D 정책을 통해 비효율적이라 평가받아왔던 국가 혁신시스템을 정비하는데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보좌관 당시 문미옥 과기정통부 1차관.[연합뉴스]

과학기술보좌관 당시 문미옥 과기정통부 1차관.[연합뉴스]

문 신임 차관은 경남 산청 출신으로, 포항공대(POSTECH)에서 물리학으로 학ㆍ석ㆍ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이화여대와 연세대 등에서 연구원과 연구교수를 지냈으며,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 기획정책실장(2011년)과 과학기술인협동조합지원센터 기획실장(2013년)을 거쳐, 20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했으며,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대표 비서실장을 지냈다. 지난해 현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 비서실 과학기술보좌관 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와 4차산업혁명위원회 간사위원으로 최근까지 활동했다.

한편 이번 인사로 공석이 된 대통령 비서실 과기보좌관 자리에는 정치인이 아닌 과학기술분야 정통관료가 임명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 장관과 1차관이 모두 정치인 출신이기 때문에, 과기보좌관만이라도 관료가 와야 조직을 장악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이번 인사 전까지 자리에 있었던 이진규 전 1차관과 정병선 현 연구개발정책실장 등이 과기보좌관의 물망에 오르고 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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