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싫으면 노출 없는 일 하라고?” 치어리더들 잇따른 고충 토로

중앙일보

입력

왼쪽부터 치어리더 황다건, 심혜성, 박현영.

왼쪽부터 치어리더 황다건, 심혜성, 박현영.

치어리더 황다건이 ‘성희롱 댓글’에 대한 피해를 호소한 가운데 동료 심혜성, 박현영도 고충을 토로했다.

삼성 라이온즈 소속 치어리더 심혜성은 1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당장 내년 시즌에 하실 거죠? 내년에도 삼성에 계실 거죠?’ 하는 질문은 그렇게도 잘하면서 왜 그만두지 않았다고 멋대로 판단하고는 힘들면 그만두라는 말을 쉽게 하는지”라고 적었다.

그는 “‘성희롱이 싫으면 노출이 없는 옷을 입어라. 노출 없는 일을 해라’는 말로 피해자에게 모든 책임을 안기고, 일베에 올라온 글을 알았으니 일베한다는 너도”라며 “초상권도, 피해 입었다고 말할 권리도, 피해자가 될 권리도 그 어떤 인권도 없는 우리일지도”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저 기삿거리 늘어서 신나고 깔 거리 생겨서 흥분한 더러운 짐승들 때문에 혹여나 논란거리가 돼 남에게 피해가 될까 봐 ‘노이즈 마케팅’ 이딴 소리나 들을까 봐 어떤 의견도 내지 못하는, 어리고 조신하지만, 너희들의 성욕을 채워줘야 하는 직업일지도”라며 씁쓸한 심경을 전했다.

이에 동료 치어리더 박현영은 댓글을 달아 “우리가 노출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닌, 그냥 춤추고 무대 위에 서는 게 좋아서 치어리더라는 일을 하는 사람도 충분히 많다는 걸 알아달라”고 공감했다.

앞서 같은 삼성 라이온즈 소속 치어리더인 황다건은 지난 10일 인스타그램에 일베에 올라온 게시물 하나를 캡처해 올렸다. 해당 게시물에는 성적으로 황다건을 희롱하는 글이 담겨 있었다.

황다건은 “치어리더라는 직업은 좋지만 그만큼의 대가가 이런 건가. 한두 번도 아니다”며 “저런 글을 보게 되면 그날 하루는 다 망치는 것 같고 하루종일 이 생각밖에 안 난다. 이젠 겁도 나고 막막하다. 부모님이 이런 글을 보게 될까 죄송스러울 따름”이라고 털어놨다.

이후 온라인상에는 성상품화 등의 이유로 치어리더 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등장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한편 황다건, 심혜성, 박현영의 게시물은 모두 삭제됐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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