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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났네 이거” KTX 사고 당시 관제사들 녹취록 보니

중앙일보

입력

지난 8일 오전 강릉역을 출발한 지 5분 만에 탈선한 KTX 복구 작업이 이틀째 이어졌다. 9일 강릉시 운산동 열차 탈선 사고 현장에서 코레일 관계자들이 대형 기중기를 이용해 열차를 세우고 있다. 코레일은 10일 오전 2시까지 열차 운행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우상조 기자

지난 8일 오전 강릉역을 출발한 지 5분 만에 탈선한 KTX 복구 작업이 이틀째 이어졌다. 9일 강릉시 운산동 열차 탈선 사고 현장에서 코레일 관계자들이 대형 기중기를 이용해 열차를 세우고 있다. 코레일은 10일 오전 2시까지 열차 운행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우상조 기자

지난 8일 발생한 서울행 KTX 806 열차 탈선 사고의 전후 상황을 알 수 있는 관제 녹취록이 공개됐다.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헌승 자유한국당 의원이 코레일 등으로부터 제출 받은 녹취록에는 서울 구로구 철도교통관제센터와 강릉역, 강릉기지, 열차가 남긴 그날의 기록이 담겨 있었다.

사고 28분 전인 오전 7시 7분. 강릉기지 관제사는 “선로전환기 이상 신호를 감지했다”고 말한다.

그러자 구로 관제사는 “큰일 났네, 이거”라며 “H1636 열차가 강릉에서 8시 13분 출발해야 하는데 이것부터 (차량기지에서) 못 나오고 있고, 그 다음에는 D1691이 있다”고 말한다.

실제 고장이 난 선로전환기는 서울 방향의 철길에 설치된 것이었지만 이들은 강릉차량기지를 오가는 선로전환기에 고장이 난 것으로 인식했다. 경보시스템과 연결되는 두 선로전환기의 회로가 뒤바뀌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상 신호에 따라 이들은 초기대응팀 등 역무원을 엉뚱한 현장에 급파했다.

오전 7시 17분, 구로 관제사는 강릉역 쪽에 “806 열차가 나가는 데는 지장이 없느냐”고 묻는다. 강릉역 관제사는 “아 이것은 보낼 수 있다, 신호에서 그렇게 얘기했다”고 답한다.

 9일 강원 강릉시 운산동의 강릉선 KTX 열차 사고 현장에서 이틀째 복구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9일 강원 강릉시 운산동의 강릉선 KTX 열차 사고 현장에서 이틀째 복구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806 열차는 그렇게 출발 대기에 들어갔다. 그러는 사이 관제사들은 아무 이상 없는 차량기지 쪽 선로전환기에 관심을 쏟고 있었다. 이들은 806 열차가 출발하자마자 수동취급으로 선로전환기를 조작해 H1636 열차부터 차량기지에서 출고시키자는 의논을 했다. 수동취급에 필요한 승인번호를 주고받거나 작업에 필요한 '지도권'과 '지도표' 등을 준비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인다.

열차는 7시 30분에 출발했다. 사고 발생 시각은 35분. 관제사들은 사고가 날 때까지 차량기지 쪽 선로전환기의 수동조작을 의논하고 있었다.

7시 35분. 열차 탈선 직후 806호 기장이 관제사들을 두 차례 불렀다. 시속 105㎞로 속도를 내다 서울방향 선로전환기 인근에서 탈선해 아비규환이 된 후였다. 기장은 “분기선에 가다가 열차가 탈선했다”고 교신했다. 그제야 구로 관제센터와 강릉역에서는 열차가 탈선된 사실을 알게 됐다.

8일 서울행 KTX 열차가 탈선한 강원 강릉시 운산동에서 코레일이 중장비를 동원해 탈선 열차를 들어 올리자 사고로 부서진 부분이 드러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서울행 KTX 열차가 탈선한 강원 강릉시 운산동에서 코레일이 중장비를 동원해 탈선 열차를 들어 올리자 사고로 부서진 부분이 드러나고 있다. [연합뉴스]

강릉역 관제사는 믿기지 않는 듯 “806 열차, 열차 탈선했다고 했습니까”라며 되묻는다. 강릉기지 관제사도 사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806 열차가 올라가다가 탈선했다고 합니다. 기지에서 뭐… 진로를 만진 모양입니다”라고 말했다.

철로에서 튕겨 나온 열차는 차량기지 쪽 선로전환기에서 고장을 확인하던 강릉역 역무팀장 윤모씨를 덮쳐 윤씨가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헌승 의원은 “사고 28분 전에 고장 신호가 감지돼 조금만 더 현장에서 판단을 잘 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지만 아무도 열차를 중지시키지 못했다”며 “이에 대해 국토부가 제대로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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