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전승인 없어 명백한 위법"|이 통일원장관 「문 목사」관련 회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이홍구 통일원장관은 27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갖고 문익환 목사의 방북에 따른 정부입장의 일단을 밝혔다. 다음은 간담회요지.
―문 목사의 방북에 대한 정부의 기본입장은 무엇인가. 『문 목사가 정부와 사전협의 없이 법과 규정을 위반해가면서 독자적 행동을 취한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다. 현재 남북당국 사이에서는 고위당국자 회담을 위한 예비접촉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이나 단체가 개별적으로 북한과 정치협상을 벌이겠다고 나서는 것은 당국간의 진지한 노력을 지연시키고 적지않은 혼선을 불러일으켜 남북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
―문 목사가 돌아오면 구속 수사할 방침으로 보이는데.
『본인이 돌아올 때까지 관계부처에서 검토하겠으나 법 위반이 명백하므로 의법조치 될 것이다.」
―문 목사는 북한에서 48년 4월 김구선생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의 기분으로 갔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는데.
『그 당시는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이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국민들이 희생을 치르면서 지켜온 국가이고 이에따른 헌정질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를 무시하는 행동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일부 재야에서는 정부가 대화창구를 독점하고 있으므로 그런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시각이 있는데. 『이 문제는 헌법적인 차원의 문제다. 대통령은 전쟁중이라도 협상을 위해 대표를 적국에 보낼 수 있는 권한, 즉 통치권을 갖고 있다. 따라서 정주영 현대회장의 방북상황과 문 목사의 경우는 다른 것이다.」
―문 목사와 함께 간 일행의 신원은 파악됐는가.
『문 목사를 포함해서 3명이라는 것만 확인됐고 문 목사이외의 나머지 2명은 화면 등을 통해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당국이 문 목사의 행적을 몰랐다고 하는데 「그럴 수가 있느냐」라는 차원에서 의구심이 생기고있는 것 같다. 『여러분들이 앞으로 확인해보면 알겠지만 북한방송이 보도하기 전에는 전혀 몰랐다.』
―앞으로 예정된 체육회담과 고위당국자 예비회담에 이번 사건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그 같은 회담들을 개최하는데는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정부로서는 우리내부가 일치돼야 효율적으로 남북관계개선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인데 이런 사건이 벌어짐으로써 어려움이 많다.』
―재야단체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있을 것으로 보는가.
『그 부분은 소관업무가 아니다.」

<안희창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