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 - 푸마 '장외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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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월드컵 개막을 계기로 독일 남부의 작은 마을 헤르초겐아우라흐가 주목받고 있다. 이 고풍스러운 마을은 세계적인 스포츠 의류.용품 제조업체인 아디다스와 푸마의 탄생지이다. 그런데 이 마을 주민들은 60년 해묵은 두 업체 간의 싸움에 휘말려 둘로 쪼개져 앙숙처럼 지낸다고 영국 BBC 뉴스가 8일 보도했다. 주민들은 마을 한복판에 흐르는 강을 경계선으로 빵집.정육점.호텔.학교를 각각 따로 둘 정도로 관계가 험악하다.

그러나 아디다스와 푸마의 창업자는 피를 나눈 친형제다. 1924년 루돌프와 아돌프 다슬러 형제는 집안 세탁장에서 함께 창업을 했다. 형제는 세계 최초로 가볍고 튼튼한 스포츠신발을 만들려는 꿈을 갖고 있었다. "형제의 성격은 너무 달랐다"고 한 마을 주민은 귀띔했다.

그는 "한쪽은 다혈질인 데다 떠버리인 반면 다른 쪽은 정반대의 성격"이라고 덧붙였다. 사업 초기에는 이 같은 성격 차이가 서로를 보완해 주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결국 제2차 세계대전 중 형제는 큰 불화를 겪고 등을 돌렸다. 형제 중 하나가 나치정권과 가깝게 지낸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죽을 때까지 서로 말 한마디 나누지 않을 정도로 냉랭하게 지냈다. 사후 두 집안은 이들의 무덤을 가능한 한 멀찌감치 떼어놓을 정도로 감정의 골이 깊게 파였다. 마을 사람들도 덩달아 편을 갈라 으르렁댔다.

80년대 두 업체는 화해의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아디다스 측이 "시대가 변했다"며 푸마 창업자의 손자인 프랑크 다슬러에게 일자리를 제의했던 것. 그는 친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10년간 일했던 푸마를 떠나 아디다스행을 택했다.

다슬러는 "당시 푸마 측 주민들과 지역신문은 '배신행위'라며 발끈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BBC는 "이 같은 양측의 경쟁의식이 오늘날 두 업체를 세계적인 스포츠 용품 제조업체로 키우는 데 기여했다"고 풀이했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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