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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회찬 후임 뽑는 '진보 성지' 창원 성산,예비후보 등록 시작

중앙일보

입력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별세로 공석이 된 경남 창원 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4일 시작됐다. 내년 4월 3일 치러지는 선거일까지 꼭 120일 앞두고 서서히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예비후보 등록은 내년 3월 13일까지고, 본 후보 등록은 같은 달 14~15일 이틀이지만, 지역이 갖는 상징성 때문에 창원을 떠나 전국적인 관심 지역이 될 전망이다.

지역에선 더불어민주당 권민호 창원 성산 지역위원장, 자유한국당의 강기윤 전 의원과 김규환(비례) 의원, 정의당 여영국 경남도당 위원장 등의 출마가 거론된다. 모두 지난달 13일 성산구 선관위가 개최한 보궐선거 예비후보 등록안내 설명회 때 본인이나 관계자가 참석한 이들이다. 이 밖에 가수 고(故) 김광석의 부인 서해순씨의 변호를 맡았던 박훈 변호사도 출마를 선언했다. 거물급 노동계 인사인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문성현 위원장의 출마설도 나왔지만, 본인이 “다른 곳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밝힌 상태다.

2004년 4월 17대 총선 후, 당시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앞줄 왼쪽에서 넷째)와 노회찬 선대본부장 (앞줄 왼쪽에서 둘째)을 비롯한 당선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중앙포토]

2004년 4월 17대 총선 후, 당시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앞줄 왼쪽에서 넷째)와 노회찬 선대본부장 (앞줄 왼쪽에서 둘째)을 비롯한 당선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중앙포토]

다른 곳보다 진보 좌파 진영 인사의 면면이 더 자주 거론되는 것은 창원 성산이 갖는 지역의 특수성 때문이다. 창원공단에 중화학ㆍ기계 업종이 몰려 있어 여느 지역보다 민주노총의 영향력이 강하다. 진보 좌파의 ‘성지’라고도 한다.

이는 역대 선거에서도 증명됐다. 17대 총선 때 성산의 전신인 ‘창원 을’ 지역구에 당시 권영길 민노당 후보가 현역이던 이주영 후보를 꺾으며 당선됐다. 울산 북구와 함께 민노당이 지역구 국회의원을 최초로 당선시킨 곳이다. 이후 선거에서도 진보 진영 후보 단일화에 실패했던 19대 때 새누리당 강기윤 후보가 이겼던 것을 제외하곤 민노당과 정의당이 이겼다.

이런 흐름은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지난 6월 지방선거 개표 초반, 김경수 경남지사는 자유한국당 김태호 후보에게 줄곧 뒤처졌으나 성산에서 7만6194표(61.3%)를 얻어 4만2016표(33.8%)에 그친 김태호 후보를 압도했고, 이는 곧 선거 승리로 연결됐다. 창원시장 선거도 마찬가지로 민주당 허성무 시장은 성산에서 54.8%를 얻었다.

지난 9월 추석 무렵의 경남 창원시 성산구 반송시장. 추석 대목을 앞두고도 평일처럼 오가는 이가 없어 한산하다. 위성욱 기자

지난 9월 추석 무렵의 경남 창원시 성산구 반송시장. 추석 대목을 앞두고도 평일처럼 오가는 이가 없어 한산하다. 위성욱 기자

문제는 최근 지역 사정이 워낙 안 좋다는 점이다. 핵심은 경제로, 주력 산업인 조선ㆍ기계 등이 위축되면서 그 여파가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부동산 가격만 봐도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0월 기준 전국의 부동산 가격은 2016년 10월 대비 1.7% 올랐는데, 창원은 같은 기간 오히려 16.4%가 떨어졌다. 성산지역 공단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두산중공업도 탈원전의 여파로 신규 수주나 공장 가동률이 확 떨어졌다. 상반기 신규 수주액은 1조307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절반 수준이다. 창원시의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 지역 사정이 워낙 안 좋다. 아직 기간이 남았고 변수가 여럿이지만 진보 쪽이 불리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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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율 변수도 여권에 불리하다. 재보궐 선거의 투표율은 총선보다 낮다. 2010년 이후 치러진 5번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중 3번이 30%대 투표율을 기록했고, 과반은 한 번이었다. 게다가 통상 보수적인 장년층 유권자가 투표에 더 적극적이었다. 다만, 이 지역에선 민노총 등의 ‘조직표’가 통할 가능성도 덩달아 올라갈 수 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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